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추석의 테제
올 추석의 테마는 육아였다. 올케가 추석 연휴를 맞아 여행을 떠난 덕이었다. 올케의 남편이자 나의 남동생은 아이 둘 낳고 키우느라 수고하는 아내에게 '이번 추석에는 여행을 다녀오라'며 있는 힘껏 스웩을 부려댔고, 올케는 '시댁 도움 많이 받지 말고 오빠가 애들 돌보라'는 당부를 남기고 떠났지만 그런 일은 우리에게 벌어지지 않아. 다섯살 난 큰조카는 아예 우리 집에 와 있었고, 다음달에 돌이 되는 둘째는 지 아빠가 커버했지만 필요할 때 마다 수시로 우리집을 들락였다. 큰 조카는 카봇과 시크릿쥬쥬와 뽀로로의 세계관을 애매하게 버무린 '긴급출동 놀이'를 개발했고, 나는 그 놀이의 전속 졸개로 투입됐다. 폭풍 같은 3박 5일을 보낸 뒤 엄마와 나와 여동생은 굳게 결심했다. 설날엔 우리가 도망가기로. 지금 예매하면 비행기표도 덜 비싸더라. 엄마가 큰 조카를 데려가는게 어떠나고 해서 엄하게 꾸짖었다. 나는 동남아의 푸르른 바닷가 앞에서까지 긴급출동을 하고싶지 않습니다.
....라는 글을 하드포크 직전에 써두고 편집기에 남겨두었다. 하드포크 이후에 업을 하려고 하는데 RC가 모자라다면서 계속 깐다. 여기저기 뒤져보니 RC는 결국 스팀파워를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좌우하는 거더라. RC라는 개념 덕분에 이미 계정을 키워놓은 사람 또는 스팀의 투자자가 될 사람이 아니면 발붙이기 힘들 것 같은데. 뭔가 사다리를 뻥 걷어차는 장치 같아 보인다. 이래저래 이번 추석은 좀 잔고쿠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