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bymaker] 식사접대의 미학

in #school-food4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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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급식 메뉴에 랍스타, 장어덮밥, 수제버거, 대게 등을 내놓아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한 영양사가 새로운 길을 찾아 그만둔다는 소식에 많은 학생들이 슬퍼한다고 한다. 영양사로 일했던 7년 동안 이와같은 획기적인 급식 메뉴들을 선보여 2016년엔 교육부장관상까지 받았다니 실로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이다.

학교 급식이라면 대충 밥, 국, 김치 등으로 구색만 갖춘 것들이 많고 그나마 질이 떨어져 일부러 찾고싶진 않은 음식이 대부분일 것이다. 제한된 예산으로 단시간에 많은 양의 식사를 준비해야하니 아무리 특식이라해도 이와 같은 메뉴를 기대하기란 만무한 일일텐데 그만둔다는 소식을 들으니 아무 상관없는 필자조차도 아쉬운 마음이 든다.

누군가에게 식사를 대접한다는 것은 내가 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표현하는 것이다. 잘 얻어먹은 한끼 식사는 평생 잊지못할 기억으로 남기도 한다. 너무 비싸서 선뜻 내돈 주고 먹기 어려웠던 좋은 음식을 대접받으면 유흥주점에서 100만원어치 술을 얻어 마신 것보다 더 고맙고 기억이 오래간다. 우리나라에서 접대라고 하면 무조건 술을 먹이는거라고 생각하는 문화가 꽤 오래되었는데 잠시 생각을 해보면 그런거보다는 혀와 뇌가 기억하는 음식을 접대받았을 때의 감동이 훨씬 크고 가성비 또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필자는 얻어먹기보다는 사주는 편이 많은데 언젠가 한번 친한 친구에게 스시 코우지의 오마카세를 사주었더니 두고두고 얘기하는걸 보고 기분이 좋았다. 노래방에선 수십만원을 거리낌없이 쓰면서 정작 밥값에는 인색한 사람들이 많은데 참 이해 못할 일이다. 회사 생활하면서 수없이 불려다녔던 노래방과 유흥주점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데 말이다. ㅎㅎ

좋은 음식을 배불리 먹으면 누구나 할 것 없이 기분이 좋아진다. 민감한 이슈를 다루는 회의가 있을 땐 회의 전에 만찬을 하는 것이 좋다. 배가 부르면 누구나 조금은 너그러워져서 상대방의 작은 실수는 그냥 넘어가 주기 때문이다.

해외출장을 가면 늘 부러웠던 것이 그 회사의 구내식당이었다. 인테리어가 화려하진 않지만 골라먹을 수 있는 음식이 지천이고 음료수 같은 건 마음대로 가져가서 마실 수 있게 하는 것이 매우 여유로워 보였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깟 콜라 사이다가 몇푼이나 할 것이며 마음대로 마실 수 있다고 해도 하루에 몇캔이나 먹겠는가? 구글에선 일류호텔의 셰프를 스탁옵션까지 줘가면서 채용한다. 주말에는 직원들의 가족들까지 와서 마음껏 식사할 수 있는데 집안의 가장이 일하는 회사가 얼마나 좋은지 몸소 느끼게 해주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초,중,고 12년을 도시락 대신 학교에서 주는 급식을 먹고 자라는 아이들... 장차 이 나라를 이끌어갈 아이들에게 밖에서 사먹는 음식보다 훨씬 훌륭한 급식을 먹이고 키운다면 이보다 더 훌륭한 투자가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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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공감되는 내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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