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식 옥중서한
서준식은 대학 재학중 ‘간첩 유학생 사건’으로 옥고를 치렀다. 징역은 10년이 선고되었으나, 사회안전법에 의해 17년이 추가되었다. 전향서를 썼다면 뒤에 17년을 옥중에서 보낼 일은 없었다. 그럼에도 ‘고작’ 전향서 하나 쓰길 거부하며 젊음을 감옥에서 보내고 마흔이 넘어 출소한다.
그때 가족과 친족들에게 보낸 편지를 모아서 만든 책이 바로 이 옥중서한집이다. 책에서 저자는, 민족을 자주 강조한다. 재일교포로서 일본에서 받은 차별(어릴 때 냄새난다며 놀리던 일본 여학생 일화)이 민족주의로 발전한 듯하다.
그런데 읽다보니, 의문이 들었다. 효심이 지극한데, 마음에 없는 전향서 쓰고 부모 곁에 가는게 진정한 효도 아닌가?
게다가 동생들에겐 공부하지 않는다고, 세속적이라고 훈계를 늘어놓는데, 과연 그에게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걸까? 아무리 옥살이가 고되다고 하더라도, 사회인들도 마찬가지다. 먹고사느라 힘들다. 숙식이 해결된 재소자가 할 말은 아니다. 게다가 상대방이 자신으로 인해 고초를 겪고 있는 가족들이라면 더더욱.
하물며 본인은 공부 운운하는 데, 공부가 된 것 같지 않다. (심금을 울리는 문장이 많아 좋은 수필이긴 하지만) 특별하거나 주목할 만한 사유를 펼치지 못한다.
예수를 자주 언급하던데, 순교자로서 자신과 동일시한 게 아닌가 싶다. 전향하지 않고, 가족들 괴롭힌 사람보단, 마음에 없는 전향을 하고 가족을 보살피는 사람의 일대기가 더 소중하다.
한때 옥중수기를 여러 권 모았다. 젊은 시절의 나는 왜 그랬을까. 나 자신이 감옥에 갇힌 듯 괴로워서, 선배 재소자들의 노하우가 궁금했던걸까.
작은 글씨로 800쪽이 넘는 분량이었거늘 내게 깨달음을 주는 문장 하나 없는 책이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철문을 연다. 열쇠는 내 손안에 있었다. 떠나기 두려워서 나 스스로 머물기를 자청했던 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