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 10. 문꽝족.

in #krsuccesslast month (edited)

쾅~!!

아랫집 젊은 남자가 현관문을 세게 닫는 소리가 뇌 속을 난폭하게 후벼 판다. 주변 공기가 흔들리고, 방바닥에 밀착된 발바닥을 뚫고 들어온 진동이 심장을 움켜쥔다. 매번 겪는 일이지만 저 소리는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공동 현관 앞뒤로 문을 살살 닫아달라는 쪽지가 붙어 있지만 별 효과는 없다. 심지어 개별 현관문 손잡이에 붙여봐도 소용없다. ‘문꽝족’들의 눈에 그런 쪽지는 보이지 않는다. 총 열두 세대가 거주하는 이곳은 이사가 잦다. 문꽝족이 나가면 금세 다른 문꽝족이 들어온다. ‘문꽝족 보존의 법칙’. 건물이 낡아 도어클로저는 대부분 고장 나 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문을 꽝 닫고 나오는 찰나에 밖으로 나가 그와 직접 대면하는 것이다. 몇 번 성공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문꽝족은 후다닥 사라져 버려 만나기가 쉽지 않다. 다들 급하다.

얼마 전 폭탄 테러 현장에서 살아남은 이가 트라우마를 겪는 영화를 봤다. 어떤 조짐도 없이 평범한 일상을 찢고 순식간에 들이닥치는 느닷없는 폭력. 영화를 보며 생각했다. 이런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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