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구리 쿡쿡
옆에 앉은 사람의 팔꿈치가 내 옆구리를 슬쩍슬쩍 찌르기 시작한다. 그럴 때는 등받이에서 몸을 떼고 약간 앞쪽으로 당겨 앉거나, 옆 사람들과 닿지 않도록 어깨를 좁히고 팔을 몸 안쪽으로 바짝 붙여 옆구리를 방어한다.
언제부턴가 지하철에 앉아서 갈 때마다 이런 상황을 일상적으로 겪는다. 요즘엔 웬만하면 서서 간다. 운동도 할 겸.
좁은 지하철 의자에서 몸이 닿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쉬지 않고 휴대폰 화면을 누르고 스와이프하느라 움찔대는 팔꿈치가 옆구리를 계속 건드리면 역시 좀 난감하다. 아무래도 옆구리니까.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는 사람들이 종이책을 읽었을 텐데, 휴대폰을 드는 것처럼 책을 들었을 텐데, 그때도 이렇게 옆사람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던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그때는 지금보다 매너 없는 사람들이 많아서 지하철에서 몸이 닿는 정도는 둔감했던 게 아닐까.
마침 건너편에 앉아 가는 승객들 중에 종이책을 읽는 사람 한 명이 섞여 있었다. (물론 대부분은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젊은 여성이었는데 팔꿈치를 자신의 몸에 바짝 붙여 책을 받치고 있어서 옆사람을 찌를 일은 없다. 반면 휴대폰을 보는 사람들은 팔꿈치가 옆사람을 향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서로 팔꿈치를 맞대고 앉아있다. 종이책이 휴대폰보다 크고 무거워서 저 젊은 여성처럼 팔꿈치를 자신의 몸에 붙여야 읽기가 편한 모양이다.
그래도 역시 잘 모르겠다. 종이책을 읽는 저 젊은 여성만 옆사람을 배려해서 팔을 붙이고 가는 걸 수도 있다. 다음에 지하철을 탈 때 종이책을 들고 나와서 읽어 볼까. 과연 어떤 자세가 편할지 직접 실험해 봐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음. 역시 귀찮다. 무겁기도 하고. 그냥 운동 삼아 서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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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오늘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한 젊은 여성이 서서 종이책을 읽는 모습을 봤습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 였습니다. 너무 좋아하는 소설이라 반가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