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자네가 주먹깨나 쓴다고? 필라테스와 킥복싱?
진짜로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TV 속에만 있는 줄 알았던 '킥복싱'이라는 단어를 실생활에서 접한 건 동네 아줌마 덕분이었다. 새로 개장한 헬스클럽에서 무료 강좌 쿠폰을 주기에 덥석 받아들고 갔다가 발차기와 주먹질을 신나게 하고는 다음날 뻗어서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했다는 얘기였다. 그 아줌마껜 미안하지만 그 말을 그대로 믿지 않았다. 전문 프로선수를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동네 헬스장에서 하는 건데. 설마 그정도겠어? 과장이 좀 심한 거겠지.
공짜 쿠폰 기간이 더 남았지만 한번 가고 다시는 안 간다는 아줌마 말에, 역시나 죄송하긴 하지만, 속으로는 몇번 더 해보면 몸이 익숙해질 텐데. 어차피 무료인 걸 그냥 다니시지,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킥복싱을 해보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진짜다. 이 나이에 발레도 어울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킥복싱이 어울리는 것도 아니었다. 난 그저 체력만 기르면 되지 격투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었으니까.
그랬는데, 내가 킥복싱(엄밀히 말하자면 필라테스 + 복싱 = piloxing 이라는 프로그램) 수업을 한번 듣게 됐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다. 내가 수업 듣고 싶었던 강사분이 계셨는데, 그분 수업인줄 알고 들어갔더니 다른 강사분의 필록싱 수업이었다. 성까지 확인을 하지 못한 건 내 불찰이지만 변명을 하자면, 흔하지도 않은 Adeena라는 이름의 강사가 한 센터 안에 두명이나 있을 줄은 몰랐다.
아무튼, 수업이 시작되는데 나오기도 뭣해서, 그리고 그 아줌마의 말이 진짠지 확인도 할 겸, 도대체 필록싱이 뭐기에 이 많은 수강생들이 듣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그냥 그 수업을 들었다.
그런데, 설마, 그 정도였다.
주먹질도 한두번이지
처음엔 재미있기도 했다. 진짜 권투선수라도 된 양 발을 사뿐사뿐 움직여가며, 원투 원투! 주먹을 날렸다. 잽, 스트레이트, 훅, 어퍼컷! 내 맘에 안 들었던 사람들이 내 앞에 있다고 생각하며 주먹을 허공에 날렸고, 온갖 스트레스를 똘똘 뭉쳐서 스트레스로 가득찬 가상의 샌드백을 허공에 만든다음 열심히 킥을 했다.
아, 그 쾌감이란! 물론 실제로 누굴 때리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샌드백을 때리는 것도 아니지만 주먹을 곧게 뻗고 발로 킥을 하는 동작 자체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 같았다. 내 맘에 안 드는 사람들 모두 가만 안 두겠~~어!
하지만 딱 거기까지.
수업 시작한지 십분이나 지났을까? 내 동작은 눈에 띄게 느려지기 시작했고, 내 발길질로는 파리 한마리 쫒지 못할 것 같았다. 이제 그만 용서해줄 테니 다들 가라고, 상상 속에 데려다놨던 사람들도 쫓아버리고, 나 실은 그렇게 스트레스 안 받았어 하며 가상의 스트레스 샌드백도 치워버렸다. 계속 이렇게 주먹질하고 발로 차다간 더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았다.
아니다 싶으면 빨리 포기하기
그래도 한번만에 포기하는 건 좀 아닌 거 같아서 4번이나 같은 수업을 들었다. 내가 미쳤었나 보다. 여러번 반복할 수록 이 길은 내가 가야할 길이 아니라는 게 더 선명해졌다. 우연히 벽에 붙은 전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본 것도 한 몫했다. 내 상상 속의 모습은 멋지게 팔 쭉쭉 뻗고, 액션 배우처럼 킥을 하는 거였는데. 실제로 거울로 보니... 음,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안 하겠다. 아. 지금까지 이런 킥은 없었다. 이것은 킥인가, 다리의 경련인가.
나는 아니다 싶으면 빨리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그게 큰 단점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번에도 그 장점(?)을 십분 발휘해서 필록싱 수업에서 빠져나왔다.
어제도 운동을 다녀왔다. 이번엔 성까지 제대로 확인해서 내가 원하던 선생님의 수업을 들었다. 그래, 딱 이거다. 적당히 어렵고, 적당히 힘든. 한번도 안 해봤다면 마냥 궁금해하기만 했을 텐데, 그래도 한번이라도 들어봤으니 후회는 없다. 다음번에 그 아줌마를 만나면 나도 다 안다는, 공감의 눈빛 한번 쏴줘야 겠다.


그래도 적당히, 꾸준히 운동을 하시네요ㅎ
온 몸에 축복이 넘치길 바랍니다!^^
건강과 체력의 축복이 내리길 바라고 있답니다. :)
아버님은 좀 좋아지셨나요?
네 조금씩 호전되고 있습니다. 다리쪽은 많이 좋아지셨어요.
시간이 좀 필요할 듯 하네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대로 확인한 수업은 요가 수업인가요? 꾸준히 요가하시네요^^
Posted using Partiko Android
네, 요가에요. ㅎㅎㅎ 근데 꾸준히 하는 것만큼 늘지는 않는 거 같아요. ㅎㅎㅎ
ㅎㅎㅎㅎ 킥복싱. 저도 한번쯤 해 보고 싶은 거였는데 말이죠. 너무 오랫만에 왔더니 ㅠㅠ 엄청 낯설어요. 브리님 뵈니 너무 좋네요. 헤헤 :)
오랜만이어요!! 잘 지내시는 거죠?
전에 계셨던 분들이 많이 안 보이시네요. ㅠ.ㅠ
저같은 저질체력은 글만봐도 포기입니다.ㅎㅎ
저도 하루 운동 다녀오고 이틀 골골대고.. 그러고 있습니다. 운동하면 체력 좋아진다고 했는데, 왜때문에 전 더 힘든지.. T^T
Congratulations @bree1042! You received a personal award!
You can view your badges on your Steem Board and compare to others on the Steem Ranking
Vote for @Steemitboard as a witness to get one more award and increased upvotes!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했죠~~ ㅋㅋ
왜 하필 거울을 보셔가지고... ㅠ
그러게요. 전 제 다리가 좀 더 높이 올라가는 줄.. 킥이 좀 멋진 줄 알았더니.. ㅋㅋㅋ
킥복싱이라니 멋지십니다 브리님..+,+
Posted using Partiko Android
그 멋짐 때문에 계속 하려고 했지만.. 킥복싱인데 다리가 안 올라가서 킥이 안돼요. ㅋㅋㅋ
ㅎㅎㅎㅎ 거울.... 잠깐 상상했어요. 웃으면 안되는데....ㅎㅎㅎㅎ
Posted using Partiko Android
나도 선생님의 모습이겠거니 했다가.. 거울을 보고 현실 파악을 했네요. ㅎㅎㅎ
킥키킥 하이킥 한번 배워보고 싶었습니다 ~
실천 대단합니다 ^^~
아니라고 하면서도 저도 한번쯤 배워보고 싶었나봐요. ㅎㅎㅎ
필라와 요가를 다닌지 세달이 되가는데도 저 자신과 타협중이예요. 또 포기는 안된다며^^;;;;
그래도 꾸준히 하시네요. 저도, 이정도면 꾸준히 하는 거 아닌가.. 라며 스스로 위안을 하는 중입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