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기념 한글 자판 생각
스마트폰의 표준 자판 방식
오늘 한글날을 맞아, 매일 손에 놓지 않고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한글 자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현재 우리나라 스마트폰의 표준 자판은 세 가지로, 천지인, 나랏글, SKY-II 한글인데, 나는 흑백 피처폰 때부터 이 세 가지 자판 방식을 모두 익숙하게 사용한 경험이 있다. 그 중 SKY-II 한글은 나에게 있어 사용자 경험이 썩 좋지 않아서 다시 쓰지 않는 방식이며, 결국 천지인 아니면 나랏글이 가장 편리하였다. 모두가 알다시피, 위 그림의 왼쪽이 천지인 방식이고, 오른쪽이 나랏글 방식이다.
아마 자판의 편의성을 좌우하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첫째로는 배움을 용이하게 하는 직관성일 것이고, 둘째로는 타수와 오타율을 줄이는 실용성일 것이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먼저 천지인 자판은 직관성이 뛰어나 배우기 쉬운 데 반해, 타수가 느리고 오타가 잦다는 평을 받는다. 여기서 장점으로 꼽히는 직관성은 한글 창제의 원리 중 모음이 천(ㆍ), 지(ㅡ), 인(ㅣ)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는 데에서 나온다. 한글을 배운 사람이라면 손으로 쓰는 순서와 같이 자판을 누르는 천지인을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다. 반면 단점인 실용성도 역시 모음의 조합으로부터 나온다. ㅙ 나 ㅞ 같은 복잡한 모음을 칠라하면 ㆍㅡ ㅣㆍㅣ 5번이나 자판을 눌러야 해 타수가 증가한다. 이에 더하여 자판을 두 번 눌러 ㅋ,ㄹ,ㅌ 같은 자음을 치는 방식도 타수의 증가와 오타를 야기한다. 예를 들어 ‘상어’처럼 앞음절의 끝소리와 뒷음절의 첫소리가 같으면, ㅅ ㅣㆍㅇ → ← ㅇㆍㅣ와 같이, 띄어쓰기와 백스페이스 버튼을 추가로 눌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그러하지 않고 ㅅ ㅣㆍㅇ ㅇㆍㅣ라고만 쓰면 ‘사머’로 적힌다.
한편, 나랏글 자판은 직관성이 떨어져 익히기 어려운 데 반해, 오타와 타수가 적어 전달이 빠르다는 평을 받는다. 이 같은 반대되는 평가는 나랏글이 천지인과 정반대로 자음에 한글 창제의 원리를 넣고, 모음은 같은 자판을 여러번 눌러 만들도록 설계된 까닭이다. 한글 창제 원리상 가장 기본되는 소리인 ㄱ, ㄴ, ㅁ, ㅅ, ㅇ에 획을 추가하여 ㅋ, ㄷ, ㅌ, ㅂ, ㅍ, ㅎ을 적기는 하는데,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천지인의 모음처럼 익숙한 획순이 아니어서 직관성을 갖지는 못한다. 모음의 조합 역시 창제 원리가 반영된 것이 아니어서 그저 손에 익어야만 한다. 대신 나랏글은 오타와 타수가 적어 작문이 무척 빠르다. 자음을 정확하게 만들어 쓰는 덕에 천지인 방식처럼 띄어쓰기와 백스페이스를 누를 필요도 없고, 모음도 천지인에 비해 훨씬 적은 횟수의 글쇠로 조합해낼 수 있다. 물론 나랏글도 ‘앜ㅋㅋㅋ’처럼 받힘이 없는 음절 이후에 오는 ‘ㅋㅋㅋ’를 적을 때 나는 오타나, ‘ㅜㅜ’ 같은 눈물 표시를 적을 때 곤란함이 없는 것은 아니나, 천지인에 비하면 전혀 큰 불편이 아니다.
결국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자판 방식은 나랏글이다. 천지인도 나랏글도 익숙하다면 더 빠르고 오타가 적은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바라는 한글 자판
사실 앞서 사용자 경험을 구성하는 편의성으로, 직관성과 실용성을 들었지만 나에게 사용자 경험은 이들 요소가 전부가 아니다. 첫째로 나는 자판의 방식에서 한글 창제의 원리를 드러 내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천지인과 나랏글은 각각 모음으로써, 또 자음으로써 한글의 창제 원리를 밝히고 있는데, 한글에 대한 애정을 갖는 입장에서는 충분히 애착이 갈 수밖에 방식이다. 가장 현대적인 사물인 스마트폰에 15세기의 유산이 담긴다고 생각하면 이처럼 이채로운 것도 없다.
둘째로, 나는 한글의 창제원리가 갖는 조합의 재미를 좋아한다. ‘한글은 과학적이야’라며 자부심을 갖는 것과 다르게, 한글이 갖는 논리성은 글자를 만드는 재미를 만든다. 단순하게 공식을 외우듯 조합 방식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글자를 구성해 나가는 즐거움이 또 다른 차원에서 나의 사용자 경험을 높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하여 나는 현재의 방식에 못내 아쉬운 점이 있다. 나랏글도 천지인도 결국 한글 창제 원리 중 한 부분만을 도입한 것이기 때문이다. 듣자하니 표준 자판 형식으로 채택되며 특허도 풀렸다는데, 천지인의 모음 조합 방식과 나랏글의 자음 조합 방식을 합하여 자판을 만들 수는 없을까? 천지인의 모음이 직관성을 보완하고 나랏글의 자음이 타수와 오타를 보완하니, 자판의 직관성 측면에서도 실용성 측면에서도 전혀 나빠 보이지 않는다. 이에 더해 남은 버튼 한 공간도 .,?! 문장기호를 넣어 활용하면 좋을 성하다.
qwerty자판처럼 이미 익숙해져 버려 바꾸지 못할는지 모르겠지만, 한글날에 걸맞게 한글 창제의 원리를 한껏 살린 자판을 한번 떠올려 보았다. 혹자는 이것이 그저 두 방식을 주합(aggregation)한 것에 불과하여 독창성이 없다고 하겠지만, 나는 그 어떤 조합(combination)이든 이만하랴 싶다. 세종대왕 만세!
제 자판이 왕자님께서 다신 쓰고 싶지 않은 자판이군요ㅎㅎ
저는 처음 사용한 핸드폰이 스카이라 지금도 이게 세상 편해요;;;
천지인은 잘 못 쓰겠고, 나랏글은 엄마 핸드폰으로 사용해본 기억이 있습니다!
어쨌든 세종대왕 만세♡
처음 쓰신게 스카이였다니! 당시에 스카이는 엄청 좋은 폰 아니었나요? 사람의 관성이라는 것이 참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 사용한 폰이 LG 폰이어서 나랏글이 제일 편한 이유도 있습니다. 이후에 스카이 한글을 쓰려고 하니 손이 잘 안움직였는데, 천지인은 또 신기하게 되더라고요ㅎㅎㅎ 따지고 보면 저 세가지 방식이 표준이 된 데에는 시장의 초기 선점이 가장 큰 역할을 한 듯 싶습니다.
전 제일 편한건 SKY-II 였습니다. 스마트폰 이전은 모두 SKY만 써서. 그 다음은 나랏글을 계속 썼는데... 아이폰으로 바꾼 후는 어쩔 수 없이 쿼티 씁니다. 그덕에 오타마왕이 됐지만요.
저도 글 쓰기 전에 대충 사용자 점유율을 봤는데 SKY-II가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확실히 처음 배우고 익힌게 오래가나 봅니다. 저는 두 번째 문단에서 말한 것처럼, 편의성 자체보다 어떤 의미를 부여하거나 재미를 찾는 면이 있어서, SKY가 잘 손에 안 붙었습니다. 그리고 한글날을 기념해서 글을 쓰려다보니 시작부터 SKY를 지우고 시작해버렸네요ㅋㅋㅋ 좀 표현을 순화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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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폰 시절에 천지인 자판은 정말 획기적인 발명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한때는 천지인 자판만 사용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단모임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ㅋ 타자속도가 천지인보다 단모음이 빨라서 갈아타게 되었네요.
저는 손이 커서 차마 단모음 자판은 못쓰고 저 중에서 골라쓰는데, 아무래도 천지인이 느린 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듯합니다.
세종대왕님이 계시기에 오늘에 이런 이야기를 할수 있겠지요.
아니면 계속해서 한자를 사용했겠지요.
어순도 잘 안맞는 한자 쓰느라 힘들일 뻔 했네요
뒹굴키보드 한번 써보세요 신세계입니다
스와이프 기능이 있는 자판 말씀이시죠? 그래서 저도 이미 작년 즈음인가 시도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근데 제가 손이 크고 둔해서 그런가 오타가 너무 많이 나더라고요ㅋㅋㅋ 미친듯이 빨리 타다다다다닫 치려고 할 때 스와이프 기능이 속도를 줄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아이디어가 무척 참신해서 익숙해져보려고 한 달 정도는 써봤습니다. 잘만 쓰면 정말 재미있게 사용할 수 있을 듯합니다.
저는 천지인이던 나랏글이던 qwerty만 아니면 되는 것 같아요. 남편이 한글도 qwerty로 쓴다는;;
쿼티 자판 너무 작아서 쓰기힘든데 남편분은 대단하시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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