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책 리뷰 👏
- 요시모토 바나나, 키친
이상하게 중고딩때 일뽕에 취해있었던 지라 책도 일본작가책 중심으로 읽었다. 요시모토 바나나 작가도 그 중에 한명. 이제서야 책 표지 찾아보다가 안 것인데 이 책이 나 1살때 나온 책이었어?? 으악.
그 시절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정말 서정적인 책이다. 차라리 여주와 남주가 이어지지 않는것이 더 강렬하게 잊혀지지 않는달까. 이 미적지근하고 밍숭한 숭늉로맨스 특이물은 일본작가만이 구현해낼 수 있다. 그렇다고 또 답답하지는 않은게 산뜻하게도 자신만을 생각하며 부드럽고 나이스하게 상대의 호의를 가볍게 쳐내는 이런 로맨스. 요즘은 흔치 않아서 더 새로웠다.
마지막까지 누가 사귀자고 먼저 말하면 죽는병에라도 걸리는 세계에 갇힌듯 서사를 쌓아가던 두 주인공의 마지막 결말마저도 역시나. 끝까지 누구 하나 사귀자는 말도 없이 그저 눈을 보면서 서로 믿음 하나를 가지고 끝난다. 그 눈속에 무슨 말을 읽은 것일까. 이것이 진정 일본인들의 사랑이란 말인가. 갱상도였으면 마!! 가씨나야!! 소리가 절로나올 만한 장면이 많았다.
그것과는 별개로 마지막 단편은 조금 절절한 이야기로 나름 괜찮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그들은 정말 사귀다가 불의의 사고로 연인을 잃어버린 설정이라 <사귀자고 말하면 죽는 일본 연애병>의 저주를 피해갈 수 있었던 것이다. 나름 상큼하고 쾌속으로 빠르게 읽고 내려놓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 한강, 희랍어 시간
아이고. 아파라(...) 그냥 한강 작가책은 제목부터 아프다. 일단은 그래도 한국 여성 작가중에 이만한 필력과 깊이의 작가는 보기 드물기에 아프지만 주기적으로 천천히 그녀의 책을 독파해 나가고 있다.
현재는 채식주의자(1번은 읽다가 던지고, 몇 년뒤 노벨상 소식듣고 용기내어 다시 도전해서 간신히 완독성공;;), 소년이 온다(읽고나서 한동안 한강 책을 쳐다도 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여수의 사랑(단편집인데 반쯤 읽다가 에휴... 한숨과 함께 덮었다. 다음 몇 년후 다시 나머지 절반을 읽어보도록 하겠다) 이렇게 3권을 읽었다.
그나마 한강 책중에 가장 초심자가 읽기 괜찮은 책이라는 평이 많아서 여수의 사랑을 저번달에 읽다가 광탈했건만 다시 다른 작품으로 도전해보았다. 그렇다. 초심자용이 맞다. 벌써 설정부터 슬픈데... 점점 말을 할 수 없어지는 여자와 점점 앞을 볼 수 없어지는 남자의 찰나의 만남이라는(왜죠? 저는 찰나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뒷꺼풀 책소개부터 보통 아픔이 아닐꺼라 생각하고 읽어나가길 바란다.
한강 작가는 다양한 아픔을 묘사하는데 그 아픔이란 것이 개인과 개인의 아픔뿐만 아니라 국가와 개인, 부모와 자식, 전쟁과 국민 등등 전방위적인 아픔을 담고 있다. 내가 채식주의자를 2챕터도 가기전에 끝내버린건 그 꿈속에 주인공 '영혜'가 집어먹는 핏덩어리 고기묘사가 흡사 나에게 가해지는 고통처럼 너무 아팠다.
나 또한 한번씩 단체급식실에서 느끼던 노릇한 고기냄새와 수십명의 입속으로 먹혀들어가던 고기들을 보며 인간의 잔인함을 생각한적이 한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지만 순응하고 살아가는 사람과 그것을 인정하고 거부하게 된 영혜의 삶을 보며 어쩌면 정말 비겁한 것은 영혜가 아니라 모두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더러 들었었다. 어떻게 저런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자신을 버려가며 신념을 지켜낼 수 있었을까. 가족과 사람들, 자매들, 주위사람들의 말에도 흔들리지 않는 영혜의 그 채식주의 신념은 어떻게 보면 이해가 가면서도 어떻게 보면 우리가 타인에게 말없이 행하던 폭력을 가감없이 보여주게 되는 것 같았다.
이 밀랍어 시간은 앞을 점점 볼 수 없어지는 남자주인공 부분은 절절한 첫사랑부터 거슬러 올라가 점점 회상씬에서 현재씬으로 돌아오는 서술식인데 순수하게 자신의 사랑만 강요하는 듯 보이는 남자의 애달픈 사랑(너에게만 사랑, 타인에게는 집요한 스토킹 이었을수도) 부분의 묘사가 압권이다. 마지막즈음에 첫사랑과 거의 흡사한 여주인공의 흑머리채 묘사와 말을 못하는 모습 등이 그 모든 그의 첫사랑 클리쉐에 딱 맞아들어가며 입맞춤으로 끝나는데 두분 아무쪼록 행복하길 바라오. (ㅠ ㅠ)
내가 기억속에 잊었나 싶어서 서칭해봤는데 이 책에 주인공 이름 남녀 둘 다 나오지 않고 끝까지 전개된다. 그러나 보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으므로. 그나마 한강 작가책 중에 유일하게 미적지근하지만 해피엔딩으로(꼭 이렇게 두 분다 슬픈채로 엮어야만 하셨나요) 끝나서 천천 만만 다행이다. 이 다음으로 한강 작가책 중에 그나마 초심자가 비명(?!) 지르지 않으며 볼 수 있는 책이 <노랑무늬 영원>이라고 하니 도서관에 계신다면 제가 모셔오도록 하겠나이다. (소인... 오늘도 아픔에 대해 또 배워갑니다...)
읽는 나도 아픈걸 쓰는 작가님은 정말 괜찮은 걸까 그녀와 일상적인 얘길하면 어떤 느낌일까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이름부터가 한강이라니. 그 어느 옹졸한 이름보다 크고 넓고 포용력 있어서 아무도 그녀의 폭력을 담담히 써가는 글에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을듯 하다. 세상에 모든 아픔이 사라질때까지 그녀가 더이상 쓸 폭력의 소재가 없어질때까지 인간은 더 기술적이 아니라 인류애적으로, 지구인적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 같다.
마지막 소개책이 한강 작가의 책이라 이야기가 너무 무거워 진것 같다. 그러나 어쩔수 없다. 그녀의 책은 한 권 한 권이 결코 가볍지 않기에.


오랫만에 찡여사님 글을 보네요~
잘 지내는 것 같아 반가워요~~
저도 일럭님이 오랜만이네유
반가와유🙋♀️ 잘지내고 계시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