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22일
2022년 11월 22일 화요일
요즘은 정말 아내가 보고 싶은 날들이었다.
소설인 오늘은 눈 대신 가을비가 내리고, 창밖에는 비에 젖은 나무들이 겨울을 재촉하는 모습이 보인다.
오늘 아침 애들을 학교 보내고, 집안 일을 정리하다가 잠시 침대에 누워 눈을 붙였는데, 아내 꿈을 꾸었다.
나와 아내는 우리집 복도에 나란히 앉아 밖을 보고 있었다.
밖에는 웅장한 산이 보였고, 평온한 가을 날씨였다. 나는 아내를 안으며,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너무 세게 뒤로 밀었는지 아내가 힘든 표정을 지으며, "어, 그래그래"라고 했다. 나는 아내의 다리를 베고 누워, "당신이 가기 전에는 보고 싶다는 생각을 안했는데, 당신이 가니까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고 했다. 아내는 말없이 웃으면서 내 얼굴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잠에서 깨었는데, 마음이 정말 평온했다.
나의 삶을 아내가 이해해주고, 지지하며, 행복한 방향으로 인도해주는 것을 느꼈다.
오늘은 화요일이므로 클래식 기타 레슨이 있는데, 두번째 교재에 들어가기 전 선생님은 이제 곡 연습도 병행하자고 했다. 여러 곡 중에서 선택하라고 했는데, 처음에는 비틀즈의 'Yesterday'를 골랐다가 조금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곧 크리스마스이니 김현철 작사/작곡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이라는 곡을 하기로 정했다.
들어본 곡이었다. 그런데 가사가...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크리스마스에는 사랑을
당신과 만나는 그날을 기억할께요창틀위에 촛불이 까만밤을 수놓으면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덮여 가겠죠헤어져 있을때나 함께 있을때도
나에겐 아무 상관 없어요
아직도 내 맘은 항상 그대곁에
언제까지라도 영원히우리 다시 만나면 당신 노래불러요
온 세상이 그대 향기로 가득하게요성탄종이 환하게 우리 마음에 울리면
그대 오시는 그 길 위에 기도할께요헤어져 있을때나 함께 있을때도
나에겐 아무 상관없어요
아직도 내 맘은 항상 그대곁에
언제까지라도 영원히우리 다시 만나면 당신 노래불러요
온 세상이 그대 향기로 가득하게요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크리스마스에는 사랑을
당신과 만나는 그날을 기억할께요
내가 사랑하는 유일한 아내인 그녀를 향한 내 이야기 아닌가.
가사를 읽은 나는 시범 연주를 하는 기타 선생님 앞에서 결국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저녁.
아이들과 함께 엄마를 떠올리면서 이야기 나누는 시간.
나는 오늘 아빠가 꾼 꿈과 아빠가 선택한 곡을 이야기 했다.
그런데 곡 제목을 듣자마자, 둘째 아들이 오늘 피아노 시간에 새로 받은 악보도 그 곡이라고 한다. 캐롤이라고 해서 신나는 노래인 줄 알았더니 잔잔한 곡이어서 조금 놀랐고, 가사가 아빠가 엄마에게 항상 하는 얘기여서 좋았다고 했다.
이런 우연이...
아래에 내가 받은 악보와 아들이 받은 악보를 함께 올려본다.
오늘 오전 나를 위로하고 토닥여주는 아내의 꿈을 꾼 것도 신기하고, 클래식 기타를 치는 나와 피아노를 치는 아들이 같은 곡을 오늘 처음 받은 것도 신기하고, 그 곡으로 엄마를 떠올렸다는 것도 너무 신기하다. 첫째 아들도 정말 신기해했다.
그래서 2022년 11월 22일 오늘을 우리는 이제부터 엄마의 세례명을 따서 '아녜스의 날'이라고 부르고, 매년 11월 22일을 기념하기로 했다.
둘이었다가(22), 하나가 되었으나(11), 다시 둘이된 날(22).
아녜스가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는 의미여서 정말 좋다.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가사처럼
헤어져 있을때나 함께 있을때도 나에겐 아무 상관 없다.
아직도 내 맘은 항상 그대곁에
언제까지라도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