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이유 #2] 블랙팬서 - 순진하고 재미없는 영화
<-- 이하 스포 작렬 -->
극장에서 예고편 입벌리고 보고 무척 기대했던 작품이었다. 블랙 팬서라는 캐릭터의 세련되고 야성적인 비쥬얼과 아이언맨을 능가하는 백그라운드가 좋았다. 고도로 발달한 과학과 전통이 공존하는 특별한 세계관이 흥미로웠다.
그런데, 다 좋은데, 재미가 없다. 정말이지, 이렇게 재미없을줄은 몰랐다. 전개는 늘어지고 시나리오는 설득력이 없다.
오랜만에 '사연있는 악당' 캐릭터를 봤다. 언젯적 유행인가... 다시 '사연있는 악당', '우리가 이해해줘야 하는 악당'의 트렌드가 도래한건가? 이번의 악당은 난이도가 높아서, 막판에는 감정이입이 악당에게 될 정도였다.
에릭의 왕위찬탈은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 옳은 프로세스로 적법한 지위를 갖춘 새 왕에게 무슨 근거로 '왕위를 도둑질한 놈'이라고 손가락질 할 수 있나? 오히려 나중에 등장한 곱게 자란 왕자님이 "난 항복했다고 안했고 죽지도 않았다"며 '왕위를 되찾겠다'라고 나오는게 더 꼼수같다. 정정당당히 결투에 임했고 졌으면 승복해야지 지가 뭔데 '내 자리 내놔'라고 징징징...
에릭은, 평생동안, 그리고 마지막 싸움에서도 늘 불리한 위치에 있었지만 불평한 적이 없다. 마지막 전투도 에릭에게 너무 불리한 싸움이었다. 보통 히어로 영화에서 불리한 지형은 히어로의 승리를 돋보이게 만들어주는데, 이 영화는 반대다. 자기집 안마당에서 너무 유리한 지점을 가지고 쉽게 승리를 거둔다.
블랙 팬서의 캐릭터는 매우 매력없다. 내가 마블에서 가장 안좋아하는 캐릭터가 미쿡 대장인데, 블랙팬서도 마인드가 거의 캡틴 아메리카 끕이다. 매력을 느낄 구석이라고는 오로지 외적인 부분밖에 없었다. 내가 가신이라면, 착하기만 한 왕을 모시고 싶지는 않다.
에릭은 심지어 블랙팬서보다 잘생겼고 스타일리쉬하다. (갠취) 그의 마인드가 바른건 아니지만, 비정상적인 극단의 선함과 악함의 정도로 둘을 비교하자면, 에릭쪽이 그나마 정상에 가까운 것 같다. 좋은 가신을 데리고 생각의 변화를 이끌어낼수만 있다면 더 좋은 왕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영화에서는 그럴 가능성을 아예 제거해버렸지만...)
마블 유니버스에 자연스럽게 끼워넣으려면 국제무대에 와칸다가 등장해야 한다. 이번편은 그 계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리즈에 의미를 가지는 중요한 편이었어야 하는데, 결론적으로는 설득력이 없다. 흑인문제, 난민문제 등 예민하고 까다로운 주제는 다 건드렸는데, 결론적으로는 무슨 초등학생이나 할법한 이상적인 소리를 하고 앉았다. 우월한 위치에 서서 미개한 세계를 바꾸겠다는 자만심은 대체 어디에서 나온건가.
영화 초반 대영제국 박물관 비브라늄 도난 씬에서 에릭이 영국인 큐레이터에게 말한다. "당신들은 (이 박물관의 유물들을) 돈 주고 사온건가? 다른 모든것들처럼 훔쳐온 것이 아닌가?" 가장 야만적이고 탐욕스러운 인간의 끔찍한 본성을 이미 겪었음에도, 와칸다는 배운게 없어보인다. 세상은 와칸다 생각처럼 만만하지 않다. 국경을 열고 지식과 자원을 나누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와칸다의 몰락은 예견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주인공 일당의 소름끼칠 정도의 선의와 순수함이 진절머리 났고, 내가 극장에 앉아서 남의 집안 싸움이나 보고 있어야 하나 싶었으며, 악당보다 부정해보이는 곱게 자란 부잣집 도련님의 뜬구름잡는 소리에 공감이 안갔다. 그러니 재미가 있을수가 있나.
한마디로, 참 가식적인 영화다. 세상의 더러움에 대한 문제의식은 잔뜩 심어놓고, 그에 대한 영화의 태도는 참 성의없고 순진하다. 하려면 제대로 하고, 못할거면 하질 말지, 이건 뭐...
결론적으로 노잼이었다.
p.s> <라이언 킹>과 <햄릿>의 유사성 논의에 <블랙 팬서>도 연결지으려는 시도가 있다. 고전적인 플롯의 유사성이 있긴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에릭 캐릭터에 있다. 그는 삼촌이 아닌 사촌이고, 꼼수가 아닌 정당한 절차를 거쳤으며, 결정적으로 다른 왕과 다르게 분명한 목적 의식을 가지고 있다.
않는다 보지 재미 없는 영화
고맙다. 알려줘서
한다요 보팅
잉 구글 번역 왜 이리 좋아졌죠? ㅠㅠ
세계관(배경)만 좋고,
스토리 구성을 탄탄하게 못 했나 보군요 ㅠㅠ
ㅋㅋㅋㅋㅋㅋ 뭐하고 계신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 아 뜬금없어서 터졌네 ㅋㅋㅋㅋㅋ
세계관은 정말 매력 철철 넘치는데, 그걸 영상으로 구현도 잘했는데, 아무리 히어로영화에서 줄거리는 개나줘 라지만 이건 아닌거 같아요. ㅠㅠ 캐릭터가 매력이 없고 악당이 더 멋있는 밸런스 붕괴;
예컨대 토르:라그나로크도 줄거리는 완전 엉성하지만, 애초부터 "난 뜻깊은 영화가 아니야!"라는 스탠스니까 그게 전혀 문제될게 없거든요. 그런데 블랙팬서는 "난 좀 먹물 냄새가 날꺼야..."라고 하면서 입으로만 떠들고 말아버리니 짜증나는 듯요
아 영어처럼 말하는 거 재밌어서...ㅋㅋㅋㅋㅋ
자야되는데.. 그냥 오늘 조금 우울하네요 ㅋㅋ
포스팅 하기 귀찮아서
그냥 쉴까 생각도 있고 ㅜㅜ
만약 네가 파란색이라면 마셔라 보드카 자라 깊게 그리고 쉬어라 편하게 나는 응원한다 너의 휴식과 안정을
저도 공감해요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왕위에 올랐으면 승복해야죠
고릴라 바쿠도 "정당한 결투였나? 같은 무기로 싸웠나? 그럼 머가 문제야?" 라고 말하죠
근데 결국 도와준다는.. ㅎㅎㅎㅎ
와칸다의 국력이 너무 사기 수준이라서 좀 개연성에 금이간 편이 아니었나 해요
타노스 군단과 대결하기 위해 지구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밖에 없는 희생이 아닐까요?
어쨌든 그 국력과 과학을 가지고 왜 그러고 살았나 모르겠네요.
흑인들 다 노예로 끌려갈때 왜 가만있었나?
백인이 왔을때 슈리는 왜 "식민정복자"라고 그랬나?(자기는 식민지 겪어본적도 없으면서)
블랙팬서 슈트는 왜 방어력만 높이고 공격 무기 장착은 안했나
충분히 아이언맨 슈트보다 더 나은 기능을 장착할 수 있을텐데 말이죠 ㅋㅋㅋ
예를 들면 클로킹 기능이나 비행기능, 슈리랑 도둑넘이 쓰던 광선포 기능...
와칸다 국민들은 충분히 슈퍼군단이 될수 있는데(그 심장모양 꽃이 무지 많았으므로) 왜 안함?
그리고 그 좋은 무기 놔두고 왜 치고받고 싸우고 엉뚱한 코뿔소 씀?
여러가지로 공감이 안 됐던 편이었네요
영화보면서 들었던 생각인데 저는 이렇게 멋지게 글로 표현이 안되네요 ㅎㄷㄷ 잘 정리해주셔서 감사해요 +_+
ㅎㅎㅎ 맞아요 헛점이 너무너무너무 많아요 ㅠㅠ
구구절절 맞는 말씀입니다! 츤데레 고릴라도 그렇고 기본적으로 와칸다 사람들은 다 준법정신이 투철한가봐요 -ㅅ-
흑인들에 대한 태도를 보면 결국 이 컨텐츠도 백인 중심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요. 백인이 보기에 흑인은 대륙과 나라를 넘어선 하나의 또 다른 '인종'이고, 그러니 도와줘야 하는 당위성이 생기는거죠. 사실 노예로 팔려간 민족은 셀 수 없이 많았는데 말이예요. 물론 흑인이 압도적이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흑인 노예 문제보다 남아메리카 제국들의 몰락이 더 떠올랐어요. 압도적인 자원의 우세함과 과학 기술도 보유하고 있었지만 순진한 초동대처가 너무 쉬운 파멸로 결론났던... 말씀대로 와칸다 국력은 '사기 수준'이니 그렇게는 안되겠지만(앞으로의 시리즈를 위해서라도), 실제 상황 이었다면 글쎄, 평균적인 지구 삶의 수준을 올린다는 이상이 과연 실현될수 있을지... 회의적입니다.
그 슈퍼 군단을 에릭이 만드려고 했는데, 자기편 하나 없이 외롭게 스러져갔죠... ㅎㅎ... 휴. 역대 악당 중 가장 고독하고 불쌍한 캐릭터 아닌가 싶 ㅠ 여러모로 씁쓸해요.
재미없다는 정보 감사해요...^^
당연히 포스팅도 안 읽었죠..
농담 아니고 진짜 감사해요 ㅎㅎ
물론 미미해도 보팅금액은 바꿔놓고 가요
ㅋㅋㅋㅋㅋ 부디 라흐님께도 재미없는 영화가 틀림없길 바랍니다! 지식이 깊은 분이라 왠지 분명 재미없게 보셨을것 같아요.
오옹!!!! 그렇군요!!! 스포잘봤습니다!! 요놈은 안보는거로!!!! +-+♥
네 저는 재미없었어요. ㅠㅠ 주위 평도 그닥 안좋아요. ㅠㅠ
마블영화중에 꾸벅꾸벅 졸면서 본 영화는 처음입니다 -ㅅ- 기대가 큰만큼 실망도 컸네요.
저도요! 휴... 마블 영화가 아니라 DC 영화 보는줄 알았어요 (응?!)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말 제가 같이 보러간 친구한테 영화끝나자마자 한 말이에요 이유님 ㅋㅋㅋㅋ (저스티스리그 보고 대실망한 뒤인지라 ㅋㅋㅋ)
앜ㅋㅋㅋㅋㅋㅋ 뭔가 'DC 영화'는 '재미없음'의 다른 표현이 된듯도 합니다.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그러게요.. 마블의 대항마여야 할 디씨가 어쩌다... (또륵) '혼자서는 세상을 구할 수 없다'더니 슈퍼맨 혼자 다때려부수던 장면이 아직도 새록새록.. 그거말고도 마음에 안드는 게 한둘이 아니지만 즐거운 일요일밤 이유님 기분을 망칠순없으니 이정도로만 할게요 ㅋㅋㅋㅋ
스포 작렬이라는 말에 글을 못읽겠습니다 ㅠ,ㅠ
호불호가 너무 갈려서 ㅋㅋㅋㅋ 볼까 말까 엄청 고민하고 있어요~
아아... 기리나님을 위해 스포가 없는 버전을 다시 써볼까... 라는 생각을 3초간 했으나, 주로 까는 부분이 다 날아가버려서 안될것 같습니다. ㅠㅠ
영화 초반부에는 육성으로 "우와 멋있다" 소리가 절로 나왔는데, 그게 다였어요... 액션씬도 별로 볼 것 없고, 블랙 팬서라는 진짜 섹시한 캐릭터 갖다가 뭐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제 주위에 '호'는 없는거 같아요 후덜덜
안녕하세요....
ㅋㅋㅋㅋㅋㅋ 잼이 없는 영화 포스팅 하는건 첨 바요...^^*
팔로우하고 갑니당^^*
저는 주로 맛없는 맛집, 잼없는 영화, 요런걸 포스팅합니다 (!??!) ㅋㅋㅋ
감사합니다! 자주봬요 ^^
절대동감하는 평이네요...근데 이상하게 평은 엄청 좋습니다..
IMDB 평점보고 깜놀했어요. 흑인이 대거 등장해서 기본적인 까방권이 주어진건지 -ㅅ-?
개인적으로도 노잼이었어요. +_+
다만 블랙팬서에 나오는 새로운 여성 캐릭터들이 신선했어요!
화장기 없는, 주체적인, 시니컬한!
아아 같이 본 친구도 그런 이야기 하더군요. 나키아가 좋다고... 저는 제너럴이 더 좋았지만요. 나키아같은 나이브한 이상주의자보다 현실에서 최선을 다하는 장군이 더 취향이랄까용♡
흥미 진진하게 스포를 봤습니다 ㅎㅎㅎ 팬서는 패스~ ^^
혹시 ioe3 님 취향인데 제가 설레발친건 아니길... 재미없을거예요!!
영화 외적인 부분이 훨씬 흥미로운것 같아요 @_@
여기 다른분들도 다들 공감하시는데요!! 리플이 읽는게 더 재밌을듯! ㅎㅎ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돌을 던지고 싶습니다...! (응!?)
영화에서 우먼파워가 대단한데, 실제 배우들도 훌륭하더라구요. 블랙팬서 역의 채드윅 보스만은 잡지 화보가 훨씬 더 멋있더군요...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