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소고기

in #kr-diary8 months ago

 마지막으로 소고기를 집에서 먹은 게 1월. 요리 사진을 남겨놓아서 알 수 있었다. 그러니 8개월만에 소고기를 산 것이다. 이번에는 이변이 있었다. 평소에 내 고양이에게 한 점을 주려고 해도, 그다지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오늘은 냉장고에서 고기를 꺼내자마자 채터링을 하며 마구 뛰어오더니 내 옆에 와서 마구 귀여운 짓을 했다. 이번에는 먹고 싶은 모양이라서 밑간을 하기 전에 미리 조금 잘라서 구워줬다. 맛있게 잘 먹기는 하던데 그렇게 간절하지는 않았던지, 다 먹고도 더 요구하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나를 위해 고기를 익힐 차례였다. "마늘, 버터, 당근, 자우어크라우트." 흥얼거리며 재료를 꺼내고, 문득 새로 산 팬으로 스테이크를 먹는 게 처음이라는 걸 깨닫고 설레기 시작했다. "월계수 잎은 왜 넣냐고?" 이제 몇 장 남지 않은 월계수 잎도 넣고, 다른 허브류도 기분따라 넣었다. 향이 겹쳐서 너무 많이 쓰지 않는 편이 좋다지만 아무렴 어때. 이렇게 고기를 다 익히고 레스팅하는 동안, 팬을 바로 닦아주었다. 나는 새로 산 팬을 꽤 아끼고 있다. 5월 초에 사고 4개월이 지났으니 그렇게 오래된 건 아니지만, 아직도 초심을 잃지 않고 잘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름 뿌듯하다.
 고기는 평소랑 비슷하다. 매번 아주 조금만 덜 익히는 편이 좋았겠다고 생각하지만 언제나 또 살짝 더 익혀버린다. 그래도 맛있었다. 덜 익어서 질긴 것보다는, 조금 더 익은 게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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