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로구나

in #krsuccess2 months ago (edited)

아. 이제는 정말 완연한 봄이로구나.

늦은 밤, 돌연 창밖이 소란스럽다. 고즈넉한 주택가 골목의 적막을 깨고 봄기운에 들뜬 인간들이 원숭이처럼 꺅꺅 짖어대며 돌아다니는 소리가 들린다. 원숭이 소리는 아무런 전조나 예고 없이 송곳처럼 나의 뇌를 뚫고 들어온다. 소리는 난폭하게 경계를 허물고 내 주변 공간 모두를 점령한다. 나는 발가벗겨진 채 잔잔한 방에서 끌려 나와 원숭이 무리 속으로 내팽개쳐진다. 봄이로구나. 이들은 겨우내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었을까. 각자 자신만의 토굴 속에서 꺅꺅대고 있었을까.

봄을 알려주는 또 하나의 생명체가 있다. 바퀴벌레다. 역시 겨우내 보이지 않다가 추위가 사그라들면 슬슬 눈에 띄기 시작한다.

인간과 바퀴벌레는 공통점이 참 많다. 모두 다 이 아름다운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소중한 생명체들이다. (문득, 인간과 바퀴벌레 중 어떤 생명체가 더 소중할까 잠깐 생각해 보았습니다. 잠시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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