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대롱 대롱

in #kr-mindfulness6 years ago

저 높은 허공에 매달려 거기서만 오르고 내리길 반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듭니다. 번지 점프 줄에 대롱대롱 매달린 건지, 아니면 트램펄린에 올라탄 것인지...

그러고 보니 꽤 어려서부터 허공을 멍하고 응시하는 습관이 있었던 것 같네요. 최소한 사춘기가 시작되면서부턴 그랬던 것 같군요.

국민학교 4~5학년 때 쯤인 것으로 기억합니다. 고열로 신음하며 방에 누워 있었습니다. 잠깐 정신을 잃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제 시야에 마치 천정 쯤에서 아래를 내려다 볼 때에 보일 수 있는 장면이 들어왔었습니다. 누워있는 제 모습이 보인 거지요.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저는 마치 연기처럼 가볍게 허공을 유영하는 듯 했구요. 마치 혼백이 빠져나와 저를 떠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놀라거나 두렵다기 보다는 생경했고 뭔가 명료하진 않아도 가벼운 기쁨 같은 것을 느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확히 그게 어떤 현상인지는 모릅니다.

그것 때문은 아닙니다만 언제부터인가 이상주의자가 된 듯 합니다. 사람으로 구체화된, 다양한 것들이 뒤섞인,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그런 것 말고 관념과 추상을 통해 납득되는 가치들. 어쩌면 오랜 세월 몸에 밴 이 습관으로부터 지금도 자유롭지 못 합니다. 그 바람에 쓴 잔을 꽤 마셨으면서도.

저도 사람이고 모두 사람인데.

올바른 해석인지는 몰라도 서양의 종교인 기독교는 인격신을 상정하는데 동양의 종교라고 할 수 있는 유, 불, 도교에선 인격보다는 가치나 개념 같은 것을 구하는 것 같고, 제 생각이 맞다면 그 이유는 뭘까 궁금했습니다. 지금도 풀지 못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제가 어떤 인격을 따른다는 것에 남다른 저항이 있어서 그런 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자칫하면 허공에 매달릴 수 있다는 점일 텐데 제가 요즘 그런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불현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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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날 더운데 시원하게 보내시고 계신가요?
나이 들 수록 왜 점점 힘들어져 갈까요?
그래도 아버지 이니 어깨 쳐지면 안됩니다.

화이팅 입니다.

넵. @banguri 님도 화이팅입니다. 아직 더위 가운데여도 그나마 바람이 불더군요.

점점 다른이들을 의식하며 허공에 붕붕
뜨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답니다~
그런데 저는 제주에 와서 좀 더 저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제주살이는 그래서 부러워요. 사실 일상은 한 순간도 같지 않은데 익숙함에 빠져 점점 한 방향으로만 가게되지요. 그러다 심지어 지루해 하기까지 하구요. 해서 일상에서의 벗어남은 익숙함을 깨뜨리고, 새로운 것을 느끼는 제게 집중하도록 하는 것 같구요.

선생님 글을 보면서, 문득 밖에서 저를 보고 있는 또 다른 관점을 느낍니다. 음.. 글을 쓰면서도 그 자신을 보고 있는 관점이랄까요. ㅎㅎ

흐미. 무신 말쌈?

여튼 올해는 제가 직관과 통찰이 뭔지 쫌 알았으면 하는 맘 간절합니다. 이곳 스팀잇의 몇몇분들께서 그 일 쫌 해주셨음 해요.

어쩌면 땅에 발 딛고 사는 삶을 잃어버리면서
더 그런 지도 모르겠네요.

온몸으로 내려와야하는데
한 발 두 발 내려오기는 두려운...

말씀 맞다나 도시에서의 삶이 주로 고층 아파트여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목소리보단 남의 목소리를 신경 쓰며 살아서 그런지도 모르겠구요.

저도 가위에 눌렸을 때 그랬던 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유체이탈 비스무레하게 ㅎㅎ 그래도 역시 여전히 유물론자긴 하지만요...

서양의 인격신... 아마 불교나 도교에 비해 좀 더 인간의 자아에 더 큰 기대를 했던 결과물이 아니었을까요 ㅎㅎ

그럴 수도 있겠군요. 생각해 보지 못 한 발상입니다. 인간에 대한 기대 같은 것일까요? 이래서 스팀잇은 제게 영감을 주고 자양분이 됩니다.

저는 추상보다는 구체의 세계에 머무르는 것을 더 좋아해서 인격신을 따르는 데도 거부감이 전혀 들지 않나 봅니다. ㅎ spaceyguy님처럼 고도의 추상화된 세계에 사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추상과 구체를 적절히 오가는 것이 최선이겠으나 스스로가 좀 더 편안해 하는 세계에 머무르려는 경향을 거스르려는 것이 어쨌든 상당히 힘든 일 같기도 합니다.

고도의 추상이라면 또 나름 의미도 있을 듯 싶네요. 대극은 통하니까. 어설픈 이상주의자인 것이 못 내 안타깝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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