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를 줄이는 대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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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를 줄이는 대화법: 말에도 '타입'이 있다

지난 편에서 표정, 제스처, 목소리 톤 같은 비언어 신호가 얼마나 강력한지 이야기했었지. 오늘은 한 걸음 더 들어가서, 말 그 자체를 어떻게 설계하면 오해가 덜 생기는지 얘기해보자. 개발할 때 API 문서가 명확하면 버그가 줄듯이, 말에도 “명세”가 필요하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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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꾸 오해가 생길까? (내 흑역사 포함)

솔직히 말하면, 나도 예전에 이런 말 많이 했다. “그거 좀 빠르게 해주세요.” …그 결과? 팀원은 “오늘 퇴근 전에”로 이해했고, 나는 “지금 바로”를 의미했다. 둘 다 틀린 건 아닌데, 둘 다 고생했다. 어? 이게 바로 오해의 클래식.

오해가 터지는 흔한 패턴은 이렇다:

  • 모호한 주어: “그거” “이거” “좀” “언젠가”
  • 의도와 영향이 다를 때: “농담이었어” vs “나는 상처받았어”
  • 해석이 섞인 문장: “너는 무책임해” (사실은 “마감 전날 밤에 공유가 없었어”)
  • 시간/범위/기준 없음: “빠르게” “어느 정도” “적당히”
  • 텍스트 톤 문제: 마침표 하나로 싸늘해지기도…

핵심은 구조다: 목적 → 메시지 → 요청

말을 던지기 전에 3단으로 정리하면 진짜 오해가 줄어든다. 나도 이거 습관 들이고 난 뒤로 일이 훨씬 수월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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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적: 내가 이 말을 하는 이유
  • 메시지: 상대가 기억해야 할 1문장 핵심
  • 요청: 구체적 행동 + 기한/기준

아래처럼 써보자.

[목적] 리뷰 속도를 맞추려고요.
[메시지] 오늘 안에 핵심 기능만 먼저 확인해주시면 충분해요.
[요청] 오후 4시까지 로그인/결제 흐름만 코멘트 부탁드려요.

또는 아주 짧게:

핵심: 오늘 4시까지 로그인/결제만 리뷰 부탁!
이유: 데모 빌드에 포함하려고.

모호함을 줄이는 7가지 말습관

  1. 주어와 대상 명확히
  • “그거 해주세요” → “대시보드 필터(검색창 위) 버그 수정 부탁해요”
  1. 관찰과 판단 분리
  • “너는 늘 늦어” → “지난주, 이번주 스탠드업 시작 10분 후에 들어왔어”
  1. 의도와 영향 분리
  • “그럴 의도 아니었어” → “의도는 농담이었는데, 네가 불편했다니 이해돼. 미안”
  1. 추측 대신 질문
  • “관심 없는 것 같네?” → “표정이 무표정해서 그런데, 지루했어?”
  1. 시간·범위·기준 표시
  • “빨리” → “오늘 6시 전, 최소 요건 A/B 충족”
  1. 절대어 피하기
  • “항상/절대” 대신 “이번/최근 3번 중 2번”
  1. 하나의 문장엔 하나의 메시지
  • 쉼표로 이어붙이지 말고, 한 문단에 하나의 핵심

SAY–ASK–CHECK: 짧은 확인 루프

말하고(SAY), 묻고(ASK), 확인(CHECK)하는 3스텝이면 대부분의 오해는 거기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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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Y: 내 메시지를 1문장으로
  • ASK: “내가 놓친 맥락 있어?” “여기까지 오케이?”
  • CHECK: 상대가 요약하게 하기
SAY: 내일 미팅은 데모만 하고, 의사결정은 다음 주에 하자.
ASK: 이 흐름 괜찮아?
CHECK: 너 관점에서 한 줄로 정리하면 뭐야?

상대가 “그럼 내일 확정은 안 하고 데모만”이라고 말하면, 서로 그림이 맞은 거다. 만약 “내일 결론까지 내죠?”가 나오면, 지금 바로 조정하면 된다. 늦게 알수록 비용이 커진다(개발이랑 똑같…).

I-메시지: 갈등 상황에서 특히 유용

감정 섞이는 순간, “너는 왜”가 나오면 이미 난이도 헬 모드. I-메시지로 스펙 다운시키자.

관찰: 오늘 회의에서 내 말이 두 번 끊겼고,
감정: 나는 당황했고,
욕구: 내 의견을 끝까지 말하고 싶고,
요청: 다음엔 한 번만 끼어들고, 나도 마치면 질문받고 싶어.

비슷한 말이지만, 공격 대신 협업의 문이 열린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말하는 내가 좀 멋있기도 하다(?) 아!

텍스트/메신저에서 오해 덜 나는 팁

  • 줄 바꿈으로 논리 묶기: 목적/요청/기한 분리
  • @멘션으로 책임 명확히: “@민지 일정 확정, @현수 문구 검토”
  • 이모지로 톤 보정: 🙂, 🙏 같은 기본만으로도 충분
  • 결정 vs 아이디어 분리: “[결정]” “[초안]” “[질문]” 태그
  • 중요한 건 전화/화상으로 5분 확인하고 기록 남기기
[결정] 내일 10:00 데모(10분), 질의응답(10분)
[요청] @민지 자료 9:30까지 슬랙 업로드 부탁
[질문] @현수 스크립트 2쪽 ‘가격’ 표현 괜찮을까?

내가 했던 웃픈 실수 하나

예전에 “그냥 간단히 만들어주세요”라고 했다가, 디자이너가 12가지 상태를 고려해 완벽하게 만들어왔다. 내 “간단히”는 “MVP 수준”이었는데, 디자이너의 “간단히”는 “사용자 흐름에 빈틈 없는”이었다. 결과? 일정 지연 + 서로 민망. 그 뒤로 나는 이렇게 쓴다.

간단히 = 기능 1개 + 예외처리 없음 + 모바일만 + 흑백

정의가 있으면 오해가 줄어든다. 말에도 타입이 있는 셈.

3분 체크리스트: 전송 전 셀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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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적이 한 줄로 보이나?
  • 주어/대상이 분명한가?
  • 시간/기준/범위가 있는가?
  • 감정과 판단이 아니라 관찰로 시작했나?
  • 상대가 쉽게 요약할 수 있나?
  • 확인 질문이 붙어 있나?

프린트해서 모니터 옆에 붙여도 좋다. 나도 붙여놨다. 음… 가끔은 안 보고 보내지만, 보고 보낼 때가 확실히 덜 틀린다.

다음 편 예고: 공감과 피드백, 그 어려운 균형

오해를 줄이는 말하기는 “명확성”이 핵심이었다면, 다음은 “온도”다. 말이 정확해도 차가우면 관계가 마모되고, 따뜻하기만 하고 모호하면 일이 안 굴러가거든. 다음 편에서는 공감과 피드백의 균형을, 실제 문장 예시로 풀어볼게.

PublicDomainPictures

요약: 말에도 명세가 필요하다. 목적–메시지–요청을 분리하고, SAY–ASK–CHECK로 루프를 닫자. 그리고 I-메시지로 감정의 난기류를 피하자.
다음 편에서 이 명확함에 “공감”이라는 온도를 더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