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in #slow3 months ago

우중충한 날이었다. 잠을 푹 잤지만 전혀 개운하지 않았다. 창 너머로 보이는 짙은 안개가 내 머릿속까지 차있는 것처럼 몽롱했다. 다시금 눈을 감았다가 호흡에 집중해 본다. 천천히 들이쉰다. 들어오는 공기가 동굴 같은 콧구멍을 통해 폐로, 얼기설기 이어진 핏줄을 통해 온몸으로 퍼지는 것을 느낀다. 몇 번 호흡을 하고 나서 다시 눈을 뜬다. 머릿속은 여전하지만 조금 전보다 상쾌한 기분이 든다.
아직 잠에 취한 가족들을 뒤로 하고 집을 나섰다. 가볍게 몸을 푼다. 그리고 달린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느린 속도로 천천히 공기를 가로지른다. 집 밖 환경은 집 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둡고, 고요하다. "푸드득" 거리며 나뭇가지에서 졸던 새가 날아오른다. 내 호흡과 발걸음 소리가 누군가를 깨운 거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일찍 일어나는 새가 지렁이를 잡는다'는 말이 있다며 내 행위를 합리화 한다. 날개짓하던 새는 금세 정신을 차리고 먹이를 잡을 게다.
늘 달리던 산책길 최하단을 딛고 오르막으로 접어들 때면, 저 멀리 어디선가에 태양이 뜨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숨이 가빠질수록 빛은 더욱 선명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짙은 어둠은 조금씩 자리를 내준다.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으니 아무런 미련이 없다는 듯, 아주 자연스럽게, 눈 뜬 자들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어둠과 구름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나오는 햇살은 실로 눈부시다. 그 모습을 보며 달리고 있노라면, 내 머릿속을 괴롭히던 안개도 어느 정도 걷혀진다. 전부 걷히지 않아도 괜찮다. 또 다른 햇살이 내 집 안과 세상 곳곳에 보물처럼 숨겨져 있는 걸 이제는 알기에, 조급하지 않게 하루를 시작한다. 천천히 숨 쉬고, 천천히 생각하고, 천천히 둘러보면서 매순간 깨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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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epitt925, this post is a breath of fresh air, literally! The way you've described your foggy morning run and the gradual emergence of the sun is just beautiful. I love how you connected the physical act of running and breathing with clearing the mental fog. The imagery is so vivid - I could almost feel the damp air and see the bird startled awake.

This isn't just a description of a morning run; it's a meditation on mindfulness and starting the day with intention. It's a great reminder to slow down, appreciate the small moments, and be patient with ourselves. I especially appreciate your closing sentiment about not needing all the fog to clear at once. So true!

Thanks for sharing this thoughtful piece. It's definitely a highlight of the day here on Steemit. What's your favorite part about morning ru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