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연기 하라고 툭 친 것 뿐... Me too 운동 동참

in #kr7 years ago (edited)

작 년 한해를 시끄럽게 했던 한샘 성폭력 사건의 공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현대 카드 사건이 터졌다. 그리고 올 해 1월,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로 대한 민국은 충격의 도가니에 휩싸이며 대한 민국을 이끄는 정치, 검찰, 법조계마저도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야 했다. 그녀의 용기 있는 행동 덕분에 한국의 미투 운동은 영화, 연극, 문학, 방송 분야로 일파만파 퍼졌다. 

그런데 오늘 아침, 또 하나의 충격적 사건이 터졌다. 아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아 추이를 지켜봐야 하지만, 배우 겸 교수인 양반의 성폭력 해명이 더 가관이다. 가슴으로 연기 하라고 툭 친 것인 뿐 이란 말자체가 본인의 성폭력을 인정하는 것인데 이분은 성폭력이 무엇인지 조차 개념도 없어보인다.

 성폭력은 성희롱이나 성추행, 성폭행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성을 매개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이뤄지는 모든 가해행위'를 뜻한다. 

이를 지켜보면서 나는 많은 사람들이 성폭력은 강간 미수가 그 이상의 정도를 해야지 그 죄가 성립된다고 생각한다고 느껴졌다. 이 얼마나 무지한가?

나는 평범한 직장 생활을 24살 때부터 31살이던 작년까지 한국서 해왔다. 프로 축구단의 홍보 매니저 직을 필두로 다양한 직업을 거쳤는데 대부분이 많은 남자들과 일을 하는 직군이었다. 

나의 첫 직장 생활의 기억은 아직도 충격적이고 나의 마음을 어지럽힌다. 대학을 아직 갓 졸업하지도 않은 초년생에게 술자리를 강요하고 홍보 매니저라는 직함을 이유로 이해가 가지 않는 업무를 떠맡기려 했다.

"술을 잘 따라야 일도 잘 할수 있다." 

"네가 홍보 담당이니 술 취한 남자 기자님들 모텔 앞으로 책임지고 모셔드려라."

나를 6개월만에 이 곳에서의 직장 생활을 그만두게 한 사건이 있었다. 

하루는 연차가 오래된 한 지역 신문사 기자님 분과 룸살롱을 참석 해야 했다. 그 때는 여직원 나혼자만 간 것이 아니라 회사에 있었던 다른 여직원2명도 함께 가야 했다. 그리고 이 분은 흥에 너무 취해 버려 룸살롱에서 일하는 여자인지 구단 여직원인지 구분도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뒤에서 우리를 껴안으려 하자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피했고 나머지 여직원 두명은 꼼짝없이 붙들리게 되었다. 다른 남자 직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려 했지만 모두가 취한 척을 하는 것인지 취한 건지 아무도 도움의 제스쳐를 보이지 않았다. 그 다음 날 나와 다른 여직원 3명은 업무 시간 내내 아무 말도 못하였고, 셋이 모여서 펑펑 울었다.

나를 더더욱 비탄하게 한 것은 이일을 나의 아버지에게 상담한 것이다. 30년 넘게 공무원으로 살아오신 아버지에게 이러한 일을 말씀드리고 그만 두겠다고 하니

 "한국 사회가 다 그렇고 그러니 다른 곳으로 가도 매 한가지다. 니가 그냥 참고 버텨라"

이러려고 내가 그렇게 이 악물고 열심히 공부했나... 자괴감과 수치심으로 하루 하루 버틴 나의 첫 직장 생활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그 뒤로도 여러 회사를 거쳐 외국계 회사로 옮겼는데 그 곳에서도 크고 작은 일들은 일어났다. 대한 민국에서 여자로서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나는 우리가 왜 이렇게 성폭력에 무지할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문득 대학교 4학년 취업 시즌 때 평소 친하게 지낸 동기 오빠의 말이 기억 난다. 

"너네 여자들 때문에 우리 남자들이 취직을 못하고 있는거 아냐~"

장난으로 한 말이었지만 나는 너무나 화가 나 그 때 대판 싸움을 해야 했다. 

일자리 = 남자들 만의 것 혹은  "고"소득 일자리 = 남자들 소유

이라는 개념이 내나이 또래 동기마저도 저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 나의 윗 대는 말할 것도 없다.

최근 설날에 영화 B급 며느리, 웹툰 며느라기 등등 고부갈등을 소재로 다룬 장르들이 인기를 끌며 기사를 도배했다. 이제 대한 민국의 여성들은 기존의 남자들에게 순응하고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여자들이 아니다. 동등한 교육을 받고 대한 민국 경제의 한 주체로서 독립적으로 살아 가고 있다. 

나는 대한 민국 성폭력의 근간이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과거에만 머물러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관습이 일시에 바뀔 수는 없지만 인습이라고 판단되면 이는 국가에서 대대적으로 나서야 한다.

최근 내가 살고 있는 브라질에는 카니발 축제가 있었다. 이 곳에서도 미투 운동의 일환으로 스티커를 나눠주었다.

No is No. 

전세계에 미투 운동이 확산되어 깨끗한 사회, 남자 여자 모두 동등하게 대우 받는 사회가 어서 오기를 희망한다.




Sort:  

헐....!

"술 잘 따라야 일도 잘 할 수 있다"

너무나 화가 나지만 너무나 많은 여자분들이 듣는 말.

예전에 트위터에서 설문을 한번 돌린 적이 있었어요. 트위터 설문이라 현실과 어느정도의 오차는 있을 수 있어요.

성희롱, 성추행을 한번 이상 경험해 본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있다'가 83%였어요. 당할 뻔 한 적 있다가 8%, 그리고 단 한 번도 없다가 9%였어요.

19000명이 답했던 설문입니다.
19000여명 여성 중, 대한민국에 지내면서 성추행 희롱을 결국 한 번도 겪지 않은 비율은 9%.....

휴...

그 단한번도 없었다는 분들... 사회 생활 아직 시작도 안한 분들 아닐까요 덜덜덜

한국에서 지옥버스, 지옥철 타면서 성추행 몇번 정도 안당해보고, 직장에서 성희롱 한번 정도 안당해본 여성이 그리 많지는 않으리라 감히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홍보해

@floridasnail님~
악 지옥철... 지옥버스... 잊고 살았던 기억들이 스물스물 기어오네요. 그냥 가볍게 농담한거라고 생각들 하시는데 그게 얼마나 사무치게 박히는지... 던지는 사람들은 모를꺼에요.
홍보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처음 있는 일이라 기분이 짱 째지네요~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ㅡㅡ;;
귀한 고백 감사해요.
반드시 성과가 있을 것입니다.

저의 고백은 다른 분들에 비해 세발의 피도 안될 것 같아요. 피해자들 진술 하나 둘 씩 더나오는데...
정말 눈물이 나오더라구요... 나라면 어땠을까...

@jessica0108님 안녕하세요. 개과장 입니다. @floridasnail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개과장님~ 감사합니다!

요즘 이슈되고 있는 사건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 왜 그런것인지.. 화가납니다..
현재 계신 브라질은 어떤가요?

브라질에서도 저런 운동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엄청나게 남녀가 평등하다고만은 볼 수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기본적인 사람들의 인식으로, "살빼라", "못생겼다", "술 따르라" 와 같은 언어적 폭력은 우리네 보다는 덜 한것 같아요.

그렇군요~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어요... 가해자뿐만 아니라 방관자도 되지 않기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ㅠ

100퍼센트 공감합니다!!!
가슴이 쓰리네요
휴머니즘의 근본은
인간과 자연의 공생 공존 그리고 인류 문화적 당양성 포용 그리고 실질적인 여남 평등 실현입니다
인간의 존엄성 측면에서 나쁜 관례와 구태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

맞아요! 미투운동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어서 인식을 점차 고쳤으면 좋겠어요

이런 지저분한 문화가 하루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두요! 하루 빨리!

글쎄요. 저는 저런 말이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 업종은 제가 알기론 그런 게 거의 없으니 그나마 나은 듯 합니다.

그러게요. 상식적으로 정말 이해가 안가네요!

Overseas Family 셨군요 ^^ 말도 않되는 문화가 계속 되다니 ㅠㅠ
한국이 많이 좋아 졌지만 좀더 발전하면 좋을 텐데...

많이 좋아졌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있네요. 미국인 어떤가요?

유럽에서는 남녀평등이 아닌 인간 평등을 논하고 있는 시점에 아직도 우리나라에 남녀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안됩니다.
저 역시 남자이기는 하지만 항상 저와 같이 있을때 여자들을 비판하고 차별하는 투의 말을 하던 50대 변태 남자 과장과 있으면 인상이 찌푸려지더라구요.
과거가 변하고 현재가 변해 미래가 좋게 변했으면 좋겠습니다.

네! @yajirang님과 같이 생각한다면 더 좋은 세상이 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