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처음 가상화폐를 알려준 사람

in #kr8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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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말쯤 큰아이가 자기 생일 선물로 비트코인을 한개만 사달라고 했다. 초 6학년때 일이었다.

"그게 뭐야?"
"코인"
"새로 나온 게임이야?"

빠르게 구글링을 하고 당시 코인 1개가 3백달러라는걸 알게 되어 꿈도 꾸지 말라 당부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비트코인이 2만달러에 육박했을때 아이는 나에게 자기말을 듣지 않았다고 타박을 줬다. 요즘에 들어서야 그 타박이 줄었지만 한동안 거의 매일 반복되는 코멘트였다.

"엄마는 내 말을 들었어야 해."

뭐 달리 할말이 없었다. 그렇게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이라는 걸 알게 되고 스팀잇을 알게 되고 오늘까지 스티미언으로서 달콤한 생활을 하고 있다. 요즘 아이는 매일 스팀형제 시세를 보며 나에게 코치를 해주곤 한다. 그러나 씨드머니가 있는 것도 아니고 줄창 아이의 이야기만 듣는 척 한다.

"난 커서 부자가 될거야."

아이에게서 부자가 되고 싶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사실 나는 가슴이 아려온다.

아이는 어려서 동심을 잃었다. 아빠의 사업이 어려워 한학기동안 학교에 다닐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학기중에 집에 머물러야 했을때, 홈스쿨링을 한 혼자 해야 했을때, 친구들과 다른 삶을 살아야 했을때, 지방의 작은 도시로 이사를 가야 했을때, 그때였다. 아이가 자신의 생물학적인 나이보다 훌쩍 커버린건. 당시 아이의 나이는 만 6세였다.

아이의 꿈이 "부자"가 된건 그때부터였다. 나도 당시의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눈물바람부터 나는데 아이는 오죽했으랴 싶다. 얼마전 아이가 고백 비슷하게 이야기했다. 당시 자기는 돈이라는게 그렇게나 중요한건지 깜짝 놀랐다 한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기로 결심했다 한다. 내가 어린 아이에게 무슨 짓을 했나 싶다. 당시의 현실적인 상황을 아이눈높이에 맞춰서 설명해준다고 한것이 아이로선 꽤나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이었나 보다.

무튼 아이는, 그래서 지금 공부하는 경제학 과목을 굉장히 좋아한다. 얼마전 사회계층별로 노후대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웠다고 한다. 엄마는 얼마나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스팀잇을 열심히 한다라고 대답했다.

"휴! 내가 엄마의 노후대책이 되어야겠군"

-됐거든! 말이라도 고맙네.

"나중에 엄마는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 잘 모를수도 있어. 엄마가 나중에 나에게 연락을 하려면 에이전시를 통해 내 비서에게 연락해야 할 거야. 엄마 생일이 되면 나의 비서가 에이전시를 통해 선물을 보내줄거야."

-영화를 너무 많이 봤군.

"나는 30살까지 공부를 열심히 해서 30살부터 돈을 벌거야. 그리고 50살에 은퇴할거야"

-그럼 설마 30살까지 뒷바라지를 하라는건 아니겠지. 너 군대도 가야해.

"내가 부자가 되면 50%는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고 나머지 50%에서 1%는 엄마 줄께."

-고작 1%라고!

아이는 조잘조잘 신문에서 본 이야기들을 늘어 놓는걸 좋아한다. 남북한 이야기, 기업 이야기, 신상품 이야기, 투자 이야기 등등... 동심을 잃어버린 공간에 제 나름의 정보와 현실 캐기를 채우려고 하는 것 같다. 곁에서 보기엔 짠할 때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아이의 인생에 긍정적인 전환점이 된게 분명한듯 한다. 아니,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그렇게 믿고 싶다. 요즘은 부러도 경제교육을 시킨다는데 저절로 눈을 뜨게 되었으니 어떻게 보면 아이에겐 행운이 되었을수도 있겠다고. 물론 행운일지 불운일지는 더 커봐야 알겠지만 말이다. 아이의 미래가 궁금해서 나는 오늘도 열심히 운동하러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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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지분 1%를 이미 평생써도 남을 돈으로 생각하고 있을지도...ㅎㅎ
그렇다면 99%%는? 아드님과 친하게 지내고 싶군요.

ㅋㅋㅋㅋ 맞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더군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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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꿈도 크고 똑부러지고 엄마생각하는 마음도 있고 너무나 멋집니다!! 에빵님 진짜 아이 잘키우시고 계신거 같아요. 힘들었던 세월이 아이를 강하게 만들거예요. 저도 그랬거든요 히힛
그리고 에빵님이 옆에 든든히 계시니까 돌이켜보면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 힘든 시절도 잘 이겨낸거라 생각해요. 아이의 미래가 궁금해 운동을 가신다는 에빵님 화이팅입니다:)

한동안 아이하고 많이 부딪혔는데, 사춘기...ㅜㅜ 지금은 사이가 좋아졌어요. 제가 잘 키운건 아니고요... 저 모습이 다는 아니니까... 한 부분이니까요 ㅋㅋㅋ 무슨 말인지 아시죠?

아이의 꿈이 구체적이고 계획적이네요. 놀랍습니다. 부모로써 그런 모습이 안쓰럽게 느끼실지 몰라도 항상 응원하주시길 바랍니다! 힘내세요. 이글을 보니 저희 어머님이 보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어머님께 전화라도 드리세요 ㅋㅋㅋ

어헛. 2015년부터 비트코인에 관심을 갖다니 놀라운 일이군요 ㅎㅎㅎ 부자가 꿈이라고하니 부자가 되고 나면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주시면서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쩌다 신문 기사를 본 모양이더라구요. 저는 뭐 귓등으로 들었겠죠? ㅋㅋㅋㅋ 부자가 어떻게 될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아무 생각이 없어요. 그냥 되고 싶은것일분 ㅋ

아이가 멋진 생각을 가지고 있네요!!
세상을 보는 눈이 참 좋은 것 같아요.
멋진 성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이것저것 관심이 많다는 것만 칭찬해주고 있답니다. ㅎ

아이가 참 성숙했네요~ 요새 아이들 같지 않습니다. ㅎㅎ 저도 말씀처럼 아이에게 행운이 되었다고 봐요. 남에 의한 교육보다는 스스로 깨우치고 느끼는게 진자 좋은 거지요. 앞으로 암호화폐가 떡상 기회는 차고 넘치게 올 거에요. 그 기회 잘 잡으셔서 꼭 부자 되시길 기원할께요~ㅎㅎ

정말 행운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뿐이랍니다. 어떻게 부자가 될지는 아이도 아무 생각 없어요 ㅋㅋㅋ

아이를 보는 에빵님의 눈빛이 눈에 선해요
사랑하는 마음 대견한 마음 안쓰러운 마음
모든 감정이 들어있는 엄마의 눈빛...
아이가 정말 똘똘하고 강단도 있어 보여요
에이전시 안 통해도 될 때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할 것 같아요^-^

엄마의 마음을 읽어주셨군요. 맞아요. 그런 복잡한 마음 ㅠㅠ 에이전시는 좀 웃기지 않나요? ㅋㅋㅋㅋ 요즘은 아이랑 대화하는게 즐거워요. 한동안은 마주치기만 하면 으르렁댔는데 ㅋㅋㅋ

아 뭔가모를 감동이...

마음이 짠하죠 ㅜㅜ

아이의 미래가 궁금해서 나는 오늘도 열심히 운동하러 가야 한다.

넘 멋진 어머님 ^^
노후대책에 스팀잇만큼 좋은게 없을거라 믿습니다.ㅎㅎㅎ
그냥 언젠가 아이가 알아야할 내용을 조금 일찍 관심을 가졌다라고 생각하심이 ^^ 자제분이랑 이야기할려면 에빵님 공부도 하셔야할듯.ㅎㅎ

좋게 해석하려고는 하는데, 한쪽 마음이 자꾸 미안해지곤 한답니다. 전 경제공부가 참 안되더라구요 ㅜㅜ 걍 운동이나 하는걸로 ㅋㅋㅋㅋ 아! 아이가 저를 '1980년'이라고 놀린답니다. 트렌드도, 테크닉도, 사고도 그때 방식이라나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