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일상의 해부학 - 5 :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백범김구
일상의 해부학 - 5 -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백범김구
한 집안에서조차 아버지와 아들이 좌우익으로 나뉘어 다투던 시절 김구 선생은 3.8선을 넘었다.
김일성에게 이용당할지도 모른다고 극구 만류하는 측근의 권고와 이미 이승만을 중심으로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을 준비하고 있던 우익의 거센 비난에도 강한 신념으로 그는 향후 반세기동안 민족을 갈라놓을 금단의 선을 넘어갔다.
남과 북이 하나된 정부를 세워야 한다는 그의 신념은 이내 허상으로 돌아갔고 그렇게 우리 민족은 수많은 피와 눈물을 이 대지에 쏟았다.
그렇게 냉전이데올로기를 이어가던 남과북은 분단 50년만에 두 정상의 만남으로 다시금 화해의 분위기를 조성해나갔고 6.15남북선언과 10.4남북선언을 이끌어냈다. 불가능할 것만 같은 일들이 기적처럼 이루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미국의 부시정권이 들어서면서 악의축 발언이 나오고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핵실험이 강행되면서 이내 한반도는 냉전이라는 급류에 휩쓸리고 말았다.
사람들은 6.15남북선언을 이끌어 냈던 DJ의 햇볕정책을 거세게 비난했고 한반도 평화정책에 호의적이던 사람들조차 무조건적인 대북포용정책에 대해 의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후 10년간의 보수정권이 집권한 기간동안 천안함 폭침, 연평도 민간인 포격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남북관계는 더욱 긴장사태로 들어서고 까딱하면 당장에라도 전쟁이 이루어질 것 같은 긴장감이 조성되었다.그리고 트럼프가 집권하면서 미국과 북한의 언쟁 수준은 도를 넘어서는 경지에 이르는 것 같았다.
이처럼 평화나 화해모드가 전혀 불가능할 것 같은 시점에 이루어진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북한의 알수없는 속셈에 또 넘어간다거나 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현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지고 중국과 미국에 의해서 그 키가 결정될 일만 남았다고 하는 여러 리스크를 감내하고서라도 그 의미는 깊다.
김구선생이 목숨을 걸고 3.8선을 베고서라도 남북이 분단되는 상황을 막으려고 했던 것은 우리 민족의 자주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에게 의존하는 것은 그들의 이익,이권다툼에 의해 놀아나는 또다른 파국으로 치닫는 불행을 막으려는 절박한 노력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현정부가 다양한 리스크를 감내하고비밀리에 2차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등 끝없는 노력을 강행하는 것도 반세기 전 김구선생의 그 절박함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물론 퍼주기식의 비굴한 평화는 안되겠지만 온 겨레가 피땀흘려 이룩한 노력을 파멸시키는 전쟁의 길로 가서는 안된다. 그렇기때문에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평화 정착에 대한 진정성 있는 노력만큼은 힘을 모아 응원하고 싶다.
70년 전 오직 굳센 신념으로 3.8선을 홀홀단신으로 넘어갔던 김구선생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심정으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또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