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팀] 아직도 가야 할 길_성장판 글쓰기 1편(자기소개서)
[The Road Less Traveled]
아, 나요? 나에 대해서 말하자면 나는 음, 책을 좋아해요.
그런데, 책은, 좋아하는데 많이 읽진 않았어요. 하하.(민망)
그렇지만 책 냄새가 좋더라구요. 나무 냄새도 나고, 마른 낙엽 냄새도 나고, 아주 오래된 책은 곰팡내도 나잖아요. 가끔 책벌레라도 나타나면 한참동안 눈으로 책벌레를 쫒아다니죠. ‘저 책벌레는 정말 책을 먹는 걸까? 종이를 갉아먹는 걸 보고싶다.’ 생각하면서요. (한번도 본 적은 없죠. ^^) 책벌레의 먹는 모습을 포기할 때쯤이면 요놈의 벌레가 도망가 버린, 또는 내가 놓쳐버린 그 공간에서 잠시 입맛을 다시다가 그곳에서 발견한 책을 좋아라하며 집어들었죠. 책벌레가 나에게 준 선물이야 하면서요.
어릴적 아빠의 서가에 들어찬 세로줄로 된 빛바랜 노란책들 케케묵은 옛 책들이 좋았어요.
서가엔 어린이를 위한 책은 별로 없었어요. 그때는 다들 그랬잖아요. 어른들의 책. 그래도 아빠가 선생님이라서 고상한 박물관책이나 고대미술사진집, 세계문학전집이었는데, 어릴때부터 느낀 거지만 글이든 그림이든 사진이든 참 이상하고 야릇하더라구요. 하하하.
4학년 이전에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을 뒤적이고, 중고등학교 때 집안에 굴러다니는 마광수의 책등을 염탐하며 자랐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앞서 말한 그대로 책을 뒤적이거나 훑어보거나 책등을 염탐하기만 했어요. 진짜에요. (못 믿는다면 할 수 없죠 ㅜ ㅜ)
그러니까 나는 책이 있는 공간을 좋아했어요.
솔직히 말하건대(이건 내 장점이죠) 책읽기를 열심히 했다기 보다는 책이 있는 공간에서 뒹굴거나 돌아다니며, 쓸데 없는 상상하기를 즐겨 했죠. 책읽기보다 책구경. 아마도 그게 내 본래 목적이었을 거에요.
그러다가 학교에서 하도 고전문학을 읽으라고 해서 추천도서를 한두 권씩 읽다가 충격에 빠졌죠. <갈매기의 꿈, 데미안, 좁은문, 부활, 폭풍의 언덕, 장미의 이름...> 같은 소설들 있잖아요.
‘아니, 이렇게 막장드라마 같은 소재로, 이렇게나 우아하고 고상한 말들로 한껏 포장해서 청소년들이 모르는 단어로만 꾹꾹 찍어서 읽으라고 권해주는 게 고전문학 따위란 말인가.’ ㅜ ㅜ
반항기 가득한 청소년이었던 나는 고전문학에 대한 실망과 경외감을 동시에 느꼈죠.
어려운 문장과 수사들에 머리가 어지럽긴 해도 이상하게 그건 또 그것대로 맛이 있었죠.
그리고 좀 아니꼽긴 해도 그런 문장들이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했고, 아련하게 심장속으로 파고들기도 하더라고요. 참 이상하죠? 스토리상으론 막장드라마가 틀림없는데 참 묘한 느낌이었죠. 게다가 어려운 책을 내가 읽어냈다는 쾌감, (그 알량한) 권위의 무게가 담긴 책을 내가 내 입맛대로 평가할 수 있다는 어떤 우월감 같은 게 생기더라구요. 흐흐흐. 청소년기에 잘 빠지는 오만과 편견이랄까나. 아니면 나르시시즘. ^^
사실 읽은 책 리스트 따위로 내세울 건 별로 없어요.
책 좋아한다는 사람치고는 별로 읽은 책이 없는(흠흠...) 편인데, 그래도 내 얼굴에 ‘책이 좋아요’라고 쓰였는지, 생긴게 책 같이 생겼는지, 간혹 지인들이 책추천을 부탁하곤 해요. “사실 나도 읽은 게 많지 않아서 잘 몰라.”라고 손사래를 쳐도 “당신이 책 좀 알잖아?”라고 되묻더라구요. 그럼 또 괜히 ‘내가 그런가’ 싶어져가지고설랑 잘 모르는 주제에 이 책 저 책 찾아보고 알려주곤 했지요. ^0^
아니면 상대방의 질문과 상관 없이, 그냥 내가 좋아하는 책을 무작정 알려주는 법을 택할 때가 더 많아요. (내맘대로 추천방법을 선호한다는 건 곧, 읽은 책이 별로 없다는 증거... ^^;;; )
읽은 책이 많진 않아도 재밌거나 좋아한 책은 어떻게든 말하고 싶어 하는 오지랖을 부리는 편이거든요. 현재 내가 읽고 있는 책에 빠져 있다면 보통은 흥분상태라서 주변 사람들이 잘 알아채곤 해요. 카톡이나 페북에 문장을 긁어올리며 감탄하지요.
‘아, 이렇게 멋진 문장을, 이렇게 좋은 생각을 어떻게 끌어 내는 걸까.’
그렇게 또 입맛을 쩝쩝 다시면서 한동안 새벽에 잠을 자곤 하지요.
(감동이 출렁거리면 잠이 잘 안 오잖아요. 머릿속이 마구 흔들리기도 해서요. 이건 책읽기의 단점이라고나 할까요.)
책 좋아라하고, 도서관에 잘 다닌다고는 하지만, 많은 책을 읽진 못한 터라 왠지 떳떳하지 못한 마음, 켕기는 마음이 있었어요. (많이 읽는 것만이 아주 중요하진 않다고 해도 말이죠.) 몇 년 전부터 동네에서 책모임을 알게 되었고, 책읽고 나누는 즐거움도 만끽했어요. 그리고 조금씩 책과 책읽기 자체에 대한 욕심이 점점 더 커지는 걸 느꼈죠.
그리고 책에 대한 나의 설렘, 설레발질(?)을 카톡이나 페북에만 끄적거리기엔 좀 아깝다 싶었어요. 정말 즐겁게 읽은 책에 대한 내 느낌을 기록하고 싶은 욕구가 자꾸 커져만 갔죠.
<제대로 기록하고 싶어. 대단한 기록은 아니어도 차곡차곡 쌓고 싶어.>
그리고 성장판을 만났습니다. 우연일까요? 필연일까요?
https://brunch.co.kr/@growthplate/1
첫글은 자기소개가 되었군요.
요약하면 나는 책과 책이 있는 공간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책고수는 아니지만 책구경과 책이야기 나누기, 책관계 맺기를 참 좋아합니다.
책 한권에 꽂히면 세상에 이런 책은 처음이야라는 식으로 흥분하길 좋아합니다.
그런 책이 또 매번 바뀝니다. ^^
그리고 책 읽고 나면 끄적거리며 좋았네 싫었네 푸념하며 글쓰는 것도 좋아합니다.
앞으로 글쓰기는 마흔 넘어서 다시 책 좀 잡게 된 근간의 책읽기에 대한 리뷰,
또는 내 생활이 들어간 독서일기를 쓸 예정입니다.
<써야 할 독서일기 리스트>
나의 꿈 사용법
아직도 가야할 길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워터십 다운의 열한마리 토끼
내 영혼이 따뜻한 날들
몸의 일기
내가 누군지도 모른채 마흔이 되었다
오이 대왕
내가 나인 것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
보시다시피 나의 책취향은 어린이책, 심리학, 종교일반입니다.
혹시 댓글에 읽은 책에 대한 호감을 달아주시면 호감도 높은 책부터 글쓰기를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북스팀잘봤어요
팔로우하고갑니다
자주소통해요~
넹... 저도 팔로우할게요. 고맙습니다.^^
반가워요. 격하게 환영하니다~~ 앞으로의 독서일기 기대할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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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독서일기 기대됩니다~~^^
재미는 보장 못하고, 열심히는 씁니다. ^^ 댓글 고맙습니다.
캑! 제목조차 들어본 적이 없는 책도 있고 읽은 책은 한 권도 없네요..ㅠ.ㅠ 에궁!!!장문의 멋진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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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요~
전 중학교 때 읽었던 갈매기의 꿈은 지금 읽어도 조나단의 포기를 모르는 모습에 용기를 얻고는 합니다.
책이 있는 공간은 참 좋은거 같아요....하지만 책벌레는 ㄴㄴ~
책벌레는.. 그렇죠. ㅎㅎㅎ
환영해요. 맞팔하고 갑니다.
땡큐 베리 감사^^
반가워요.독서일기 궁금합니다.^^
아, 이런 나도 내가 쓸 이야기가 궁금해지네요.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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