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병의 이야기(44)

<대통령 각하 압록강수 잡사 보십시요(10)>

아! 서울까지 생명을 지탱할 수 있을까! 파카옷(털로된 오바옷 같은 것) 그 안에 UN 잠바옷(털잠바)를 껴입었기 때문에 파편이 관통 못한것이 파카옷과 UN 털잠바 덕분으로 생명을 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내혼자 느낌이다.

나는 전포대장 이 중위에게 너털 웃음을 하며 의연한 자세로 여유를 보였다. 어떻게 지혈한담, 누군가 병사들의 겨울 군복은 누비 옷이라고 하면서 병사의 동복을 찢어 솜을 끄집어서 "다이아찡" 약을 빠서 가루를 만들어 솜에 섞어서 가느다란 싸리 나무를 꺽어서 상처 구멍에 쑤셔 밀어 넣었다. 솜이 들어가는 것을 봐서는 수류탄 파편이 깊이 박인 것 같다. 구멍이 두 개라 했다. 바른쪽 등뒤 가슴 부근인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일단은 흐르는 피는 막았다. 내 목숨이 모지게 질긴가 보다. 견딜수 있을까? 혹시 포대장님이 갈 수 없으면 어찌 되는거야!? 걱정 태산들, 쑤군 쑤군, 포대원 전원이 심각히 우려 하는 것 같았다.

이때 떠오른 것이 영천 전투때 먹다남은 약이 생각났다. "비상 약이므로" 늘 차고 있는 잡납가방 안을 뒤져보니 "다이아찡 알약과 페니시링" 그리고 "기니네 약" 이 들어 있었고 수첩과 연필였다. 와아! 살 수 있다. 하느님의 도움이시다! 이보영 중위(포간?)의 말에 함성이 터지고 박수가 터졌다. 앞이 캄캄하고 절망적인 울상이던 장병들 한 순간이나마 웃음을 찾고 생기가 돋았다. 당장에 총알보다 추위와 배고프고 물이다. 비행기서 보급 받은 "레이션"으로 지금은 견딜수 있지만 다음 부터는 큰일이다. 이른 아침이다. 얼굴이 틱틱하다. 불을 쬐다보니 그럴만도 하다. 여기가 어딘지 퇴로는 어딘지... 산악속이라 좀 있으면 눈보라 치고 콧물이 얼어붙는 북간도 추위를 견디어 낼지, 실로 막막하고 앞이없다. 완전한 고립이다.

"주검"아니면 "투항" 그이외는 아무것도 없다. 어떡하나!? 묘수는 없다!? 이때즘에 나는 용약 일어섰다. 다 모여 있었다. 준엄하고 비상한 결의로 "사느냐 죽느냐" 첫말에 눈알이 둥그레 공포심을 유발하는 것 같다. 여기가 압록강 초산읍에서 얼마 만치 멀리 떨어졌다. 순창동이란 동네다.
※ 나는 부상으로 인한 고통의 표시나 어떤 약체의 모습을 추호도 보이지 않았고 더더욱 강인하고 명쾌한 의지력을 오뚝이 같이 보였다. 겉으로는 상처가 별거 아닌 것처럼 무관심인양 애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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