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의 수다#838]속이 더 예쁜 아보카도, 떠나는 뒷자리

in #kr3 days ago

IMG_8995.jpeg

샐러드를 만들려고 이것저것 사다가 아보카도도 하나 겟겟.
반을 가르니 캐릭터에서 보던 것 같은 절묘한 그라데이션.
이 색감 보소. 너무 예쁘다.

겉에서는 그냥 초록색 과일인 줄 알았는데
속을 까보니 이렇게 다채로운 색을 품고 있다.

조금 단단하긴 하지만 샐러드에 넣기엔 딱 좋은 상태.
오늘의 작은 투자는 꽤 마음에 든다.

그냥 초록인 줄 알았는데
속을 열어보니 이렇게 다양한 색을 가진 아보카도.

가끔 사람도 그랬으면 좋겠다.
겉모습을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의외로 다채로운 속을 가진 사람들.

그런데 또 어떤 사람은 반대다.
겉은 번지르르해 보이는데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속이 너무 시커메서 오래 보기 힘든 사람도 있다.

나는 떠나는 자리도, 뒷마무리도 아름다워야 한다고 배웠다.
요즘 같은 세상에 그런 말이 무슨 의미냐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말을 듣고 자란 세대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쉽게 떠나지도 못했고
끝까지 버텨보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러기엔
요즘 깨닫는다.

나 자신이 꽤 소중하다는 걸.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내가 얼마나 조금씩 소모되고 있었는지 몰랐다.

그래서 결심을 했다.
그래도 떠나는 뒷자리는 아름답길 바랐다.
배운 것처럼.

그런데 현실은 참 잔혹하다.
떠나는 사람의 사정에는 관심 없고
그저 빈자리만 궁금해한다.

그래서 이제는 생각을 바꿨다.

그래요.
그렇다면 나도 확실하게 빈자리를 남겨드리겠습니다.

Easy느님.
앞으로도 평생 그렇게 주변에서 케어받으며
좋은 대우 받으며 사시길 바랍니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처럼 순탄하지만은 않을 테니까요.

그래도 고맙습니다.
그대의 모습 덕분에
내가 절대 닮고 싶지 않은 모습이 어떤 건지
아주 선명하게 배웠으니까요.

내가 그대 나이가 되었을 때
지금 그대의 모습이
티끌만큼도 보이지 않도록
이를 악물고 살아보겠습니다.

원하시는 자리
꼭 잘 지키시고
꼭 살아남으시길 바랍니다.

그대는 오늘
한 방 날렸다고 통쾌해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오늘
그대의 가장 밑바닥을 봤습니다.

그래서 이제
아무 미련 없이 떠나겠습니다.

뒷감당은…
ㅎㅎ 잘 하시겠죠.

그리고 방관자분들.
제가 떠나고 나면
실컷 욕하십시오.

그리고 고생하십시오.

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뒤늦게라도 알아주지 않길 바랍니다.

제가 버거워했던 일들
아주 수월하게 잘 해내실 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저에게 이렇게 말해주시겠죠.

“넌 왜 그렇게 전전긍긍했니? 별 것도 아니더라.”

그럼 저는
환하게 웃어드리겠습니다.

예~ 예~
다행이네요.^^

26년 3월 11일 목요일
D-29

Coin Marketplace

STEEM 0.06
TRX 0.30
JST 0.053
BTC 70996.90
ETH 2088.59
USDT 1.00
SBD 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