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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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 - 데어라 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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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란과 이스라엘, 그리고 미국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란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관련 책들을 찾아 읽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그러던 중 도서관의 이스라엘 관련 코너를 둘러보다가 유독 눈길을 끄는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People Love Dead Jews』.

원제 그대로, 이 책은 이미 제목에서부터 강한 문제의식을 던진다.

이 책은 유대인 작가 데어라 혼의 개인적인 경험에서부터 시작된다. 17세 시절, 뉴저지 고등학교 대표로 퀴즈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머물렀던 호텔 방에서의 기억. 함께 방을 쓰던 두 소녀가 자신들이 기독교인임을 이야기하던 중, 작가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자연스럽게 유대인에 대한 편견이 드러났다고 한다. 이 장면은 이 책의 핵심 문제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람들은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을 여전히 낯설고, 때로는 편견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이후 성인이 되어 교수로 활동하게 된 작가는 미국 사회 곳곳에서 반복되는 반유대주의적 사건과 인식들을 글로 기록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안네의 일기』 박물관에서 벌어진 일이 있다. 한 남성이 유대교 전통 모자인 야물커를 착용하려 하자, 박물관 측에서는 그것이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며 벗을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유대인의 학살, 홀로코스트의 기억을 기리는 공간에서조차 유대인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말라는 요구가 있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를 넘어선다.

『안네의 일기』는 널리 읽히고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지만, 같은 시대 아우슈비츠에서 쓰인 다른 기록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그라도프스키의 기록은 1944년 체코계 유대인 5000명이 학살당하는 과정과 그 이후의 처리를 적나라하게 담고 있다. 그는 이 기록을 수용소 근처 땅속에 숨겼고, 사후에 발견되어 『In the Heart of Hell: Diaries from the Sonderkommando』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더욱 참혹한 현실을 담은 기록은 대중적으로 널리 소비되지 않는다.

이 책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왜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의 이야기에는 깊이 공감하고 감동하면서도, ‘살아 있는 유대인’에게는 여전히 편견과 거리를 유지하는가.

홀로코스트가 끝난 지 오래지만, 유럽과 미국에서는 여전히 반유대주의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홀로코스트 이전부터 오랜 시간 지속되어 온 역사적 흐름이다. 심지어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하얼빈과 같은 지역에서도 유대인 공동체에 대한 탄압과 긴장은 존재해왔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는 유대인 문화유산 지역이 조성되어 있고, 이는 종종 ‘기억과 추모’라는 이름으로 소비된다. 그러나 작가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던진다. 유대인 공동체 내부에서는 이런 말이 공유된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냥 유대인을 싫어한다.”

이 말은 단순하지만, 오랜 역사 속에서 반복되어 온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사람들은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과 같은 고전 작품 속에서도 이미 반유대주의적 시선을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뿌리 깊은 편견은 시대와 장소를 바꾸어가며 계속 이어져 왔다.

결국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사람들은 왜 죽은 유대인에게는 동정과 애도를 보내면서도, 살아 있는 유대인에게는 여전히 거리감과 편견을 유지하는가.

이 질문은 특정 집단에 대한 이야기이면서도, 동시에 우리 사회가 타자를 어떻게 기억하고 소비하는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정말로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단지 ‘소비’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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