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특사

in #kr-diary5 days ago

매년 광복절은 우리 가족에게 뭔가 뜻깊은 날이다.

물론 나라의 광복을 기념하는 날이기도 하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은행 적금과 예금이 만기되고 새롭게 갱신되는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매년 이맘때가 되면 은행을 한 바퀴 도는 일이 연례행사처럼 되어버렸다.

올해도 오전 일찍부터 우리은행, 국민은행, 새마을금고, 한국투자신탁, 신한은행까지 차례대로 다녀왔다. 은행 업무가 모두 끝나고 집에 도착하니 오후 2시 30분.

지친다. 지쳐.

이번에도 역시 주식형 펀드를 권유받고, 카드도 하나 만들어보라는 이야기도 듣고, 금리가 이번에 올랐고 조만간 더 오를 것 같으니 6개월짜리와 1년짜리 상품을 적절히 나누어 가입하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까지.

은행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오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문득 생각해보면 나도 10년 전만 해도 이런저런 코인을 사고 주식을 사고 그랬다. 상승장도 겪어보고 하락장도 겪어보고, 결국에는 원금까지 회복하고 나서는 어느 순간 그런 것들에 대한 관심이 많이 사라졌다.

그 이후로는 현생에, 그리고 현실에 집중하기 위해 웬만한 자금은 그냥 내 수중에 두지 않고 정리해버렸다.

그러다 보니 참 이상한 일이 생겼다.

오늘 하루를 제외하면, 내가 지금 돈을 잘 벌고 있는 건지조차 별로 감이 없다.

월급이 들어오고, 필요한 만큼 생활비를 쓰고, 남는 돈은 다시 어딘가에 넣어두고. 그렇게 반복하다 보니 돈이 늘고 있는지, 얼마나 모였는지, 예전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인지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한 달에 쓰는 돈이나 생활하는 방식도 5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그래서인지 돈을 더 벌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내가 해야 할 일을 계속하는 쪽에 가까운 것 같다.

일하고, 남는 시간에는 책을 읽고, 또 필요하면 조금 더 일하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새 또 광복절이 돌아왔다.

나라가 광복을 맞은 날에 우리 가족은 매년 금융 계좌를 한 번씩 정리한다는 게 조금은 묘하다.

아마 내년 광복절에도 비슷할 것이다.

아침부터 은행 몇 군데를 돌아다니고, 또 이런저런 금융상품 권유를 듣고, 집에 돌아와서는 지쳐서 한숨을 돌리겠지.

그리고 그때도 아마 지금처럼 생각할 것 같다.

돈은 적당히 잘 굴러가고 있으면 됐고,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살아가면 되는 것 아닐까.

그렇게 또 1년을 살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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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투자 이런 거 하나도 할 줄 모르네요.
은행에서 뭔가 권유해서 투자한 것 중 이익 본 게 없어서 이젠 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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