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우리는 우주에서 탄생하여 다시 우주로 간다_ I-Space (2)
나는 누구인가, 질문은 어떤 대답을 기다리는가 _ 저기 미래로부터
지금 잠시, 분주한 마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끊임없이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이상한 일입니다. 동시에 신비로운 일입니다. 저는 고요히 늦은 밤, 노트북의 타자를 손가락으로 찍어 눌러 단어를 만들고, 문장을 쌓아 올렸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읽고 자신의 경험 속에서 해석하는 여러분들이 있습니다. 영화 아바타에서는 시적으로 이것을 묘사한 바 있습니다. "나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I see you." 또 아프리카에는 이런 말이 있지요. "우분투 Ubuntu, 당신이 있기에 내가 있습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우리들, 각자의 '나'는 과거에 언제인가 태어났고, 자랐으며,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나'의 정체성에 관한 어떤 감각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동시에 신기하게도 각자의 우주 I-Space 는 우리의 우주 We-Space 와 함께 공존합니다. 경험적으로 그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과학적으로 모든 것은 공명되고, 동조되어 왔습니다. 나는 나 자신으로부터, 다른 이들로부터 여기-있음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도대체, 왜, 무無가 아니라 무언가가 존재하는 것일까요. 그것을 한 개인의 시선으로 옮겨적자면, 그 질문은 결국 <나는 누구인가 Who am I> 에 관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 천년 동안 인류의 역사는 이 질문에 대답해온 역사입니다. 지구상의 모든 문명의 철학과 종교, 과학과 도덕, 예술은 이 질문에 대한 각자의 대답을 제출해 왔습니다. 하지만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그들에게 다른 것은 틀린 것이기 때문이었지요. 나의 경계의 바깥에 있는 것은 곧 적이었습니다.
앞으로 100년 뒤인 2118년, 200년 뒤인 2218년에 우리는 그 질문에 어떤 대답을 내놓고 있을까요.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힌트를 찾기 위해서 우리는 머나먼 과거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테이프를 뒤로 돌려야 합니다. 왜냐하면 미래는 곧 현재의 반영이고, 현재는 곧 과거의 반영이기 때문입니다.
빅 픽쳐 Big Picture, 우주의 태초에 내면이 있었다
여기 하나의 광고가 있습니다. 2017년 9월 25일, 스웨덴의 보드카 회사인 앱솔루트 Absoluet 는 One Night 이라는 이름의 글로벌 캠페인 광고를 공개했습니다. 빅뱅에서부터 생명의 진화, 인류의 탄생을 거쳐 21세기 현대 문명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1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그 어떠한 영상보다도 감각적으로 담아냈습니다. 빅 히스토리 Big History 를 환상적으로 표현해냈습니다.
모든 것이 시작된 그날 밤, 끝이 보이지 않던 긴긴밤. 어둠 속에서 (콰광!)
단 하나의 생각이 모든 것의 시작이 되었다.
그리고 이는 마치 하나의 생명처럼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냈다.
너무도 대담하고 기발해서 온 세상을 움직일 정도였다.
셀 수 없이 수많은 밤이 지나 여기, 우리가 있다.이제 너의 차례 ( - 앱솔루트 코리아 One Night 광고 中)
이 영상의 메세지는 하룻밤 사이의 창조적 아이디어에 의해 모든 것이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말,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있지요. 광고의 마지막 말이 멋지지 않나요.
사실, 앱솔루트 광고 영상은 영화 그래비티, 버드맨, 레버넌트를 통해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상 최초로 3년 연속 촬영상을 받은 세계적인 촬영감독, 엠마누엘 루베즈키 Emmanuel Lubezki 의 작품입니다. 수 많은 컷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데요. 클립에 등장하는 우주와 생명의 주요 순간들을 정리해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스팀잇에서의 저작권 문제로 해당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감상하시길 부탁드립니다. 2018. 2. 18 기준으로 Absolut Korea 의 One Night - Absolut 라는 이름으로 공개되어 있습니다. 멋진 영상을 꼭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한국어 자막이 달린 60초짜리 영상 기준, 왼쪽 시간은 해당 영상의 시간, 오른쪽 내용은 해당 장면입니다.)
0:03 특이점
0:08 우주의 탄생과 팽창
0:10 태양과 태양계의 탄생
0:11 원시 지구의 형성
0:12 넥타리안 기, 판 구조 등장
0:13 용암의 발생, 최초의 대기권 형성
0:14 지구의 냉각 시작
0:15 용암 증기의 압축, 바다와 강 형성
0:16 단세포 생물 등장
0:16 산소를 통한 다세포 생물 등장
0:17 캄프리안 폭발과 복합성 생명체의 등장
0:18 최초의 파충류
0:19 육지 포유동물의 등장
0:20 쥬라기 시대
0:20 최초의 유인원, (지질학적) 중신세
0:23 현생인류 호모 속의 등장, 초기 구석기시대
0:24 호모의 최초의 불 활용
0:25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의 등장, 중기 구석기시대
0:26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 초기 문화의 발생
0:29 수렵 채집 도구 발명
0:31 농업의 시작
0:32 글쓰기의 발명
0:34 청동의 야금
0:35 테슬라 코일의 발명
0:36 전기 사용
0:36 비엔더블유 TV/영화 대중화
0:37 산업화, 자동차와 철도
0:37 비행기의 발명
0:39 흑인 음악의 유행
0:41 엘비스 프레슬리
0:42 최초의 비디오 게임, 퐁!
0:43 우주 산업 경쟁, 최초의 우주선
0:45 1960년대의 흑인 해방운동
0:46 아메리칸 라이프스타일
0:47 베를린 장벽 붕괴
0:48 우주 연구의 확대
0:49 현대 도시의 형성
0:49 의료용 방사선 활용
0:50 호모섹슈얼의 인정
0:51 최첨단 로봇
0:51 플라이보드 (하늘을 나는 이동수단)
0:54 지금 여기, 당신
이처럼 우리에게는 138억년의 시간들이 층층히 겹치고 겹쳐 오늘이 있습니다. 어제의 별은 오늘의 별이 되고, 방금의 소음은 지금의 소음이 됩니다. 그리고 무수한 개체들의 상호작용으로 지금의 저와 여러분이 있습니다. 우리 안에 기나긴 우주와 인류 문명의 역사가 오롯히 담겨 있습니다.
따라서 모두는 이미 이 무대의 주인공으로써, 시간의 화살과 함께 광고 영상에서의 다음 장면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천천히 시간을 뒤로 감아봅시다. 위의 영상을 되감아 그 발달의 과정을 경험해본다고 생각해볼까요. 빅히스토리에서는 생명과 구성 요소들의 발달을 그랜드 캐넌의 층층히 쌓인 지층들과 같이 이해합니다. 현재의 지층 아래 쌓인 지층을 떠올리며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해봅시다.
광고 영상의 마지막 장면 기억나시나요. 그 여자 주인공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보는 것입니다. 마치 스콧 피츠제랄드의 작품 벤자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의 주인공이 점점 어려지듯이 말이죠. 우선 그녀가 부모로부터 출산될 당시를 그려볼 수 있겠네요. 그녀가 태어나기 전에는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DNA 속에 개연성 Probability 으로 잠재되어 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부모도, 그들의 부모로부터 그 개연성 안에 잠재되어 있을 것이고, 이것은 조상의 조상을 거쳐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 種 Species 의 출발점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입니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나뭇가지는 호모 Homo 라는 속 屬 Genus 의 줄기로 이어지고, 이는 생명의 분류 체계의 뿌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유전자 단위에서 계속 상상력을 발휘해 봅시다. 초기 지구의 바다 안에서 화학 작용을 통해 최초의 세포가 탄생합니다. 그 과정에 공기층과 마그마가 있고, 물과 이산화탄소가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그럼 지구라는 별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여러 광물 입자들이 성운을 형성하며 하나의 행성이 되었습니다. 우주 공간의 가스와 먼지에 의한 태양의 탄생, 그리고 태양계, 은하와 은하군단, 초은하단.. 계속하여 상상의 경계를 넓혀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최초에 우주의 특이점 Singularity 이 있습니다. 기나긴 시간 중 단 한 순간이라도 빠지면 온 우주가 붕괴될 수 밖에 없는 이 연속적 과정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조용히 앉아서 마음으로 그 과정을 상상해보면 무언가 새롭게 느낄 수 있는 걸까요. 내가 만일 미국의 여성이었다면, 정자이거나 난자였다면, 침팬지와 같은 동물이었다면, 카멜레온과 같은 파충류였다면, 강물을 헤엄치는 어류였다면, 세포였다면, 물분자였다면, 원자였다면, 쿼크였다면.
만약 조금이라도 느낌이 교류될 수 있다면 내 안에도 그것의 부분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랑하는 강아지와 정서적으로 교감할 수 있다면 강아지와 나에게 감정이라는 어떤 공통점이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빅 히스토리에서는 과학적 연대기를 이야기의 뼈대로 활용하지만, 사실 과학적으로도 우리는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입니다. 우주 질량의 96%를 차지고 하고 있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를 빼고 나면 우리가 알 수 있는 우주는 4%에 불과합니다. 뿐만 아니라 과학 이론도 끊임없이 새롭게 발달하고 진화해나갑니다. 한 시대 안에서도 다양한 패러다임들이 공존하며 서로 힘겨루기를 하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은 여전히 객관적 실험과 상호 검증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우리는 그것을 수단 삼아 우리 자신의 내면을 새롭게 탐구할 수 있습니다.
현대 물리학계는 오늘 날, 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암흑물질을 연구하고 있는 4퍼센트 우주 The 4 Percent universe 의 저자인 리처드 파넥 Richard Panek 은 현재의 상황을 두고 "다시 한번 근본적인 코페르니쿠스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합니다. 콜럼버스가 미대륙을 처음 발견하였듯이, 우리는 아직 개척되지 않은 광활한 우주의 영역을 새롭게 발견해가고 있습니다.
글로벌 차원에서 미국과 일본, 유럽 등의 주요 나라들은 이 비밀을 풀고자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세계에 수백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습니다. 현대 물리학계는 2040년 이후까지의 장기 계획을 세우고, 범국가적 지원과 연대를 통해 유럽입자 물리 연구소 CERN, 페르미 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전 세계의 자본과 연구진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들은 우주적 영토를 향한 모험을 감행하고 있습니다.
현대의 첨단 기술은 이처럼 기초 과학 연구를 고도화하여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힉스 입자 Higgs, 중성미자 Neutrino 에 관한 진실값은 우리 내면의 정체성에 관한 가장 중요한 씨앗을 제공할 것입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 통화, 인공지능, 양자 컴퓨터가 우리의 세계관과 가치관에 전혀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하게 될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죠.
우주와 우리는 그 내면을 공유해왔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별먼지였던 시절의 우주와 화성이주를 꿈꾸는 시대의 우주는 각각 나의 내면과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요. 이 물리적 우주 Space 와 나의 우주 I-Space 의 어떤 지점들을 연결해나가야만 미래를 향한 자기만의 내면 세계를 만들어 갈수 있을까요. 앞으로 이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아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읽었어요~ 앞으로의 글도 기대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비로소님. 몸, 건강창작소 기대가 큽니다. 스팀잇에도 올려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나를 찾기 위한 스펙타클한 여정! 그리고 스펙타클한 포스팅 ! 대단하십니다. 나름의 답을 찾기 위한 여행을 함께 동행하죠!
감사합니다. 힘을 실어주시니 좋은 자극이 되네요! 꾸준히 글을 써나가도록 할게요.
한순간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는 글입니다. 우리,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족이라는 인간의 존재가 먼지처럼 작은 존재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해요..겸허해지는 아침입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홍보해
깊이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코치님! 저는 저 영상을 처음 보고 너무 멋져서 소름이 돋았어요. 요즘 글을 쓰면서 제 생각과 마음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고 있네요 ^^ '홍보해'도 감사드려요~!!
감사합니다
멋진 글이군요~ 아침에 빅히스토리를 선물을 받았네요.
감사합니다. 제 글을 선물로 생각해주셔서 기쁘네요 ^^
아침부터 이렇게 대단한 글을 읽어버리다니....
글을 전문적으로 쓰시는분이 신가요??
아니예요 ㅋㅋ 과학 지식이 짧아서 저도 공부하면서 글을 썼네요.
엑썰런트! 민석님의 글을 읽는 바로 지금 우주가 창조 되고
있네 요. 정성이 대단합니다.
댓글을 달고 있는 지금도 그러겠지요? ㅎㅎ peterchung 님이랑 함께 kr-integral 태그를 활성화내가면 좋겠네요
space와 i-space.. 흥미롭네요
I-Space (나의 내면 공간/우주)를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으로서 소개하고자 해요. 나중에는 We-Space (우리의 내면 공간), It-Space (그것의 외면 공간), Its-Space (그것들의 외면 공간)에 대한 이야기도 써나가볼 계획입니다.
제가 만들어낸 개념은 아니고 일종의 세상을 이해하는 프레임워크입니다.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해는 쪼금만 했어요
감사합니다.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써야 하는데. 쉬운 글쓰기가 정말 어렵더라고요. 연습을 통해 훈련 중입니다 ^^
제가 부족해서 그래요
아니예요! ㅎㅎ
좋은 포스팅 잘 읽었어요^^
좋은 느낌으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