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 #krlast month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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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책은 양귀자 작가님의 것만 읽고 있다. 정말 센스있는 어르신이다. 55년생이시니 올해 칠순이시겠다. 요즘 서점가 베스트셀러로 또 한번 올라온 <모순>을 출간한 나이가 44살정도 였으니 마흔이 넘어 이런 글을 썼다는 것도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이십대의 마음을 이토록 잘 표현했다니. 나는 당연히 더 젊었을 때 썼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말이다.

오늘 벼르고 벼르던 <모순>을 필사 했는데 게으르게도 키보드 필사라 좀 빠르게 쳐낸 감이 있다. 한시간 반동안 한 챕터를 따라쓰면서 든 생각은 이건 아무리 봐도 작가 자신의 연대기 아닌가 싶은 생각이... 절대로 그냥 나올 수 없는 생각인데. 다수의 리뷰에서 페미니스트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건 그것대로 여작가만이 쓸 수 있는 여성의 심리를 너무 잘 표현했기때문에 어떤 수식어가 붙든 일단은 이런 소설도 앞으로는 계속 꾸준히 나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이 여성이라서 그런건지 특히나 독백이 많은 드라마나 소설들에 유독 깊이 매료되는 기분.

내 최애 드라마인 <청춘시대>와 <멜로가 체질>도 여성독백이 주를 이룬다. 다음웹툰에서 심심찮게 한번씩 보던 <술꾼 도시처녀들>도 드라마화된걸로 알고는 있는데 이건 왠지 마흔이 넘어서 봐야 이해할 감성코드같아서 묵혀두고 있다. 이러다가 50대에는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볼련지...(읭?)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일드 이야기인데 시작은 금요일 밤으로, 왠만한 드라마를 모두 봐서 시큰둥해진 남편(나이는 40대 중반, 인간세상에서 돈 벌이 중인 큰 犬으로, 종은 불독인데 성체가 다 되어 몸무게는 80kg에 육박하고 오징어랑 땅콩, 맥주, 커피와 콜라를 주식으로 하고 간식으로 밥을 먹는다. 주로 초등학생들이 좋아하는 소시지나 돈까스, 스팸, 계란말이를 좋아하고 적당한 온도로 방을 덮혀두고 이부자리를 펴놓은 침대위에 충전기가 꽂힌 풀밧데리 스마트폰을 제공하면 며칠이고 방에서 안나오는 희귀종 犬으로, 방에서 나오면 화장실로 가서 소변을 한쪽 다리를 들고 서서 보거나 배가 고프거나 둘 중 하나)이 제발 재밌는 드라마 추천을 부탁한다고 해서 급히 구글에 '인생 드라마 추천'을 검색하다가 뭔가를 보게 되었다.

우선은 포스터가 지나칠수 없는 비주얼이었고(슬립만 입은 두 여주인공 뒤로 포개진 상체탈의를 한 남성 두분이 서 계심) 범상치 않은 제목의 길이. 누가 봐도 일드였다. 이게 뭐냐 싶어서 또 제목을 검색해보니 뭔가 엄청난(?) 줄거리들이 소개 된다. 10년전 드라마인데 불륜을 소재로 했다. 급히 퍼뜩 든 생각이 아, 그래, 일본은 특히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많다고 들었는데 그 중 하나구만 싶었다. 일단 이건 제껴놓고.

우선은 남편은 일단 총소리가 나거나, 주먹질이 오가고, 분노의 복수가 있거나 아니면 유머러스한 러브스토리물+예쁜 여주물 이거나 혹은 범죄스릴러를 좋아하기 때문(회귀물도 좋아함) 일단은 생각나는 대로 전부 긁어다 카톡으로 리스트를 보내주었다. 놀랍게도 절반은 봤다고 한다. (나로써는 이해할 수 가 없다. 어떻게 뭔가를 보는대 전혀 심사숙고 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볼 수 가 있는건지;; 나는 웹툰 하나를 봐도 제목을 검색해보고 그림체도 보고 리뷰도 찾아보고 줄거리도 대충 알고 그렇게 조사를 하고 나서야? 정주행에 착수하는 편인데;;;, 시청률까지 보고, 동원 관객수까지 파악하고 나서야 보는 이상한 여자임, 감독, 작가가 누군인지도 볼때가 많음)

이것은 성격적인 것으로 나는 좀 천천히 꼼꼼히 보는 타입이라 책이나 뭔가를 읽어도 좀 시간이 걸리는데 남편은 속독파에다가 드라마도 실제로는 작은창으로 해두고 딴 짓(웹서핑이나 커뮤니티 글을 읽으며) 드라마를 보기 때문에 그 결이 다른것 같음. 나는 공부하는(?) 자세로 뭔가 배움을 얻고자 시청한다는 느낌이라면 남편은 정말 그냥 bgm으로 틀어놓고 딴 짓을 하며 큰 스토리만 대강 본다는 느낌으로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편. 그래서 1년동안 읽는 책의 권수와 드라마나 영화수는 남편이 나보다 최소 아주 최소로 10배이상 많을 것이다. 옆에서 스마트폰으로 웹툰 넘기면서 보는 속도만 봐도 쉴 새 없이 이미지가 스치고 지나가는데 그게 읽히냐고 하면 또 내용을 앎;;; (아이고 정신없어)

한날은 내가 너무 신기해서 이 정도로 판타지소설과 무협소설을 읽은 권수로만 보면 왠만한 작가들을 이미 넘어선거 같은데 진지하게 글을 써보라고 재차 강요했다. 그림은 발로 그리는걸 내가 잘 알아서 글을 워낙에 많이 읽는 양반이라 그리 권해본 것인데 (신기하게도 일반소설이나 책은 안봄) 대 놓고 안된다고 한다. 자기는 중학교때 큰 마음을 먹고 한번 판타지물을 써서 친구에게 보여줬는데 아주 크게 비웃음 당한 전적이 있어 절필을 하셨다고(대작가님 나심...)ㅋㅋㅋ

그에게 무빙이라는 작년 인기 드라마를 추천하고나서야 조용해진 틈을 타서 그 일드를 검색해보았다. 요홓. 리뷰가 아주 호불호가 쎄다. 이런 저질 쓰레기 삼류 드라마를 만들 시간이 있냐는 리뷰와 인생드라마이고 보다보면 주인공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게 되어 불륜이지만 저건 사랑이라는 짠한 마음이 든다는 글도 있었다. 그래. 한번 1화를 시청해본다. 주인공. 우에토 아야. 너무 이쁘다 ㅠㅠ 아니 누굴 닮았다는것이 문제였다. 어디선가 낯이 익어. 나는 일드를 안본지 꽤 오래된 여자인데 왜 우에토 아야가 낯이 익지.. 한참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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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우리 25층 살던 그 일본어 잘하는 아주머니랑 똑같이 생겼어. 일전에 쓴적이 있는데 현재 유투버이시고 12만구독자를 보유한 초미녀인 이웃이었(지금은 이사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던 그녀가 드라마에(ㅋㅋㅋ)출현한 것이다. 어떻게 옆모습이 저럴수가 있지. 입체감이 다소 없는 모습인데 입과 옆광대가 평평하면서도 코는 또 귀엽게 오똑하고 앞에서 보면 아랫턱이 얄쌍하고 하관이 유독 작아서 동안이미지, 그러면서도 약간의 웨이브진 긴 생머리에 반가르마, 딱 붙는 옷을 입고 다니지는 않아서 잘 모르지만 반팔과 긴치마 밑으로 드러나는 팔목과 종아리, 발목이 얄쌍하여 꽤나 마른 체형임을 알 수 있는 여자. 정면에서 보면 눈이 갈색인데 동공이 꽤나 커서 강아지 같은 느낌을 주는 날카로움이란 전혀 없는 둥그스런 느낌의 이지미를 지닌 여성이었지(참으로 자세히도 관찰하는 미인바라기인 나...) 이 여성은 일본에 계속 살았으면 드라마 여주를 했어야 하는 이미지인데. 그래. 그래도 유투버로 수익을 올리고 책도 냈으니 꽤나 잘 살고 있는 것이지 그래.

그래서 드라마 몰입이 되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낳은 딸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내게 자주 와서 자신이 주말에 다녀온 가족여행 사진을 보여주며 조잘조잘 잘도 말하던 귀여운 여자아이 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엄마를 빼다가 박아서 어흌ㅋㅋㅋ 미인은 삼대이상 가는구나 하는것을 느꼈다. 내 딸아 미안.ㅋㅋㅋ

그래도 이 드라마1화에서 굉장히 동질감을 느낀 말이 있었는데 대충 이런 말이었다. 남자들은 항상 벨을 누르지만 집안에는 들어오지 않아. 여자가 비로소 걸쇠를 풀고 문을 열어줘야만 들어오지. 그런면에서 약은 존재라고. 그 말을 곰곰히 곱씹어 봤는데 그렇구나. 남자들은 벨만 누르고 함부로 들어오지는 않는구나. 뭔가 그 남자와 잘 되고 있다면 여자가 문을 열어줘서 그런건가 이런 생각을 했다. 내 연애사는 그렇게 길지도 않고 만남도 잘 없었던 지라 이것이 정말 맞는 말인지는 연애고수들에게나 물어봐야 할테지만 내게는 꽤나 신선한 대사였다.

이 드라마의 줄거리와 그 후에 이어질 영화의 줄거리도 모두 읽어보았는데 피차 불륜의 끝은 파멸이라는걸 보여주듯 남주를 죽이며 끝난다고 해서 허허하면서 봤다. 요즘은 한국드라마를 켜놓고 집안일을 하거나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기 때문에 자막을 봐야 하는 외국드라마는 아무래도 내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느낌이라 보지 않게 된다. 나 왜 바쁜척이냐.

아 그렇지 저 일드 제목을 안 적었군.
메꽃, 오후 3시의 연인들 입니다.
더 보게 된다면 다시 리뷰를 진지하게(화내면서) 적어볼 의사는 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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