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의 다음 혁신의 파도는 어떤 모습일까?
진화생물학에는 단속평형(punctuated equilibrium)이라는 개념이 있다. 진화적변이가 오랜기간동안 변화가 없다가 어느순간 빠르고 폭발적으로 종을 형성하는것을 말하는 것으로, 일단 큰 변화가 있은 이후에 다시 안정을 찾는 상황이 오고, 또 어느 순간 폭발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방식으로 진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개념은 진화생물학 이외에도 사회학과 경영학, 경제학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혁신과 변화를 설명하는 경제학자들은 증기기관이나 전기, 또는 전화와 같이 폭발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인프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산업을 파괴적으로 변신시키는 힘으로 동작하지만, 이런 기술들이 인프라가 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관된 다양한 비즈니스 분야에서 여기에 익숙해지게 되면서 균형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의 커다란 혁신이 일어날 경우에 또다시 이런 과정을 반복한다는 것이 단속평형의 개념이다. 최근 John Hagel III 등이 주장하는 지속적 파괴(constant disruption) 모델 등도 있는데, 이는 파괴적 혁신의 주기가 과거에 비해 훨씬 빨라져서 더 이상 안정주기라는 것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급격한 발전을 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특정 기술에 집착해서 안정을 취하려 한다면 그 다음 혁신기술에 의해서 바로 파괴를 당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 이런 지속적 파괴모델이다.
사실 단속적 평형 모델이나 지속적 파괴 모델이나 변화의 양상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계기 등에 의해 폭발적으로 나타난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간 안정기가 매우 짧은지 아닌지의 차이가 있을 뿐). 블록체인 기술의 혁신의 역사적 단계도 이런 양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중요한 단계들을 정리한다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 비트코인 개념의 등장과 프로토타입 구현 및 거래 (2008~2010)
- 최초의 비트코인 거래소(마운트곡스) 등장 및 초기 주요 지갑, ATM 등의 실험이 시작 (2010~2014)
- 비트코인 가격 $1000 돌파 및 마운트곡스 해킹사건, PayPal 의 비트코인 거래 인정 (2014)
- 이더리움 등장 및 dApp 플랫폼 생태계의 탄생 (2015)
- 다양한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들과 플랫폼들이 등장하고, 이들에 대한 벤처캐피탈 투자의 폭발적인 증가 (2014~)
- 암호화폐 가격의 폭등 (2017)
이들 각각의 단계적 사건들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수용성과 커뮤니티의 발전 및 투자자들의 자본투입 등과 맞물려 돌아가면서 변화를 가속화하는 단속적 평형의 모습을 짧게 짧게 보여주고 있다. 2017년 암호화폐 가격의 폭등은 블록체인 기술을 일부 얼리어답터들의 실험의 장에서 일반 대중들이 이용하는 실질적인 세계 시장에 진입하게 만드는 단초의 역할을 하였으며, 자본과 미디어, 그리고 커뮤니티의 급격한 발전을 통해 또 한 차례 퀀텀 점프를 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이 과정에서 실물 경제 시스템과의 마찰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부각되었고, 여러 플랫폼들도 실제 구현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과 한계 등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이런 커다란 변화가 나타날 때 언제나 과도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결국에는 대부분 해결될 문제들이다. 그런데, 어쨌든 6단계가 이끌어낸 이런 변화는 각국 정부의 규제 움직임과 암호화폐 가격의 안정세로 이제 짧은 안정기에 들어간 느낌이다. 그렇지만, 이런 안정기가 그렇게 길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번 폭발적인 움직임을 이끌어내는 계기는 무엇이 될까? 개인적으로는 다음의 2가지 사건이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 현재 인터넷과 IT산업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는 메이저 기업이 일부 또는 전격적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기술 및 경제 시스템을 받아 들이면 일부 기업의 지배구조 또는 투자 형태에도 변화가 나타남
- 일부 OECD 국가에서 국가의 중앙화폐, 자산시장, 인증인프라 등에 블록체인을 공격적으로 양성화하는 선언 (이미 베네주엘라 등의 국가에서는 이런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에는 역부족이다)
1의 경우 현재 기득권과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들의 자기잠식(cannibalization)을 상당히 요구하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선택이며, 2 역시도 대다수 국가의 기득권 시스템에 대한 도전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많고, 미래가 보이는 상황에서는 이런 혁신기업이나 국가가 등장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는 것이 더 넌센스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런 곳들이 등장하고, 이들의 일부 실험이 성공한 이후의 사태다. 그 이후의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까? 개인적으로 1은 늦어도 2019년에는 나타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2 역시도 2020년에는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음 포스트들은 1과 2의 상황이 벌어졌을 경우에 있을 수 있는 몇몇 시나리오를 검토해 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시나리오들이 있다면 언제든지 댓글에 달아주시면 다음 글을 쓰는데 더욱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Stay Tuned!
단속평형이라는 이론이 재밌군요. 제가 알지 못하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팔로우와 보팅하고 갑니닷. 자주 뵈요~
감사합니다!
잘 읽엇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팔로우 하고 가요
감사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암호화폐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처음 주목을 받았지만, 실질적인 화폐의 역할을 할지는 기득권층이라는 큰 벽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기득권층이 쥐고 있는 화폐 시스템을 블록체인이라는 혁명으로 변화를 줄 수 있을지 매우 흥미롭습니다. 만약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면, 우리는 인류 역사상 중요한 시기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한편으로는 축복 받은 생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기득권층은 언제나 지키려다가 무너지는 역사를 선택하지요. 전체적으로 바뀌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속적인 증명과정이 진행되면서 변화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변화의 과정에서 스팀잇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예측해 보는것이 의미가 있을듯 합니다
요즘 저의 화두가 스팀잇은 지속 가능한가인데 여기에 힘을 보탤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스팀잇도 그런 변화를 끌어내는 무척 중요한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이미 하고 있습니다. 다만 보완해야 할 부분도 많지요. 경쟁이 시작되면 그런 부분에 대한 도전이 시작될 것이고, 그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되겠네요
새로운 것을 배우고 갑니다. 감사요^^
고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또 다시 제 앎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이해하기 쉽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보팅하고 팔로우하겠습니다. 다음글도 기내합니다.
감사합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도 인수합병이나 자체 화폐를 만들어 유저들에게 보상을 나눠 줄려고 시도할 것 같아요. 자신들의 플랫폼 내에서의 콘텐츠 거래와 상품 거래에도 이용할거구요. 그러나 정부 당국의 견제가 있을테니 미국의 정책적 기조와 호흡을 맞추겠죠. 이에 대해 저도 얼마전 글 하나를 쓴 바가 있죠. 박사님의 지식과 식견에 비하면 많이 미흡한 글이지만요 ^^;; https://steemit.com/kr/@plan2f/7chqxe
아 마운트곡스가 거래소였나요? 처음 알았습니다.
사람들이 마운트 곡스 마운트 곡스 할 때 맨 날 저것이 뭐지? 하였는데 이제 알게 되었네요 ㅎㅎ
'패러다임'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나오는 단계와 비슷한 것 같네요.
차이점은 시간의 범위로 패러다임 변화에는 장기간의 시간이 걸리는데 반해
암호화폐는 짧은 시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