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문재인, 김정은의 술
목요일이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에 마실 술을 사야 할 목요일이다.
나는 비록 무지렁이이지만, 민주주의 국가이자 자본주의 국가에 사는 무지렁이이므로 남북의 최고 권력자들이 마신 술을 맛볼 수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배주, 문배주를 마셨다. 문배주는 고(故) 김대중 대통령과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고 노무현 대통령과 김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에서도 건배주로 쓰였다.
문배주의 역사는 1000년이 넘는다고 한다. 1000년까지는 모르겠고, 최소 5대에 걸쳐 150년간 빚어왔다는 사실은 문서로 확인된다. 현재 식품명인 이기춘 선생이 만든다. 문배주는 무형문화재이기도 하다.
‘문배’란 야생배를 일컫는다. 그렇다고 문배주를 문배로 빚은 것은 아니다. 문배주는 수수와 메조, 쌀을 증류해 만든 술이다. 문배를 넣지는 않았으나, 술에서 문배 맛이 나서 문배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문배주는 유리병에 든 알코올 도수 23도, 25도, 40도짜리와 자기에 든 40도짜리 선물용이 있다. 정상회담 때 마신 것은 자기에 든 것이다. 내용물이야 같으니까, 나는 유리병에 든 40도를 샀다. 200㎖ 한 병에 약 1만 1000원.
문배주는 무색투명하다. 구수한 단내와 함께 알코올 기운이 올라온다. 꽤 독하겠구나 싶다. 고량주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고량주보다는 좀 더 달고 신선하다. 화려한 맛이랄까.
목구멍을 열고 술을 털어 넣는다. 훅, 달큰한 맛이 치고 들어온다. 아, 이게 문배로구나. 문배를 먹어본 적은 없지만, 어떤 맛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대번에 알 수 있다. 아주 힘찬 술이라는 인상이다.
과일의 풍미가 사라지자 입안과 목구멍이 후끈거린다. 그래 40도였지. 도수가 높지만 목 넘길 때 걸리는 느낌은 없다. 술이 사납지 않아, 독주를 마셨을 때 속이 뜨거워지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조금씩 음미해보기로 한다. 역시 잘 익은 과일맛이 난다. 약간의 단맛이 섞인. 그리고 고량주와 비슷한 풍미가 느껴진다. 수수 때문인 것 같다. 피니시에서는 감초향과 불맛이 뒤섞인다. 내게는 좀 비리다.
도수가 높아 온더락으로 먹어도 괜찮다. 나는 평소 독주를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편이지만, 문배주는 온더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부담스러운 피니시가 둥글둥글 은은해져 한결 좋더라.
흔히 문배주와 고량주를 비교하곤 한다. 앞서 말했듯 수수 때문이다. 나는 오히려 위스키가 떠오른다. 오래 숙성한 위스키만은 못하지만, 문배주의 여러 곡물이 다양한 맛의 층을 구현한다.
생각 보다 무지 싸네요 .
얼마전 먹었던 연태고량주랑 비슷한 가격이군요
예 한 번쯤 드셔볼 만한 술이라고 생각합니다^^
helpfully post thank you
다소 기름진 안주보다는... 음... 담백한 안주가 어울릴거라는 느낌이 듭니다. 음... 뭐가 좋을까요. 한참 생각했는데 안떠오르는거보니 안주가 필요없는 술인가 봅니다. 굳이 집어보자면 투명하거나 뽀얗고 얼큰한 대구탕? 직접 즐겨보신 칼님의 의견은 어떠십니까 :D
저는 보통 안주 없이 먹습니다... 그러다가 흥이 오르고 잔을 연달아 비우고 취기가 오르면 닥치는대로 먹... 크흙
말씀대로 담백한 것들 좋을 거 같습니다. 나물류가 언뜻 떠오르고, 고기 중에서는 삶은 고기가 좋을 것 같아요. 말씀대로 대구탕과도 궁합이 맞을 듯 합니다.
막상 저는 냉동이랑...
ㅡ.,ㅡ 그럼 처음부터 안주랑 드시는거랑 별반 다를게 없어 보이는데요?
묵직한 지적...
크흡... 칼님... 냉동에 대한 조예도 같이 뽐내는 코너를 만드시면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
크흛 그것은 너무나도 슬픈 코너... 그리고 어차피 결론은 비비고 만두 아닙니꽈 ㅋ
비비고 만두를 뛰어넘을 무언가가 있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ㅋㅋㅋㅋ
오 느낌과 달리 가격은 나름
서민적이군요ㅎㅎ병이 화장품같이
생기긴 했지만 한번 마셔보고싶군요-!
ㅋㅋ 실제로 보면 병 디자인이 나쁘지 않답니다. 저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게, 전통주의 고루한 이미지를 탈피하려고 노력한 것 같더라고요. 술맛이야 뭐. 뛰어난 술입니다.
듣고보니 그런 노력들이 보이는 듯 합니다.
둘러보니까 좋은 글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자주 놀러올게요-!
늘 느끼는거지만 술에 관한 포스팅은 막 복사해서 훔쳐가고 싶습니다... 멋지십니다..
영광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니 기쁩니다... ㅠㅠ
목욜이면 기다려지는 주님 포스팅이네요^-^
40도면 엄청 센 것 아닌가요?
우와 ㅎㅎ
저도 목욜을 기단답니다 ㅋㅋ 그런데 도수에 비해서는 덜 독해요. 25도짜리 소주보다 목넘김이 수월하답니다!
40도 짜리 강한 술이었네요? 정상끼리 이거 몇 잔하다가 훅가서 "고마 통일 하입시더" 하면 좋겠습니다ㅎㅎㅎ 방에서 일어나보니 "응? 어제 북남이 통일하기로 했다고? 아 이제 북남이라고 말하면 안되갓구나"
으헠ㅋㅋㅋㅋㅋㅋ
왕자님, 하지만 김 위원장 주량이 와인 10병이라고 함니다...
디테일이 빠져서 추가했습니다ㅋㅋㅋ
ㅋㅋㅋㅋ 댓글장인!
와인 10병이요???????? 이럴수가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진실은 과연
아직 독한 술에 익숙하지 않지만 이 글 보니까 꼭 40도짜리를 마셔보고 싶네요.ㅎ 언더락을 해서라도..
정말 병이 너무 이쁘게 생긴듯..ㅎㅎ
낮은 도수의 문배주보다, 높은 도수를 희석해서 드시는 게 맛있을 것 같습니다! 음주 포스팅 학수고대 하겠습니다!!
세상에 참 모르는 술도 많군요. 더불어 포장용기가 예쁜 술도요~
많이 배워 갑니다 ㅎㅎ 스킬이 좀 쌓이면 마트에 가서 아는 척도 좀 할 수 있겠네요. 들어줄 사람도 없지만.. ㅜㅜ
갑자기 슬프게 끝나는 댓글은 무엇... 흑흑...
!!!!!!!!!! 이거 사고 싶었는데 때마침 다 팔리고 없어서 대신 화요 25%를 ㅜㅜ
개인적으로 화요보다는 훠얼-씬 좋은 술이라고 생각합니다.
;ㅂ ; 사려던 술이 동네 홈플러스에도, 롯데 백화점에도 없더라구요.
헐.. 화요 25 완전 향 좋고 맛있는데(시작은 향긋한 사케 같고 끝은 묵직한 소주(녹색병 그 아이들 말구요..) 같아요) 대체 문배주는 어떤 술이란 거죠?!!!!! 반병 마시다가 아까워서 넣어 놓고 와인 꺼냈어요. 하아.. 이걸 한 병만 사왔다니 ㅠㅠ
화요도 좋은 술이죠. 그런데 이런저런 전통주 마시다보니 화요의 장단점이 보이더라고요. 화요는 잘 만든 공산품 같은 느낌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