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bymaker] 진승(眞僧)은 하산하고, 가승(假僧)은 입산한다.

in #saha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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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에서 말법의 시대가 도래하면 진짜 중은 속세로 내려오고 가짜 중은 절로 들어가서 부처 흉내를 낸다고 했다. 며칠 전 두 외국인이 벌인 헤프닝이 사바세계를 시끄럽게 만들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책을 써서 떼돈을 번 혜민스님(본명 라이언 봉석 주)이 얼마 전 남산뷰가 보이는 자신의 집을 소개하면서 사달이 난 것인데 이를 본 현각스님(본명 폴 뮌젠)은 주봉석을 두고 부처님을 팔아먹는 사기꾼이니 승려가 아니라 사업가 배우라느니 심지어는 기생충이라고까지 하면서 비난했다.

주봉석이나 폴 뮌젠은 독특한 배경을 가지고 출가한 대한민국의 승려로서 그동안 나름 인플루언서의 역할을 하고 있었던 터라 처음 이 사건을 기사로 접한 필자로선 몹시 어리둥절하였다. 주봉석이 자신의 집을 tv에 자랑했던 사실도 몰랐던 터라 폴 뮌젠이 주봉석을 사기꾼이라고 맹비난하였다니 그 사건의 전말이 몹시도 궁금하였다. 처음엔 주봉석의 승려되지 못한 행실이 분명 잘못되었고 이를 폴 뮌젠이 비난한 것이어서 그래도 현각은 제대로 된 중이구나하고 생각했는데 웬걸 하룻밤만에 주봉석이는 기생충이 아니라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불가에선 축생이 인생으로 바뀌는데 억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기생충이 하루아침에 사람이... 그것도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단 말인가? ㅋㅋ

주봉석이는 생김새가 선하게 생긴데다가 고리타분한 스님이 아니라 몹시도 인텔리한 분위기까지 풍겨서 대중들로부터 꽤 많은 인기를 끌었다한다. 그런데 그간 스님의 행세를 하였지만 지난 12년 동안 한번도 안거수행을 한 적이 없고 심지어 법정스님의 행적을 왜곡하여 견강부회한 사실까지 드러나 이자가 과연 승려가 맞긴한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무소유를 행하기 위해선 우선 가져야하며 법정스님이 무소유할 수 있었던 것은 막대한 인세수입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무슨 해괴망측한 혹세무민인가? 주봉석이의 실체가 드러난 것은 그렇다치고 폴 뮌젠 또한 주봉석이와 크게 다르지 않는 부류이다. 어떤 사람을 기생충이라고까지 비난할 때는 분명 그만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단 70분간의 통화만으로 깨끗이 해소되었다면 처음부터 잘못 생각한 것이며 이러한 경박함은 구도자가 가장 멀리해야할 오류이다. 폴 뮌젠은 주봉석이보다 먼저 한국사회에 들어와 인텔리한 승려 마케팅에 성공한 인물인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국 불교를 맹비난하고 우리사회를 떠난지 몇년 되었다. 폴 뮌젠은 주봉석이처럼 대놓고 돈벌이를 하진 않았지만 주봉석의 집자랑에 갑자기 배알이 꼬여서 그를 인민재판에 회부하고 사회적으로 매장한 셈인데 주봉석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다시 사면을 해주었으니 땡중들끼리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는 내 알바 아니지만 미국인들은 이제 미국 가서 놀았으면 좋겠다. 양키 고홈!

사회가 점점 양극화되면서 상실감이 커진 이들이 누군가로부터 위로를 받고싶은 욕구가 커지고 있다. 김제동이니 김창옥이니 하는 엔터테이너들이 바로 이러한 니즈를 읽고 크게 성공한 사업가들인데 그들의 현란한 말재주로 몇시간 재밌게 보낼 수는 있겠지만 과연 그것이 상처를 치유하는 힐링이 될 수 있을까?

인터넷이 만들어낸 각종 첨단 미디어들로 대중들이 지식과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졌지만 사색없는 독서가 공허하듯이 어떠한 값진 정보도 후숙 과정이 없이는 내것이 될 수 없다. 책이라고는 평생 일년에 한권도 안읽는 사람들에겐 유명강사가 개그를 섞은 현란한 말솜씨로 쏙쏙 귀에 넣어주는 강의가 꿀같을 것이다. 하지만 삼국지 초한지를 밤새워 읽으면서 조자룡과 함께 말을 달리고 제갈공명과 같이 책략을 짰던 그 현장감은 한시간만에 요약해서 알려주는 입시학원식 강의로는 결코 대체할 수 없다.

수많은 유투브 채널과 거의 모든 프로그램이 예능화된 tv는 사람의 사유 능력을 상실하게 만든다. 백종원이 골목식당에 나와 폐업직전의 자영업자들을 살리고 시청자들에겐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지만 잠시 물러나 잘 생각해보면 대형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그 사업가가 골목식당을 살리려고 나선다는게 무슨 의도일까 자문하게 된다. 이처럼 어떤 채널이건 소기의 목적이 있고 출연자들이 그 목적에 부합하도록 연기하기 때문에 그 채널에 몰입하여 시청하는 대중들은 사유의 능력을 잃고 그들이 원하는대로 끌려가게 되는 것이다. 화면에 비친 그들은 모두 선량하고 양심적으로 비치기 때문에 뒷광고를 받고 독자들을 현혹시켜왔던 유투버들의 실체를 알고나선 필요 이상의 정신적 충격을 받는다. 이 모든 것이 tv나 스마트폰의 사각창으로 연출되는 연극이다. 절이 부여한 추상적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절에 있는 중들이 모두 고승으로 보이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가승은 절에 있고 진승은 속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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