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424 ○ 자유를 상상하는 죄수

in #kr13 days ago

"이 나무는 이곳 산속에 고독하게 서 있다. 이 나무는 인간과 짐승을 훌쩍 넘어 높이 자랐다.
나무가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해도 이 나무의 말을 이해해 줄 자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높이 자라난 것이다. 이제 그 나무는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무엇을 그렇게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그 나무가 구름과 아주 가까운 곳에 깃들여 있다 보니 혹시 첫 번째 번개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차라투스트라가 이렇게 말하자 그 청년은 격렬히 몸부림치며 외쳤다.

"그렇습니다, 차라투스트라여. 그대는 진리를 말하고 있습니다. 내가 높은 곳에 오르고 싶었을 때, 나는 나의 몰락을 갈망했습니다. 그리고 그대는 내가 기다렸던 번개입니다! 보십시오. 그대가 우리에게 나타난 후에 나라는 존재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나를 파멸시켰던 것은 그대를 향한 질투입니다."

청년은 이렇게 말하며 슬피 울었다. 그러자 차라투스트라는 그를 팔로 감싸 안고 계속 걸었다.

그대는 아직은 자유롭지 않아서 자유를 찾아 헤매고 있다. 그대의 찾아 헤맴이 그대를 밤 지새우게 했고 극도로 긴장하게끔 만들었다…내가 생각하기에 그대는 아직도 자유를 상상하는 죄수다. 아, 그러한 죄수들은 영혼이 현명해지지만, 또 간사해지고 악해지기도 한다.

─ 프리드리히 니체,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산속에 서 있는 나무에 대하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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