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페터 한트케 - 세잔의 산, 생트빅투아르의 가르침steemCreated with Sketch.

in #peterhandke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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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에 ‘이것과 저것이 있다’라는 문장을 쓴다. 이 문장을 읽는 누구든지 ‘이것’과 ‘저것’에 떠오르는 어떤 사물, 사람, 장소를 대입할 수 있다. ‘잠옷과 서울이 있다’. ‘냉장고와 베르디가 있다’. ‘달걀과 편지지가 있다’. ‘새와 바람이 있다’. 영감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이들에게 삶은 이렇게 다가온다. 한 편으로는 자의적으로 문장을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무엇인가에 의해 문장이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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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트케의 인생도, 나의 인생도, 당신의 인생도 그렇게 두 종류의 문장으로 만들어졌고, 계속 만들어질 예정이다. 우리가 그 문장들 사이에서 무엇을 ‘보느냐’를 결정짓는 그 ‘찰나’가 우리의 다름을 만든다. 그것으로 글을 쓰는지 음악을 만드는지 그림을 그리는지 영화를 만드는지는 각자의 본성과 선택으로 정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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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야기는 길지 않다. 그의 소재는 꾸준히 무엇을 ‘보느냐’에서 오고, 그래서 실제로 생트빅투아르산이나 세잔과의 내적 관계를 서술하는 데 있어 많은 분량을 쏟지도 않는다. 옷을 만드는 친구 ‘D’나 퓔루비에의 ‘개’, 세잔의 ‘팔짱을 낀 남자’, 종반에 등장하는 모르츠그 숲에 대한 숨막힐 듯한 묘사는 모두 근원을 파악할 수 없는 연결점에서 흘러나온 것이고, 그 연결은 본인이 확신하면 확신할수록 강해진다. 논리로는 파악할 수 없는 연결. ‘이것과 저것이 있다’로 밖에 설명할 수 없는 무엇. 그런데 그 연결의 중간 지점에서 나의 저린 데를 쿡 쑤시는 돌기가 솟아 나와 있는 이유는 뭘까. 역시 알 수 없다. 우리는 그 연결을 보고 반응할 뿐이다. 그래서 책의 또 다른 제목을 짓자면 <내가 보는 것>이 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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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이 있군요?
기억해 둬야겠어요.

읽게 되신다면 좋은 감상을 느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