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감동
<로자 룩셈부르크 Rosa Luxemburg. 1986>. 마가레테 폰 트로타 감독.
폰 트로타 감독의 ‘실존 여성 인물 3부작’이라 불리는 <한나 아렌트>(2014), <비전>(2011), <로자 룩셈부르크>(1986)의 주연은 모두 바바라 주코바가 맡았다. 그녀는 이 작품으로 그해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한나 아렌트>를 먼저 보았다. 묵직했다. <로자 룩셈부르크>는 더욱 묵직했다. 이 위대한 인물들을 ‘영웅’처럼 묘사하지 않은 연출이 무척 좋았다. 감정이나 감동을 쥐어짜지 않았음에도, 다리를 절룩거리는 서른 무렵의 룩셈부르크가 연설을 하는 장면에서는 복잡하고 묘한 감동이 일었다. 룩셈부르크가, 그리고 바바라 주코바가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독일 사회민주당 지도부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었다. 룩셈부르크는 사민당의 수정(개량) 주의를 비판한다. 동료 여성 당원인 클라라 체트킨이 ‘여성 선거권’에 이야기를 꺼낸다. 룩셈부르크는 그건 지금 여기에서 논하지 말자고 말한다. 다른 남성 당원들은 클라라의 말을 ‘북돋는다.’
실제 이런 대화는 없었겠지만, 폰 트로타 감독의 연출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당시 가장 ‘진보적’이었지만 명확한 한계를 지녔던 사민당의 분위기, 그리고 룩셈부르크의 사상과 성향이 이 짧은 대화로 알기 쉽게 드러난다.
번역 출판된 그녀의 저작 중에서는 『사회 개혁이냐 혁명이냐』(책세상)가 가장 좋았다. 판본에 따른 수정 사항이 꼼꼼하게 반영되어 있고 번역도 매끄럽다. 해제에 담긴 역자의 설명 또한 룩셈부르크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같은 진영이었음에도 볼셰비즘에 대한 그녀의 비판은 매서웠다. 룩셈부르크는 레닌주의의 조직 원리를 비판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관료주의적인 구속복은 신생 노동 운동을 무력화하여 중앙위원회에 의해 조종되는 꼭두각시로 전락시킬 것이다. 이보다 확실하게 노동 운동을 권력에 굶주린 지식인 엘리트의 노예로 만드는 길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