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독 후유증

in #krsuccess23 days ago (edited)

<삼체> 류츠신.

3부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자 포만감과 허탈한 아쉬움이 온몸을 뒤덮었다. 이런 류의 전통적인 하드 SF소설 중에서 앞으로 이보다 더욱, 아니 이만큼이라도 나를 몰입하게 만드는 작품이 과연 또 나올 수 있을까.

하드 SF소설의 대표적인 매력은 과학 이론의 고증이 철저하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적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한 이론 설명이 다소 길어질 때가 많다. 하지만 교양 물리학 책을 읽으며 단련된 하드 SF소설 팬들은 이 긴 설명을 즐긴다. 과학 이론 고증이 어설프거나 과장이 좀 심하면 재미가 뚝 떨어진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용과 마법사가 등장하는 ‘판타지’가 낫다.

<삼체>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과학 이론 묘사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의 역량도 대단했다. 특히 ‘면벽자’들의 전략 부분은 깊은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유니크한 설정을 덧입힌,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매혹적인 ‘이야기’였다.

이 소설을 다 읽고 다른 책들을 펼쳐보았지만 머릿속에 ‘삼체’의 이미지가 떠나지 않는다. 다른 책들의 모든 문장이 ‘삼체’와 겹쳐 보인다. ‘삼체 후유증’이 몇 주는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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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삼체 3부에 ‘애드가 앨런 포’의 단편 <소용돌이 속으로의 추락>이 하나의 모티프로 등장한다. 다행히 예전에 이 단편을 읽은 적이 있어서 이 부분이 더욱 재미있었다. ‘삼체’를 다 읽고 <소용돌이 속으로의 추락>을 다시 읽었다. 역시 더욱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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