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의 수다#874]핸드폰이 손에 없다면…(리퍼폰 교체)

in #kr14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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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가까이 쓴 아이폰 배터리 성능이 어느새 70%대로 떨어졌다.
처음엔 “조금 빨리 닳네?” 정도였는데, 요즘은 외출할 때 보조배터리가 없으면 불안할 정도.
잠깐 영상 몇 개 보고 길찾기라도 하면 배터리가 순식간에 줄어든다.

결국 마음먹고 아이폰 배터리 교체 서비스를 예약했다. 비용은 약 18만 원 정도 예상된다고 했는데, 새 폰 사는 것보단 훨씬 낫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방문.

근데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배터리 교체 작업 중 스크린 쪽에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액정도 같이 교체해야 하는데 부품이 없어서 다시 방문해야 한단다.

며칠 뒤 부품 입고 메일을 받고 다시 서비스센터 방문.
이번엔 금방 끝나겠지 싶었는데, 한 시간 정도 지나 직원분이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교체를 하려고 했는데(블라블라) 상태 때문에 수리가 어렵게 되었고, 리퍼폰으로 교체 진행 도와드리겠습니다.”

순간 예상 못 한 전개라 좀 얼떨떨했다.
사실 지난 번 점검때 카메라에 상이 맺히는 문제가 있다곤 했어서,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오래 쓴 폰이라 어느 정도 보내줄 때가 됐던 걸지도.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다음 일정이 급해서 기존 폰은 반납하고, 업데이트도 안 된 리퍼폰만 들고 바로 이동해야 했다.
이심도 사라진 거의 ‘빈 폰’ 상태.

딱 두 시간 정도였는데, 핸드폰 없이 생활하는 게 이렇게 답답한 일인가 싶었다.

길찾기도 어렵고, 지하철 노선도 순간 헷갈리고,
누구한테 연락 하나 하려 해도 쉽지 않고.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걸 핸드폰 하나에 의지하고 살고 있구나 싶었다.
지도, 연락, 일정, 결제, 음악, 심심함까지 전부 다.

대리점에 들러 이심을 복구하고, 클라우드 백업으로 데이터를 복원했는데, 다행히 사진이며 메모, 카카오톡 내용까지 거의 그대로 돌아왔다.
예전엔 폰 바꾸면 데이터 옮기는 게 큰일이었는데, 요즘은 정말 세상이 좋아졌다 싶다.

리퍼폰이라 완전 최신 모델은 아니지만, 그래도 새 기기 느낌이 나는 건 좋다.
배터리도 오래가고 발열도 덜하고, 무엇보다 충전 압박에서 해방된 게 가장 만족스럽다.

아이폰 서비스는 늘 느끼지만 비용은 꽤 비싸도 시스템 자체는 확실히 잘 되어 있는 편 같다.
예약부터 진행 상황 안내, 부품 입고 메일까지 전부 체계적이었다.
물론 두 번 방문한 건 귀찮았지만, 결국 기기 자체를 교체받은 걸 생각하면 결과는 만족.

근데 이번 경험으로 가장 크게 남은 건 의외로 ‘새 폰’이 아니라 핸드폰 없이 몇 시간을 보냈던 감각이었다.

불편했지만 이상하게 머릿속은 조금 조용해졌달까.
잠깐이나마 디지털에서 분리된 느낌.

다시는 그렇게까지 불편한 상황을 일부러 만들진 않겠지만, 가끔은 손에 핸드폰이 없을 때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는지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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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끼리 옆에만 두면.. 서로 동기화가 되던데..
그거까지는 안해주나 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