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의 수다#867]이팝나무의 계절

in #kr12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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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벚꽃이 지고 나면 괜히 봄이 끝난 것처럼 아쉬워지곤 했는데, 그 빈자리를 채워주는 나무가 하나 있다. 바로 이팝나무. 예전에는 크게 눈에 띄지 않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벚꽃 다음으로 자연스럽게 시선을 끄는 봄의 풍경이 되어가고 있다.

어느 순간 길을 걷다가 하얗게 피어 있는 나무를 보면 발걸음이 멈춘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작은 꽃들이 가지마다 빼곡하게 달려 있는데, 멀리서 보면 마치 눈이 수북이 내려앉은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인지 괜히 공기가 더 맑아진 느낌도 들고, 계절이 한 번 더 환해지는 기분이다.

특히 하천 주변을 따라 이어진 이팝나무 길은 요즘 같은 날씨에 더 잘 어울린다. 바람이 살짝 불면 꽃잎들이 흔들리고, 그 아래로는 물이 잔잔하게 흐른다. 위를 올려다보면 새하얀 꽃과 맑은 하늘이 겹쳐 보이는데, 그 조합이 참 단순하면서도 기억에 남는다.

벚꽃이 화려하게 봄의 시작을 알린다면, 이팝나무는 조금 더 차분하게 계절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느낌이다. 사람도 비교적 적어서인지 더 여유롭게 걸을 수 있고, 괜히 혼자 생각 정리하기에도 좋은 시간들이 만들어진다.

요즘처럼 하늘이 깨끗한 날에는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서 이팝나무가 있는 길을 한 번쯤 걸어보고 싶다. 특별한 계획이 없어도 충분히 좋은 하루가 되는 계절. 그렇게 또 봄이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