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나의 일상 - 아들과 나

in #kr-art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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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짜증도 많아지고 자기 주장이 완강해진 아들이다.
화가나면 엄마를 때리기도 하고, 분을 어떻게 주체해야 할지 모르는듯 하다.
어찌보면 화를 주체못하고 때리거나 소리를 지르는 행위는 나때문일지도 모른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말을 듣지 않으면 소리부터 커지게 되고, 결국 아이에게 짜증을 부리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걸 보는 아이는 나에게서 어떤 감정을 배우는걸까... 생각해보니 더욱 무섭고 미안해진다.
한번은 나에게 "엄마, 소리지르지 마." 라고 한다.
어떨땐 네가 나보다 더 어른같다.
미운 네살이라고 했지만, 사실 엄마인 내가 아이를 미운 네살로 만든건 아닐까 싶다.
아이의 눈물이 깃든 얼굴을 그리면서 다시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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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늦게자는 통에 아침에 일어나는걸 힘들어하는 아이.
유치원에 2시간 조금 넘게만 있다 오는건데도 잠에 있어서 역시나 방 문턱을 넘기 힘든건 누구에게나 힘들다. 유치원에 울면서 들어가지만 나올땐 그래도 표정이 밝아서 안심이다.
아이를 데리러 가는데 아이가 자기이름을 쓴 종이를 보여준다.
사진한번 찍자는데 역시 제대로 찍게 놔두지를 않는다. 몇번의 시도끝에 한두장 건져냈지만 표정이 ㅎㅎㅎㅎㅎ
아이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찍는게 포인트임에도 아이의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기 위해 이름은 아쉽게도 가려야 했다;;;
그리고 오늘 베트남어로 1 ~6까지 숫자세는걸 배웠다고 한다.
선생님이 베트남 출신이라 베트남어도 가르치시는데 아이가 숫자세기를 제법 잘 따라간다고 한다. 가끔씩은 한국어와 영어를 같이 섞어서 숫자를 세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른나라의 언어를 배워간다는게 참 신기하다.
나에게 베트남어로 숫자를 세는데 ... 놀라웠다는 말밖엔 할말이 없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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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밖에 나갈까? 물어보면 집에있고 싶다고 한다. 다른 아이들은 밖에나가는걸 참 좋아하는듯 한데 우리 아이는 집돌이같다.
한번은 뽀로로펜으로 한글놀이를 하는데 ㅇ을 누르니

ㅇ, ㅇ, ㅇ으로 시작되는 말, 우유!

라고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고 'ㅇ'을 가리키며 '이응'이 아니고 '우'라고 읽는거 아니냐고 물어본다.
한글에 아직 관심이 없는듯하여 가르치지 않았는데 이번에 보니 조금씩 가르쳐야지 싶다.
물론 아이가 원하는 선에서말이다. 한국에 있는동안 친구가 아이에게 선물로 준건데 정말 다시한번 그 친구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고마워~!!!!

아이의 플레이도우 사랑은 정말 남다르다. 하루종일 플레이도우를 만지작 거린다.
플레이도우 색깔 중 특히 빨강색을 좋아하는 호야다.
틀에 찍어내는 도구들이 많지만 손으로 주물럭거리며 틀 없이 직접 만드는걸 더 좋아한다.
한번은 나에게 눈사람을 만들었다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말한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애정의 눈빛이 보이십니까? ㅎㅎㅎㅎ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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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끝내지 못했던 미완의 그림을 완성했다.
그저 미완성으로 남길수도 있었지만, 죽이되든 밥이되든 끝내야 할것같은 마음이 드는건 왜일까? 예전 댓글에서 @raah님이 여자아이가 겨털 만지고 있다고 쓰셨던게 생각난다.
댓글보고 빵 터졌었는데 그 이후로 이 그림을 볼때마다 아이가 정말 그 부위를 만지고 있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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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우수에 젖은 호야군요~ ^^
원래 그럴 나이쟎아요. 토닥토닥..

둘. 벌써 3개국어를?! ^^/

셋. 집돌이, 나쁘지 않습니다. 얼마나 좋은데요?
네? 뭐.. 제가 집돌이라 그러는건 아니구요. ^^;

넷. 헐.. 겨털.. 전 겨털은 생각도 못했네요.
전 아이가 거인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한.. ^^;;

울꼬맹이 어렸을때가 생각나네요. 어린이집 안간다고 밥도 늦게 먹고 아프다고 하던 그때요 에구에구.. 아이들도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다보니 대부분 가족들을 닮나봐요. 저도 저를 닮은 모습에 정말 충격을 먹곤 했어요. 전 화가 나면 표정이 바뀌고 낮아지니까 꼬맹이가 눈치를 보며 '엄마 기분이 안좋아요?' 이렇게 시작하더라구요. 그런데 지나다 보면 또 아이만의 대처 방법도 생겨요. 엄마도 아이도 노력하면 조금씩 나이지는 것 같아요. 아이도 엄마도 처음이라서리...

아참, 미완의 작품을 완성하셨군요. 저 그림 생각이 나요.
전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생각나서 참 좋았어요. 지금요~

  • 베트남어도 하는 기특한 꼬맹이 아주 많이 많이 칭찬해주세요~

ㅎㅎㅎ 죄송해요
오늘 아들램 그림은 정말 작품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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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아들 하나 키우며 어제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어제 정말 인생 처음으로
아이에게 카드를 쥐어주고 편의점 심부름을 보냈는데..
저는 집안에서 막 노심초사 누가 아이를 납치하지 않았나 내가 시키지 말아야할걸 시켰나 오만 생각이 다 들었는데..

웃으며 미션 성공하여 집으로 들어오는 아이를 보고 너무 대견해서 울컥했습니다 ㅠ

육아에 답은 없는것 같은데 엄마가 마음을 좀 편하게 가지면 좋을것 같아요 ^-^

아이 엄마들은 이따금씩 아이에게
소리도 지르고 합니다. 그리고 왜그랬을까 후회하고... 제 아내도 여러번 그랬는데 그러면서 아이도 크고 어른도 크고 그러는 거겠죠..ㅎㅎ

미운 네살!! ㅎㅎ 세상 모든 부모가 거치는 단계가 아닐까 싶네요!
네살과 어른이 부모가 바라보는 세상이 달라서 어쩔수가 없어요^^

대문사진 너무 마음에 듭니다.^^ 과자사주고 싶네요.ㅎㅎ

(╹◡╹)ㅎㅎ 정말 겨털을 뽑아주고 있네요~

엇...진짜 겨털만지는거 같자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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