[허언증 가즈아] 떨어지는 벚꽃을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in #honest18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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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벚꽃을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지나가던 여중생 무리가 하는 말을 들었다.
그러면서 서로 벚꽃을 잡으려 바둥거린다.
나는 그런 미신을 믿지는 않지만
거북이처럼 천천히 떨어지는 벚꽃 하나 잡지 못해 허우적 거리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하품이 나왔다.

새벽에 달리는데 벚꽃이 흩날렸다.
문득 여중생들이 한 말이 떠올랐다.
가만히 서서 잡는 건 식은 죽먹기보다 쉬운 일이다.
나는 그런 아이들과 레벨이 다르기 때문에 달리면서 벚꽃을 잡기로 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다들 알다시피 나는 바람처럼 빠르게 달리기 때문에
내가 지나가고 한참 뒤에나 벚꽃이 떨어졌다.
어쩔 수 없이 속도를 줄여 벚꽃 속도에 맞췄다.

잽잽 스트레이트 훅 어퍼!

벚꽃을 잡으려 손을 뻗는데
예전 무에타이 챔피언 때 실력이 나왔다.
결승에서 마이크 타이슨형과 사투를 벌였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팥쥐야, 정말 좋은 승부였어. 내 패배를 인정한다."
라고 쿨하게 말하던 타이슨형 잇몸 미소가 그립다.
어쨌든 30년이나 운동을 하지 않은데도 몸이 기억하고 있다.
자전거랑 수영은 절대 안까먹는다던데 하나 더 추가해야 할듯.

달리기를 멈추고 주먹을 펼쳐보았다.
벚꽃은 남아있지 않고 손바닥이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내 악력에 벚꽃이 완전 즙이 되어버린 것이다.
잡은 벚꽃 수만큼 소원을 빌려고 했는데 아쉬웠다.

이제 벚꽃이 거의 다 졌다.
내년에 벚꽃이 만개하면 그 때 다시 도전해 봐야겠다.
많이도 말고 딱 하나만 잡아서 소원을 빌어야겠다.
스팀 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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