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숲속 공생주의자

in #ko3 years ago

'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라는 영화가 있다.

여주인공이 직접 지은 농산물로 맛깔나는 요리를 하고, 계절의 변화 속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과 자연 속 여유를 잘 보여주는 힐링 영화다. 큰 사건도 화려한 스토리도 없는 이 영화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은 건 '나는 자연인이다'를 좋아하는 이유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인지 나도 '리틀 포레스트' 즉 '작은 숲'이라는 용어가 좋다. 작다는 건 한계가 있다는 거다. 거대한 자연 속에서 인간의 손길이 묻어 있는 범위를 말하는 게 아닐까. 자연으로부터 인간이 잠시 빌려온 조그만 영역. 그것을 '작은 숲'이라고 표현하지 않았을까.

계룡산 기슭에 마련한 나의 아지트가 내겐 '작은 숲'이다. 아직은 황량한 땅 위에 작년에 심은 몇 그루 나무 밖에 없지만, 이제 나는 시간 날 때마다 가서 '작은 숲'으로 키워나갈 생각이다. 나무는 더불어 숲이 될 때, 그 생이 더욱 빛난다. 한 그루 개체의 생이 전체의 공생으로 이어지는 가장 모범적인 사례인 것이다. 내가 심은 나무들이 점점 자랄수록 그 공간은 나무와 인간과 숲의 생물들이 한 몸이 되는 공생의 장으로 작동할 것이다.

나는 공생주의자다. (공생 철학자라는 개념은 왠지 관념적인 이론가에 그치는 느낌이 들지만 공생주의자는 철학은 물론이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운동가의 느낌도 준다. 마음에 든다.)

작은 숲은 꼭 자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도 작은 숲이고, 회사의 팀도 작은 숲이다. 구성원들은 그 숲을 이루는 나무들이다. 그래서 나는 자연 속에서 이루어지는 공생처럼 인간 사회에서도 공생이 최고의 리더십이자, 현대 사회 갈등 해결의 탁월한 해법이라고 믿는다. 사회는 구성원에게 제일 먼저 어떻게 성장하고 싶은 지를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성원의 성장이 사회에 공헌하는 방향을 찾는 것은 그 다음이다.

작은 숲속 공생주의자.

자연과 사회에 있는 여러 '작은 숲'에서 더 활발히 공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고민하고 행동하는 것이 내 임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