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기술적 사이코패스”…공포에 휩싸인 문학인의 경고
“AI가 못하는 건 공들인 애도, 아름다운 비효율 택하는 게 문학”
윌리엄 셰익스피어 등 유명 시인이 쓴 시와 인공지능(AI)이 쓴 시를 일반인에게 주고
어떤 게 AI가 쓴 것인지 물었다. 정답률은 46.6%. 동전 던지기 앞뒤 맞추는 확률보다
낮았다. 사실상 구분 못한다는 것.
이제 챗GPT는 6 버전까지 나왔다. 문학은 여전히 AI로부터 지킬 영토가 남아있을까.
서울 견지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 서울국제작가축제에 참석한 국내외 24명의 작가
들은 별 수 없이 그 질문을 다시 받아야 했다.
질문 앞에서 그들은 불안해하고 있었다. 소설가 김애란은 민담 ‘손톱 먹은 쥐’ 얘기를
꺼냈다. “나를 먹은 어떤 존재가 나의 일부가 되거나, 나를 압도한다는 근원적인 공포
를 알려주는 이야기”라며 ‘나’를 학습한 AI가 주는 공포를 말했다.
칠레 소설가 벵하민 라바투트는 “자지도 않고, 꿈도 안 꾸고, 피곤해 하지도 않고, 의
식이라는 것이 없는데 괴물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AI를 “기술적인 사이코패스”라고
했다. 그의 발언은 경고에 가까웠다. 문학평론가 하혁진이 말한 ‘인지적 채무’도 경고
였다.
AI에게 사고를 위임할 수록 인간은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빚처럼 갚아야 한다는
뜻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지난달 인간이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포기하는 ‘인
지적 항복’을 AI가 촉발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AI는 시 번역에서 절대 인간을 대체할 수 없을 것”(독일 시인 올리아나 볼프)이라는
낙관론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AI가 만든 글보다 (인간이 쓴 글이) 훨씬 우위
에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언제까지 우리가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는 사실
많이 불투명한 거 같다”(소설가 강민영) 또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나에게는 답이
없다”(소설가 이승우)는 게 작가들의 평균적인 인식이었다.
아직까지 AI가 범접할 수 없는 문학만의 고유 영역이 있을까. 소설가 문지혁은 “스토
리텔링은 AI도 잘하고 있고 더 잘할 것”이라면서도 “개인의 고유한 경험을 이야기하는
오토픽션(자전적 소설)의 형식은 아마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장르가 아닐
까 싶다”고 했다. 멕시코 소설가 실비아 모레노-가르시아는 인간은 자신이 옳은지 아
닌지 자문(自問)하지만, AI는 자문하지 않는다. 이 차이가 인간이 쓴 문학만의 특징이
라고 했다.
‘AI를 사용해도 쓰기 가장 어려울 것 같은 글이 무엇이냐’고 묻다 그는 “어제 죽은 사
람에 관한 글”이라고 대답할 것이라고 했다. 이건 비유다. “글쓰기에는 본질적으로 애
도의 성격이 있고, 그 애도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 속에서 시간과 정성을 통해 드러나
는 일종의 의식”이라며 그런 의식은 AI가 대신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2016년 이세돌 9단이 AI 알파고와 바둑 대결(4국) 때 보여줬던 ‘78수’를 언급하며
“아름다운 비효율”도 말했다.
AI가 쓸 수 없는 글이 무엇이냐는 질문 끝에, 작가들은 ‘결국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었다. 고유한 경험, 자문하는 성찰, 시간을 들인 애도, 아름다운 비효율 같은 것들이 그들
이 보는 일반적인 이야기와 문학의 구별 조건이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그런 구
별점도 언제 AI에 점령당할지 모른다. 다만 “그런 세계가 행복할까, 더 나은 세계일까”(문학
평론가 노태훈)를 그들은 근심하고 있었다.
본문 이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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