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뺏어간 96%가 자식, 요양사, 지인…‘양자’ 상속 노리기도

in #steemzzang13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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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머니 사냥’ 그 안에는 “가족이라서” “치매라서” 침묵해야 했던 노인들의
비명이 담겨 있었다.

그러면 ‘치매 머니 사냥꾼’은 누구이며, 어떤 수법으로 노인의 자산을 노렸을까?
학대 판정서에 기록된 가해자들은 낯선 사기꾼이 아니었다. 95.8%가 가족이나 요
양보호사, 지인 등 피해자와 가까운 이들이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가족(52.0%)이었다. 요양원, 요양병원 등 시설 종사자
(31.9%)와 이웃 등 지인(11.9%)이 뒤를 이었다.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던 이
들은 노인의 기억이 흐려지는 틈을 타 가장 잔인한 포식자로 변했다. 수법은 치밀
했다. 노인을 돌봐준다는 명목으로 연금 통장에 빨대를 꽂았고, 아예 인감을 통째
로 위조해 전 재산을 자기 명의로 옮겼다.

치매 노인은 통장과 도장을 본능적으로 가장 믿을 수 있는 ‘피붙이’에게 건넨다.
그러나 이 믿음은 곧잘 사냥의 빌미가 됐다. 전체 절반을 넘는 가해자가 가족이
었다. 치매 증상이 심해지자 아들에게 전세 보증금을 통째로 내어줬다. ‘하지만
돈을 받은 아들은 어머니를 방치한 채 종적을 감췄다.

‘돌봄’을 가장한 시설 종사자의 약탈도 있었다. 이들은 가족보다 더 가까이서 노인
을 돌본다는 점을 악용해 ‘감시 없는 사냥’을 즐겼다. 지난해 경북의 한 요양원에
서는 원장과 사무국장, 사회복지사가 한통속이 되어 입소 노인들의 주머니를 털었
다. 직원들의 해외여행 경비로 썼고, 요양원 소파를 수리했다.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요양원장은 치매 노인 3명의 자산을 대신
관리해 준다는 명목으로 690만 원을 자신의 통장에 옮겼다가 가족이 따지자 돌려줬
다. 방문요양보호사가 혼자 사는 치매 노인의 신분증을 몰래 가져가 대출을 받았다.
독촉장이 날아오고 나서야 자신이 빚더미에 앉은 것을 알았다.

‘외로움’을 파고드는 지인도 있다. 제주에 사는 노인이 치매 진단 후 우울해하던 차
에 옛 직장 후배의 방문을 받았다. 후배는 말벗을 자처하고 통장 비밀번호를 알아
냈고, 대출까지 받아 챙긴 뒤 사라졌다.

사냥꾼이 노인의 지갑을 여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였다. 연금을 착취하는 ‘기생형’,
폭력으로 돈을 뜯어내는 ‘협박형’, 목돈을 한 번에 가로채는 ‘거액 사냥형’이다.
별다른 직업 없이 치매 노인의 연금이나 기초생활 생계급여에 기생하는 유형이었다.
이들은 노인이 죽을 때까지 빨대를 꽂고 소액을 야금야금 빼가는 방식을 선호한다.

인지 능력이 떨어진 노인을 공포로 몰아넣어 돈을 뜯어내는 방식도 있다. 노인은
딸이 들이민 과도 앞에서 벌벌 떨었다. 딸은 “죽여버린다”며 곽 씨를 위협했다. 네
차례나 딸을 신고했지만, 상황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인감증명서나 등기 서류를 위조해 부동산이나 목돈을 한꺼번에 가로채는 대담한
수법은 40건이었다. 아들은 아버지가 치매에 걸리자 몰래 요양병원에 입원시킨 뒤,
집 명의를 자기 앞으로 돌렸다. 통장에 있던 5500만 원까지 싹 찾아갔다.

이웃집 사위가 치매 노인을 시청에 데려가 양자 입양 신고를 하고 재산 상속권을
노린 사건도 있었다. 노인은 양자 신고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조사에 나서자
그는 뻔뻔하게 “우리 엄마 지금 어딨어요?”라며 피해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치매 노인을 대상으로 한 경제적 학대는 대부분 신체적·정서적 학대가많다. 수면
아래 숨겨진 사냥은 드러난 것보다 훨씬 거대하고 조직적일 것이다.

본문 이미지: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