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리고 독서 // 읽는다는 것 그리고 쓴다는 것의 의미

in #kr-diary4 days ago

오전과 오후에 강풍주의보 알림이 오더니, 저녁 6시쯤부터는 정말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쳤다. 갑작스러운 날씨에 적잖이 놀랐다.

원래는 저녁에 운동장을 몇 바퀴 뛰려고 했는데, 비 때문에 계획이 무산되었다. 그 시간에 무엇을 할지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은 또 연구실 일, 학생들과 함께 하는 일을 붙잡고 있다 보니 어느새 밤 11시가 다 되어 있었다. 역시 연구실에 오면 개인적인 일과를 편하게 수행하기가 쉽지 않다. 오늘은 손으로 필기해 둔 강의 노트를 문서화하거나, 도서관에서 빌려 둔 책들을 조금이라도 읽을 생각이었는데, 결국 몇 장 넘기지 못한 채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요즘은 신간 도서를 중심으로 여러 분야의 책을 읽고 있다. 물론 도서관의 '신간'이라 해도 대부분 2024~2025년에 나온 책이라는 점은 조금 재미있는 함정이지만. 정치·사회나 철학 분야의 책을 주로 읽고 있는데, 수학이나 과학 대중서를 읽을 때보다 훨씬 진도가 더디다. 한 문단을 읽고도 오래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득, 차라리 심리학처럼 조금 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골랐어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어려운 책이든 쉬운 책이든, 진정으로 몰입하게 되는 주제를 읽을 때면 시간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흘러간다. 어쩌면 독서를 통해 현실의 여러 문제에서 잠시 벗어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책은 나에게 상상할 여지를 주고, 사색하게 만들며,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계속 유지하게 해 준다. 그래서 나에게 독서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사고를 확장하는 가장 좋은 도구 가운데 하나다.

일을 하다가 답답함을 느끼면 음악을 듣거나 손필기 노트를 문서화하는 작업을 하곤 한다. 그 외에도 독서를 하며 적어 둔 메모를 다시 읽거나,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들어 사진으로 남겨 둔 문장들을 하나씩 들여다본다. 나는 좋은 문장이나 표현을 발견하면 종종 사진으로 남겨 두는데, 나중에 다시 그 문장을 읽으면 당시에는 미처 하지 못했던 생각들이 이어지곤 한다. 한 문장이 또 다른 생각을 낳고, 그 생각이 다시 새로운 질문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참 즐겁다.

다만 가끔은 더 많은 책을 읽지 못하고, 읽은 내용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이 나를 절망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세상에는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고,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과 집중력은 너무나 유한하다.

읽고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 보니, 가끔은 주변에서 "읽고 쓰는 것이 지겹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나에게 읽고 쓰는 일은 단순한 업무가 아니다. 그것은 세상을 이해하려는 방식이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어쩌면 읽고 쓰는 행위 자체가 나의 존재를 조금씩 증명해 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도 책을 읽고, 메모를 남기고, 문장을 다듬고, 다시 읽는다. 이런 반복이 당장은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그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온전히 나만의 생각이 되고, 나만의 목소리를 가진 글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그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울림을 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조용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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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더 많은 책을 읽지 못하고, 읽은 것을 온전히 내것으로 만들지 못한다는 말씀에 너무 공감해요.
언젠간 beo님도 후학들의 길잡이가 되는 책을 쓰실 겁니다. 아무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