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
하이에크 귀환하다
오스트리아학파 하이에크는 자유주의 경제를 옹호한다. 그는 중앙은행이 불필요하다면서 폐지를 주장했다. 중앙은행이 존재하는 것은 정부가 국채 발행해서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하기 위한 방편이다. 중앙은행이 없던 시대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 중앙은행은 법정 화폐를 발행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야기시킬 뿐이다. 모든 시중은행이 각자 화폐를 발행하게 하라! 그럼 각각의 화폐를 발행하는 은행은 화폐를 남발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남발해서 화폐가치가 떨어지면 그 화폐를 쓰지 않을 것임으로 그 화폐는 퇴장될 것이다. 지금은 법정화폐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와서 화폐가치가 폭락하든 말든 강제적으로 써야 한다.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정부가 사용을 강제하는 법정화폐가 지니는 핵심적인 현상은 인플레이션 이다. 30년 전에 10원은 큼지막한 라면땅 한 봉지 살 수 있는 돈이었다. 지금 10원은 돈이던가? 달러든 엔화든 원화든 30년 전과 지금의 금 값과 비교해보라. 실질가치가 얼마나 추락했는가? 만 달러로 30년 전에 금을 몇 온스 살 수 있었을까? 지금 만 달러로 산다면 몇 온스인지를 확인해 보면 눈이 뒤집어질 것이다.
그 간극이 왜 생겼을까?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면 정부가 해쳐먹은 것이다. 중앙은행을 시켜 엄청난 양의 화폐를 찍어 냈기 때문에 돈 값이 점점 똥값이 되는 것이다. 화폐 발권기를 옆구리에 끼고 정부재정이 부족하면 마구마구 발행하는 것이다. 그 손해는 고스란히 화폐를 가진 사람들이 독박을 썼다. 가상화폐는 이러한 정부와 중앙은행의 독선과 약탈에 반기를 든다. 이제 중앙은행 니들이 발행하는 화폐를 믿을 수 없어!
하이예크가 중앙은행을 폭파하라고 한 발언을 가상화폐가 현실사회에서 실현시킬 것인가? 중앙은행은 왜 자기 맘대로 화폐를 남발해서 인플레이션 비용을 국민들에게 전가하는가? 하이예크 말을 좀 더 들어보자. 예전에 내가 리뷰한 책을 소개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오스트리아 학파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오스트리아 학파 미제스 추종자가 쓴 책이다.
화폐가 문제다!
경제사를 공부해보면 오스트리아 학파를 만나게 된다. 한계효용을 주장한 칼 맹거, 독점연구를 통해 정부개입의 폐해를 밝히면서 자유주의를 주장한 루드비히 폰 미제스, 케인즈 맞은 편에 서서 자유를 주장했던 21세기 자유 전도사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로 학맥이 이어내려 왔다.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는 미제스 입문서라고 봐야 한다. 자고로 출판사는 제목을 잘 달아야 한다. 이 책을 읽고 미제스에 대해 다시 보게 되었음을 고백한다. 껄쩍지근한 것은 한국에서 자유주의를 전세낸 자들이 수구꼴통 보수 쌩양아치 부류들 이라는 점이다. 어버이연합이나 고엽제 전우회를 떠올려보라. 남산에 자유연맹도 있다. 이들이 한국에서 자유에 대한 담론을 독점하고 있다. 그런데 자유는 정말 좋은 것이다. 한국의 쌩양아치들이 독점한 자유는 좌익 빨갱이 쳐죽이자는 자유일 뿐이다. 미제스를 본격적으로 읽을 생각인데 책들을 펴낸 곳이 자유경제원 같은 곳이다. 살짝 웃픈 현실.
루드비히 폰 미제스
이 책은 시종일관 화폐 문제에 대해 다룬다. 정부가 화폐로 장난질을 너무 치기 때문에 차라리 화폐를 누구나 발행할 수 있게 해버려야 한다는 극단론도 서슴치 않는다. 화폐를 독점하는 것보다 차라리 이것이 더 낫다는 이야기. 이런 주장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도 안 되는 넋빠진 소리라고? 답은 아니올시다, 이다. 정부가 화폐독점권을 행사하기 시작하면서 국민은 정부의 노예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라는 것이 미제스 결론이다. 왜 그런지 미제스 말에 귀를 살짝 기울여 보자.
신은 신용을 창조하셨다!
미제스는 은행의 신용창조에 대해 비수를 들이댄다. 내가 은행에 100만원을 맡겼다. 그런데 은행은 나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99만원을 다른 사람에게 대출해서 이자를 받는다. 유럽에서 시중은행은 지불준비금으로 1%만 보유하고 있으면 된다. 한국은 3% 정도. 은행은 왜 나에게 묻지도 않고 내 돈을 갖고 장사를 하는가? 99만원을 빌린 사람도 당장 돈을 전부 쓰거나 장농 속에 넣어 두지 않는다. 은행에 맡길 터이다. 그럼 은행은 만원만 은행에 남겨두고 다시 대출을 한다. 물론 두 번째 예금자에게 묻지도 않는다. 다시 말해서 은행은 예금자 돈을 이용해서 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예금자 돈은 은행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은행은 자기 맘대로 대출을 한다. 다시 말해서 은행은 즉 무에서 신용 (돈) 이라는 유를 창조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분은 하나님 밖에 없다고 배웠다! 그러나 이는 내가 개무식하다는 것을 폭로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은행은 하나님이요, 창조주였던 것이다. 은행은 신용창조 기능을 갖고 있었다. 빛이 있으라! 신은 이렇게 말했다. 현대판 조물주인 은행은 말한다, 남의 돈을 갖고 신용을 창조하라! 신과 은행은 친구 먹는다.
왜 은행은 나에게 묻지도 않고 내 돈을 남에게 빌려주는가? 나에게 이자 쥐꼬리만큼만 주면서! 원래는 내가 은행에 보관료를 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은행이 내 돈 갖고 대출 일으키기 때문에 미안한지 이자를 조금 주기는 한다. 그러나 이들이 신용창조를 통해 벌어들이는 이익은 이자비용과 비할 바 아니다.
정치인들이 금본위제를 하지 않는 이유
그런데 이러한 신용창조는 금본위제 하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종이 돈 (신용화폐) 시대에만 가능하다. 금본위제에서 종이 돈 시대로 이행을 정부가 주도했다. 정치인들 장난이 시작된 것이다. 국민들에게 환심을 사야 당선이 되고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 정치인들과 국가가 쓸 수 있는 재원은 두 가지다. 세금과 통화증발. 그런데 세금을 많이 뜯어내면 저항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화폐증발로 인플레 세금을 왕창 매겨 버린다. 멍청한 국민들은 인플레이션으로 자기네 자산이 줄어들어서 정부에 '실질적으로' 수탈당해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이 은밀하게 찾아오니깐 오는 줄도 모른다. 인플레이션은 보이지 않는 착취자나 마찬가지다. 간단히 생각해보면 된다. 당신이 20년 전에 집을 살 때 월급을 7년 정도 모으면 살 수 있었다. 지금은 30년 이상 쎄빠지게 모아도 사지 못할 것이다. 이것이 인플레이션 이다.
인플레이션이 오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렇게 비유해보자. 물건이 10개 시장에 돌아다니고 물건 1개당 1원이다. 화폐는 10원 있으면 결제에 문제가 없다. 그런데 생산이 증가해서(=경제가 성장해서) 물건이 20개가 되었다. 그럼 화폐는 얼마 있어야 할까? 주판을 가져와서 계산해보라. 20원이 나올 것이다. 그럼 물건 1개 값은 여전히 1원이다. 이 때 염병할 정부가 중앙은행을 시켜 화폐를 20원이 아닌 200원으로 늘려 버렸다고 하자. 그럼 1개 물건 값은 1원이 아닌 10원이 된다. 이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보라.
어제 1원에 살 수 있었던 물건이 오늘은 10원이 되었다! 이걸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그럼 이 나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부(富)가 사정없이 이동하게 된다.
물건을 가진 자는 호호호 웃는다. 돈을 가진 자나 월급쟁이는 울어야 한다. 내 월급으로 갑자기 10배나 비싸진 물건을 어떻게 사냐구요. 그런데 물건(실물자산)은 부자들이 갖고 있다. 월급쟁이는 부자들보다 자산을 덜 갖고 있다. 따라서 월급쟁이나 노동자들의 부는 부자들에게 이전된다. 그렇다면 정부는?
정부도 입이 찢어져라고 웃는다. 왜냐하면 정부는 빚을 어마무시하게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은 돈 값을 똥값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화폐로 표시된 부채를 가진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이 오면 춤을 춘다. 물건 값이 10배 올랐다면 내 빚은 1/10로 줄어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언더스텐? 왜 미국이나 일본이나 유럽 국가에서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려고 바둥거리는지 이해하셨으리라. 정부가 빚더미 밑에서 짜부라들어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은 부를 강제로 분배 한다.
인플레이션은 빚을 진 자들을 웃게 만든다. 그런데 개인들은 성실하게 일해서 알탕갈탕 은행에 예금한다. 물론 빚을 지기도 한다. 그러나 정말 큰 빚은 누가 지는가? 정부와 기업이다. 즉, 인플레이션은 열시미 일하는 국민들을 탈탈 털어서 빚만 잔뜩 진 자들을 구제하는 짓을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해치워 버리는 것이다. 쉬트!
그냥 평심하게 생각해보라. 당신은 물가가 내려가는게 좋은가? 올라가는게 좋은가? 답은 이렇다, "물가는 내려가고 내 월급은 올라가면 좋다!" 그러나 물가가 내려가면 내 월급도 내려간다. 물가가 오르면 내 월급은 물가오르는 것에 절반도 오르지 않는다. 결국 물가가 천천히 내리는 사회, 즉 디플레이션 사회도 서민들이 살기에 그리 나쁘지 않다. 하여튼 이제 통화정책으로도 꼬인 실타래를 풀기가 점점 어려워 지고 있다.
독서를 통해 강력한 인사이트를 얻게 될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당신은 지금까지 정부와 중앙은행에 속은 것이 분해서 얼굴이 빨게질 것이다. 혈압이 올라온다는 증거다. 당신 옆에 수류탄이 있으면 당신은 당장 핀을 뽑아들고 중앙은행으로 달려갈지도 모른다.
은행이 돈을 만들어내는 기관이라는 사실은 정말 많은 분들이 모르고 있습니다.
금본위제와 끈이 떨어진 명목화폐는 결국 국가의 신용에만 의지하는 허약한 상태라 빠르던 느리던 가치가 0에 수렴한다는 사실도 크게 신경쓰고 살 여유가 없는 분들도 많습니다.
실제로 각 은행마다 각각의 화폐를 발행하게 하고 가치를 잘 보존하는 화폐가 살아남게 하자는 아이디어는 정말 참신합니다. 결국 화폐 발행의 권리도 민간에 넘겨야 한다는 암호화폐의 아이디어와 맞닫습니다.
심지어 오스트리아 학파의 자식인 시카고학파 밀턴 프리드먼은 민간에서 규칙에 의해 발행되는 전자화폐를 예측하기 까지 했죠.
지금의 시대흐름은 신흥국의 부상과 이에따른 선진국의 빈부격차의 확대---> 기업과 시장에 대한 분노 이지만 물극필반이라고 하이에크와 오스트리아학파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하이에크는 경제학자가 아니라 이념가(사상가)로 불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 리스팀합니다~!
하하 은행은 하나님이요 신이시다 라는 거 너무 웃겨요 ㅎㅎ
부자는 더욱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나해 지는 법칙 - 인플레이션 이었네요.
돈이라는게...국민들 다스리기엔 최고죠.....화페란걸 국가는 포기하지않을겁니다...
재밌는 관점이네요.
자본주의 초창기에 중앙집권화 되어 있는 금융 시스템을
민주주의가 발달하고 정보가 공유되는 사회에서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니 말이죠 ㅋㅋ.. 화폐혁명은 다시금 다가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종영한 드라마인 응답하라 1988을 다시보기하고 있는데, 드라마를 볼때마다 물가상승률이 얼마나 가파르게 올라갔는지를 느끼고 있습니다 ㅎㅎ 좋은 책 정보 감사드려요!
아주 명쾌하게 정리해주셨네요
우리가 정부와 중앙은행에 더이상 갈취 당하지 않으려면 가상화폐가 잘 자리를 잡아야 하는 거겠네요.
학교다닐 때도 경제는 좀 어려워했는데, 이정도 설명이면 꽤 잘 알아듣겠는데요?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ㅎㅎ
아직 정신을 덜 차려서 글을 읽으며 암호화폐를 계속 엮게 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