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학력이 어떻게 돼!”

in #krsuccess5 days ago (edited)

“너 학력이 어떻게 돼!”

일 년도 넘은 일이다. 공원 산책길에서 한 남자와 시비가 붙었다. 내 근처에 있던 공원 관리인과도 시비가 붙었다. 공원 관리인은 경찰에 신고했다. 다 같이 경찰을 기다리면서 그 남자가 나에게 한 말이었다.

그는 많으면 60대 초반 정도인 것 같았는데, 머리가 벗어져 원래 나이보다 많아 보이는 건지도 몰랐다. 요즘엔 사람들 나이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내 또래일 수도 있다.

나는 그 희한한 물음에는 답을 하지 않고 끝까지 존댓말을 썼다. 상대를 존중하는 의도가 아닌, 벽을 세운 존댓말이었다. 같이 반말을 하면 그가 내뿜는 불결한 기운으로 오염된 공간에 그와 함께 뒤섞여 버릴 것 같아서였다. 뭐가 묻을 것 같아서였다.

내가 ‘박사’라고 말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잠깐 궁금하기도 했지만, 어떻게 말하던 또 다른 시비로 번질 거라는 건 불 보듯 뻔했다. 보통 이런 길거리 싸움에서 자신이 나이가 많다는 걸 내세우려는 것처럼, 자신의 학력을 내세우려는 거였을까. 그 남자의 옷차림, 인상, 얼굴 표정, 말투, 사용하는 언어는 고학력자로는 보이지 않아서 그 물음은 기괴하기까지 했다.

도착한 경찰은 먼저 그 남자를 공원관리인과 나에게서 분리했다. 물리적 폭력은 없었다는 걸 확인한 경찰은 원만하게 끝낼 것을 권유했다. 공원관리인과 나는 동의했다. 귀찮기도 하고. 나와 공원관리인이 그곳을 떠날 때까지 경찰 세 명은 그 남자를 둘러싸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과 싸움이 날 때 ‘나이’를 들먹이는 건 자주 봤지만, ‘학력’을 묻다니. 이런 경우는 영화나 드라마 같은 데서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지금도 그때 일을 떠올리면 좀 궁금해진다. 그 남자는 대체 왜 학력을 물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