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가계부 좋아하시나요?

in #kr-daily6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고물입니다.
혹시 가계부 쓰기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정말 좋아합니다.

저는 직장을 갖기 전까지 가계부나 용돈기입장을 써본 적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번 돈이 아니라서 애착이 덜했던 것 같습니다. 첫 직장을 다니고나서 많지도 적지도 않은 수입을 받자마자 저의 가계부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예전에는 그다지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도 한 적이 없었어요. 앞으로 돈을 많이 벌 것 같지 않으니 돈을 좀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처음 돈을 받았을 때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저의 사수님께 조언을 구했죠. '대리님 금융 좀 아세요? 직장인은 뭘 가입해야하나요?' 사수님은 이런 조언을 해주십니다. '현금이 짱이야!' 아직 사회 초년생이고 자취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은 자고로 현금을 어느정도 쟁겨놓아야 넉넉하단 말씀이였죠. 그 때 CMA를 처음 알게 되죠.

사회초년생 대상 미끼 상품들이 많았고 난생 처음 재무설계사라고 불리는 분을 이벤트성으로 만날 수 있었죠. 좋은 시계를 차고 정장을 입은 그 분은 맛난 커피도 사주시면서 저의 쥐꼬리만한 월급을 바탕으로 미래 투자에 대한 계획을 열심히 세워주시더라고요. 유념해서 잘듣고 집에 가서 인터넷을 찾아보면서 '변액'이나 '유니버셜'이 들어간 상품은 절대 가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죠. 그 분이 추천해준 상품은 하나도 가입을 안했답니다. 죄송. 또 연금저축이나 저축 기간이 긴 상품은 제 나이에 맞지 않다는 것도요.

여러 가지 찾아보면서 '자산관리도 거북이처럼'이라는 네이버 카페를 알게되었는데 믿음과 신뢰가 갔습니다. 그 분은 향후 재무설계사나 자산관리사가 수수료를 받는 형식이 아니라 자문료를 받아야 한다고 믿는 분이셨고, 그 분의 자산 관리 방식에 동감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통장을 고정/변동비로 나누는 방법도 배우고 비상용 통장도 만들어야 한다는 걸 배웠어요. 그리고 그 분의 지론은 이율이 높은 상품보다는 지출 통제가 훨씬 중요하다고 하셨죠.

첫 사회생활은 생각보다 더 힘들었어요. 사실 처음엔 하나도 안 힘들어서 살만하다 싶었는데 인턴이 끝나고 어느날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면서 거의 세 달 동안 집에 막차를 타고 들어갔어요. 원래 그렇게 야근을 많이 시키는 회사가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컸어요. 11시 드라마 보는 게 소원이었죠. 그런 생활을 버티게 해주는 건 통장에 찍히는 급여뿐이더라고요.

저는 그다지 물욕이 없어요. 저희 가족들은 저를 지지리 궁상이라고 생각해서 저만보면 뭘 자꾸 사주려고 합니다. 엄마는 예전에 용돈을 주시면서 생활비로 쓰지 말고 옷 좀 사입으라고 신신당부하곤 하셨어요. 왜 집에 그런 애들 하나씩 있잖아요. 돈 없고 불쌍한 역할을 하는 아픈 손가락 같은 아이, 그게 저에요. (돈도 못 벌고 돈도 안쓰는)그래도 그 이미지로 살면 참 편해요. 누가 돈 꿔달라는 말을 안 하더라고요. (아! 그리고 소액이라도 용돈을 드리거나 선물을 하면 진짜 기뻐하세요) 물론 저는 지인에게 돈을 주면 줬지 절대 빌려주진 않긴 하지만요.

얼마 전 최선을 다해서 꾸미고 어떤 분을 처음 만나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OO님은 소탈하고 꾸미시질 않아서 그렇지 화장하면 완전 변신할 것 같아요. 반전 이미지!

그분이 욕은 절대 아니라고 강조했어요. 저 진짜 그날 엄청 꾸민거였는데 다음에는 평소처럼 민낯에 운동화 신고 머리 질끈 묶고 청자켓 입고 만나려고요~ 반전이 뭔지 보여드릴 겁니다. 화장품이나 옷, 가방, 미용실 그런데 지출을 그다지 안해요. 그 쪽으로는 물욕이 잘 안 생기더라고요. 물론 필요한게 있으면 꽤 괜찮은 제품도 사기는 하지만 충동적으로 잘 사진 않아요. (회사 너무 추워서 전기 발난로를 살 예정이긴 해요)

친구도 많이 없고 술도 잘 못 마셔요. 그래서 식비 말고는 그다지 크게 돈 들어가는 게 없더라고요. 아! 월세로 인한 고정지출은 너무 아까웠지만요.

이런 성향 덕분에 지출 통제하는 게 그다지 제게 힘든 일이 아니었어요. 어느 새 매달 가계부를 정리하고 예상 지출과 실제 지출을 비교하며 쾌감을 느끼는 변태가 되어갔죠. 가계부 변태?

물론 그리고나서 2년 후에 중남미 여행을 하며 전 재산을 홀랑 다 쓰게 됩니다. 다시 돈을 벌 때까지 가계부를 쓰지 않다가 일을 시작하고부터 예전처럼 열심히 변태성을 발휘해서 가계부를 쓰고 있어요.

저는 옛날사람인지라 아직도 엑셀을 이용해요. 제 마음에 딱 맞는 가계부를 못 찾았거든요. 그때 그때 쓰는 가계부로 클머니를 쓰고 있긴 하지만 매월 정리하는 최종 메인 가계부는 엑셀이에요.

매월 초 필수고정/필수변동/비필수고정/비필수변동으로 나누어서 예산을 잡아요. 저축도 포함해서요. 그리고 돈을 쪼개서 통장에 넣어놓고 저축은 무조건 선저축하고 이후에 돈을 다 쓰고도 돈이 남으면 그때 비상금에 저축해요. 한 통장으로 생활비를 쓰기 때문에 그냥 그 통장에 맞춰서 살고 있어요. 돈 모자르면 좀 덜 쓰고 넉넉하면 더 쓰고~ 혹시 무슨 일이 생기거나 돈이 필요하면 비상금에서 꺼내 써요.

오늘은 이번 달 남은 돈으로 오버노드를 통해 스파충전도 조금 했어요.(드디어 오버노드를 쓰네요. 정말 간편하네요. 흑흑) 큰일이에요.. 스팀을 야금야금 사모으고 있어요. 보팅마나가 부족해서 더 사고 싶어요. 이거 왜 이렇게 충전이 느린가요?

어쨌든 저는 매달 가계부를 정리하고 뿌듯함을 느끼는 가계부 매니아입니다. 연말이 곧 다가오네요. 연말정산 할 생각을 하니 설레네요. 아마 저는 매년 엑셀로 가계부 정리를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 저같은 가계부 매니아 있으신가요?



새벽 6시에 깨자마자 스트레스 받았어요. 나비효과처럼 불운이 겹쳐서 회사에서 미쳐돌아버릴 일이 있었어요. 제 회사도 아닌데 왜 이렇게 스트레스 받는지 모를 일이에요. 정말 그만두고 싶었죠. 점심 먹고 수다 좀 떠니 나아지더라고요. 그리고 정해지지 않았던 사안이 정해지고 다음 단계의 고통이 기다리고 있는데 전 진짜 단순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기분이 좋더라고요. 고통 후에 찾아온 평온함이 두 배로 행복하더라고요. 그렇게 행복하게 3번의 빨래와 가계부 정리를 하고 보팅마나 충전이 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추운 날씨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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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와잎느님도 가계부 중독인데 비슷하시네요.ㅎㅎㅎㅎ

우왓 진짜요? ㅎㅎ 괜히 반갑네요 :D ㅋㅋㅋ

Dclick 하심이?^^

ㅋㅋㅋ시리즈글에는 달지 않을 생각인데 한 번 써볼까봐요. 쏠쏠한가요?

괜찮은 것 같습니다 ㅎㅎ
특히 저처럼 보팅파워가 약한 사람들은 디클릭 한번이 보팅보다 낫더라구요 ^^;
무엇보다 스팀잇 가입자가 아니라도 누를 수 있어서 좋죠~
광고를 클릭해주는게 마냥 좋은 줄만 알았는데, 아래와 같은 의견도 있네요.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습니다^^
https://steemit.com/dclick/@nhj12311/5ghefy

오 이런 정보까지 감사합니당! 아직 시행단계라 디클릭쪽에서도 여러가지 사례를 모은다는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을것같아요. 한 번 배워봐야겠어요 :D ㅋㅋ

고물님의 성품이 잘 느껴지는 글입니다.
멋지게 사시네요. 가계부 관리 잘 해서한번에 털어
알렌? 만나러 떠나시고. ㅎㅎ

억 멋지게 산다니; 의외의 칭찬에 몸둘바 모르겠어요 ㅎㅎ
ㅋㅋㅋㅋ 정말 그려려고 모았던 돈은 아니었는데 현금이 짱이긴 하더라고요. :D 이젠 진짜 자야지 굿밤되시길

가계부와는 거리가 먼 1인입니다. 학교에서 용돈기입장을 가르치기도 했지만, 정작 저는 거들떠보지 않았죠.
들어온 월급이 내 손을 거치지 않고 카드비로 다시 홀랑 나가는 일이 반복되니까 수입도 지출도 내 일이 아닌 것처럼 실감이 안나서 그런지도 모르겠어요.ㅎㅎ 한 푼 두 푼 아낀 돈을 중남미 여행으로 홀랑 써버린, 가계부 여신의 이야기도 재밌어요.^^

솔메님은 가계부파가 아니셨군요 마사이부의 총무는 저를 시켜주세요 ㅎㅎ

아 그리고 가정이 있으면 아무래도 이 방법은 어렵죠^_^ 담달에 통장을 스쳐가는 돈보다 남게 되는 돈이 많길 기원할게요!

부자가 되는 습관을 많이 가지고 있으신 것 같아요!

ㅎㅎ 수입이 적다는게 함정이에요! 부자되서 제약 없는 시간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ㅋㅋ

저하고 비슷한 성향이시네요. 저도 돈을 잘 안 써요. 화장품 이런 데도.. 가계부를 쓰진 않습니다만. (귀차니즘.. -_-)

ㅋㅋㅋ 귀찮을만하죠 전 그 귀찮음이 좋아요 ㅋㅋ

저랑 취향이 비슷하시군요! 귀차니즘 브리님 귀여워요 ㅋㅋㅋ

삶을 리셋하고 전재산 0원 됐을 때 일입니다. 은행에서 신용대출 받아서 보증금 내고 월세를 살았더랬죠. 돈을 모아 전세로 바꾸려고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이번달에 얼마를 썼고 뭘 샀는지 보면서 반성하고, 필요없는 걸 산 건 아닌지 되돌아보고 지출이 많은 카테고리를 꼼꼼히 보며 다음달 계획을 세우곤 했지요. ㅎㅎㅎ 1년만에 전세금 모아 전세로 옮긴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결혼하면서 아내가 싫어해서 안 쓰게 됐답니다. ㅎㅎㅎ 저는 네이버가계부를 썼어요. 편하더라고요. 엑셀은,,, 귀차니즘. ㅎㅎㅎㅎㅎ

저도 돈 너무 안 쓰는 사람이었어요. 오죽하면 늘 옷을 선물받았을까요. 10년 넘은 옷도 그냥 입고 다닌... ㅎㅎㅎ 옷 사주고 싶은 궁상으로 보이는 사람이었습니다. ㅎㅎㅎㅎㅎ 요즘은 예전처럼 돈 안 쓰진 않아요. 살아보니, 돈을 쥐고 있으면 다른 돈을 못 잡는다는 걸 배웠어요. 안 쓰고 안 입고 안 먹고 악착같이 모았는데 결과는 0원이더라고요. 한 강사가 이런 강의를 했어요. 정말 1원 한 푼도 안 쓰고 돈 모아서 집을 샀다고요. 그런데 그 집이 넘어가는 건 순간이었데요. 남편이 보증 잘못 서서 집이 압류됐거든요. 그럴줄 알았으면 차라리 실컷 먹고 실컷 쓸 걸 그랬다고요. 어차피 넘어갈 집이었으면요. 너무 억울해서 너무너무 억울해서 그 담부턴 먹고 싶은 것 먹고 옷도 사입고 했더래요. 그랬더니 처음 집 샀을 땐 10년인가 안 먹고 안 입고 안 썼는데, 다시 예전 집 같은 집을 몇 년만에 샀다고 하더라고요. 주먹쥔 손으론 내 것 말고는 아무것도 잡을 수 없더라고요. 손을 펴서 내 돈을 써야 다시 돈이 들어오더라고요. ^^

나하님도 가계부 장인이셨군요. 어떻게 1년만에 전세금을 모으셨을까요. 능력자시네요. ㅎㅎㅎ
전 네이버가계부.. 써보려고 했는데 UI가 맘에 안들기도 하고 왠지 네이버가 제 정보를 모아서 쓸 것 같다는 기분 나쁜 느낌에 꺼리게 되었죠.

돈을 쥐고 있으면 다른 돈을 못 잡는다. 저희 오빠가 늘 저한테 하는 말이네요. ㅋㅋ 돈도 써보는 놈이 번다며.
강사 분 일화가 확 와닿네요. 결국 돈이라는 것에 집착하면 안되는 거죠? ㅎㅎ 부모님이 보기에 저는 지지리 궁상이지만 딱히 뭔가를 절제 하는 건 아니에요.
뭐 먹고 싶거나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고민없이 사요. 남들한테 신세지는 거 싫어해서 잘 얻어먹진 않고요. (친하면 예외?ㅋㅋ)
물건보다는 경험에 가치를 많이 둘 뿐이죠라고 말하려다가 사실은 그저 안쓰는 게 습관화 되어있는 걸지도-

돈도 잘 써봐야 되는 거군요. 그럴 것도 같아요. 이 소비패턴으로는 트렌드를 알 수 없으니 ㅋ 저는 뒤쳐진 사람일지도.
아직은 더 살아봐야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D 적절한 절제가 무엇인지는

그래도 돈이 많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다행이라 생각하며 살아요. 흐음 그런 사람이라 수입이 이 정도인지도 모르겠네요.ㅎㅎㅎ

헙..ㅠ ㅠ 제 경제권은 아내가 가지고 있는...ㅠ ㅠ
어떡하면 그 권한을 가져올까 고민중인 1인입니다. ^^;

하하핫 큰 문제 없으시면 가정의 평화를 위해 유지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으실 것 같아요 ㅋㅋㅋ^_^

전 정말 가계부의 ㄱ자도 모르는 사람이예여...
보통 딸은 엄마를 닮는다고 하는데 저희엄마는 저축도 정말 잘하세여 ㅋㅋㅋ10원을 모아 무려80만원을 만드시는분인데 말이죠 ㅋㅋㅋㅋ근데 저는 정말 있으면 족족 쓰는 사람이라ㅋㅋㅋㅋ 회사다닐땐 엄마에게 월급을 일부 맡기기도 했어요 ㅋㅋㅋㅋ 그래서 가계부 잘쓰는분들보면 엄청 부러워유ㅠㅠㅠㅠ
오늘도 집으로 돌아오는길이 충전되셨나요!
고물님의 오늘밤도 행복하길기도해요:)

우와 샘터님 어머니코인계의 큰 손 인건 아니시죠? ㅎㅎ 10원을 모아 80만원을 만드는 기적이~~ 일주일 정도 모셔다가 비법을 하사받고 싶네요. ㅋㅋㅋ
저도 저만 이렇고 저희 가족은 화끈하게 쓰는 타입인 것 같아요 ㅋㅋㅋㅋ 서로 잘 이해를 못하죠.

그런데 샘터님은 생산적으로 쓰고 계실 것만 같아요. 언뜻 봤을때 사업을 하시는 것 같으니 투자의 개념이 아닐지?ㅎㅎ
예를들면 호빵맨 지갑이랄까?ㅋㅋㅋ 돈이 진~짜 많으면 가계부가 필요없답니다. 그런 타입이 아니실지?ㅋㅋ

저녁 거하게 먹고 샘터님 댓글보면 충전하고 있습니당! 샘터님도 좋은 밤되세요 :D

평소에 돈을 잘 쓰지 않는 가운데
가계부를 통해서 현금흐름을 잘 파악하고 계시니
금방 금방 돈이 모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무작정 모으기 보다는
모으는 돈이 어디에 쓰일지를 염두해두고
모은다면 갠적으로 생각하기에
동기부여가 더 잘 되지 않을까 싶네요

스트레스를 겪어도 만회(?)해서 다행이네요

sindoja님 반갑습니다.

네- 현금흐름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Input이 많지 않아 그다지 빨리 돈이 모이지 않지만서도 ㅎㅎㅎ

일단 종자돈 만들기가 목표였다가 일단은 결혼자금을 위해 모으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동기부여가 약하네요..ㅋㅋ 농담이였어요.

댓글도 조언도 보팅도 감사드려요. 워낙 단순해서 고통도 행복도 두 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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