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31] 내가 셀카만 고집하는 이유
여러분은 사진 찍히는 행위를 좋아하시나요? 전 사실 좋아하지 않는답니다.
그런데 제 여행 포스팅을 보면 굉장히 많은 사진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여행 갔을 때만 특별히 저를 내려놓는 것이지요. 여행 후 남는 건 사진 뿐이니까요.
아무튼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하는 사람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있으니, 바로 졸업사진 찍기와 증명사진 찍는 일입니다. 이 때만큼은 어쩔 수 없이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이죠.
제가 남이 찍어주는 사진을 기피하게 된 때는 대학교 졸업앨범 사진을 찍는 날부터입니다. 이날 전 친구들과 비싼 돈을 들여 헤어 메이크업을 받았습니다.
강의실에서 앨범 사진을 찍는 데 사진사 분이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눈 좀 뜨세요"
?????? 저 스모키 아이라인에 속눈썹까지 붙이고 눈에 정말 힘 주고 있었는데요.....?
눈두덩이가 있는 사람들은 사진 찍을 때마다 신경이 곤두섭니다. '눈을 부릅떠야 한다'
플래쉬도 참아가며 눈물이 날 정도로 힘을 주고 있었는데 눈을 뜨라니.... 입꼬리는 꼬리대로 올려야하고 눈은 눈대로 떠야하고 대략난감이었습니다.
세 번쯤 '눈을 뜨라'고 외치던 사진사 님은 결국 포기한 듯 대충 찍고 '다음'이라며 절 팽하셨습니다..흑흑
친구들이 얼마나 놀렸던지 "눈을 뜨고 있는데 자꾸 눈을 뜨랜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흠.... 이것들을 죽였어야 했나...
이후 저와 친구들은 돈이 아깝다며 학교 근처 사진관에서 증명사진까지 찍기로 했습니다. 그때까지도 상심해 있던 저는 안 찍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은 "사진관에선 '포샵'이 가능하다"며 절 다독여줬죠.
맨 마지막으로 증명사진을 찍게 된 전 또 다시 융단폭격을 당했습니다.
"저기요. 눈 좀 크게 떠보세요"
"뜨고 있는데요ㅡㅡ"
"아 그래요? 왜 이렇게 흐리멍텅해보이지?"
"..............."
졸지에 전 눈이 흐리멍텅한, 영혼 없는 동공의 소유자가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짜증이 확 밀려온 저는 "그냥 대충 찍어주세요"하며 차갑게 대답했습니다.
이어진 사진 확인 시간, 제 사진을 보고 전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눈을 안 뜨고 있는 것처럼 보이더군요. 정말 크게 뜬다고 뜬 건데..
뽀샵으로 더 크게, 더 크게를 외치다보니 제 눈은 더 이상 제 눈이 아니게 됐습니다.
그날 이후 전 아이라인에 집착하게 됐고, 셀카만 찍기 시작했습니다.
형형색색의 아이라이너를 구입해(아마 대략 70색 정도 있는 것 같네요) 눈두덩이를 덮기 시작했습니다. 특이한 모양으로, 특이한 색으로 칠해서 눈 크기 자체는 보이지도 않게 말이죠.
그리고 셀카만 찍었습니다. 단체사진을 찍어야 할때도 전 스마트폰을 셀카모드로 돌린 뒤 테이블에 잘 고정시켜두고 찍습니다. 아시겠지만 휴대전화 전면 카메라가 후면보다 화소가 매우 낮음에도 더 예쁘게 나오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셀카로 찍으면 같은 눈인데도 굉장히 커 보이더군요. 아무런 필터도 포샵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전 악착같이 셀카만 고집했습니다.
배경이 있는 사진을 찍을 때는 어떻게 하냐구요? 친구한테 제 카메라를 쥐어 줍니다. 셀카모드로 전환한 뒤 구도와 각을 재며 뒤로 한 걸음씩 물러납니다. 제가 찾는 포인트가 되면 친구에게 "그대로 손가락으로 눌러" 합니다. 멀리서 찍히는 사진도 셀카로 찍습니다....
예... 이건 일종의 강박증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최근 신문을 보니 "필터 사진 때문에 스스로 외모비하 한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더군요. 필터가 적용된 사진이 외모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부추겨 더 성형외과를 찾게 한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과거의 안 좋은 기억 때문에 제 스스로를 못나게 생각하는 마음... 고쳐야 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저처럼 셀카만 고집하시는 분들 계시다면, 함께 자신감을 가져보자는 의미에서 이 글을 적어봤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데 게시가 돼버렸습니다;;;;; 하아아... 되는 일이 없는 하루입니다..)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셀기꾼 보팅꾹하고 갑니당ㅎㅎㅎ
헙ㅎㅎ 감사합니다
^^
보석같은 눈 소유자시군요...♡
유쾌한 글 감사합니다...
보석같은 눈이라니ㅎ 감사합니다ㅎ
싱어송님의 셀카는 그런 트라우마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네요ㅠ
저도 사진찍히는걸 싫어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예 안찍죠...
제 여행사진을 둘러보면 단체로 찍히는거말고는 아예 제 얼굴이 안보입니다ㅎ 그것보다 풍경이나 길거리, 음식을 찍는게 더 좋거든요!
저도 처음엔 그랬는데 입고 꾸미는 게 아까워 셀카로나마 열심히 찍고 다닙니다ㅎ
사진사님의 한마디가 더 촌철살인이군요... 빈정상할만합니다 ㅠㅠ
근데 주변 사람 모두가 쌍수를 만류하네요...
저는 그냥 무조건 사진만 찍죠. 풍경만.ㅎ
그래도 그때를 기억하고 싶어서.ㅎ
저도 풍경사진을 가장 많이 찍습니다ㅎ
ㅎㅎㅎ 그래도 재미있는 글인걸요! 외모에 대한 품평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은근히 많은 것 같습니다.ㅠㅠ
뒤에 뭔가 더 쓰고 싶은 말들이 있었는데 지맘대로 전송이 돼버려서 맥이 빠져버렸습니다.. 다음에 관련 주제로 다시 써봐야 겠습니다. 상처는 자기자신 때문에 입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ㅠㅠ
에궁!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ㅠ.ㅠ 같은 말이라도 좀 이쁘게 하면 좋은디.
제 눈이 그렇게 생겼나봐요ㅠㅠ
저도 그말 자주들었습니다 ㅋㅋㅋ눈 뜨고있는데 뜨라고 부릅뜨라고 ㅠㅠ
정말 짜증납니다...ㅠㅠ 눈 위에 눈을 그리고 다녀야 하나봐요,,,
짱짱맨은 스티밋이 좋아요^^ 즐거운 스티밋 행복한하루 보내세요!
언제나 감사드립니다ㅎㅎ 짱짱맨 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