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에너지 절약법'
숙련된 테니스 선수는 상대의 서브 방향을 경험적으로 예측해 공이 오기
전부터 몸을 움직인다. 이때 뇌는 빠른 반응을 돕지만 공이 정확히 어디에
떨어졌는지는 기억하지 않는다. 반면 예상을 벗어난 서브에 대한 순간 대
응은 어렵지만 위치는 더 선명하게 남는 경향이 있다.
우리 뇌는 이처럼 익숙하고 예상 가능한 일에는 빠르게 반응하는 반면 뜻밖
의 일에는 즉각적 반응을 못해도 더 선명하게 기억한다. 과학자들이 뇌가 주
변 자극을 처리하는 방식을 알아내고 에너지를 어떻게 배분하는지 확인했다.
뇌는 매 순간 주변 환경에서 들어오는 방대한 감각 정보를 처리해야 한다.
모든 정보를 같은 강도로 분석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뇌가 한정된 에너지를 배분하는 방식인 '적응적 효율성’에 대해 오
랜 논쟁을 해왔다. 예상 가능한 정보와 예상 밖 정보 중 어느
정보를 우선적으로 처리하는지가 쟁점이다.
연구팀은 참가자 40명에게 원 주변에 짧게 깜빡이는 빛을 보여주고 뇌파(EE
G)와 동공 반응을 측정했다. 빛은 일정한 패턴을 따라 깜빡이다가 몇몇 순간
에는 예상 밖 위치에서 깜빡이도록 설계됐다. 참가자들의 자극에 대한 동공
반응 속도와 정확도를 측정하고 이후 자극이 나타난 위치를 얼마나 정확하게
기억하는지 비교했다.
비교 결과 참가자들은 예상된 위치에 나타난 자극에는 동공이 더 빠르고 정확
하게 반응했지만 추후 그 자극의 위치를 묻자 잘 기억하지 못했다. 반대로 예
상 밖 위치에 나타난 자극에는 반응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렸지만 이후 위치
기억은 더 정확했다.
연구팀은 뇌가 예상 가능한 사건을 두 단계로 처리한다고 분석했다. 먼저 사건
이 일어나기 전 '곧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해 몸의 반응을 미리 준비
한다. 이후 실제 사건이 예측과 맞아떨어지면 이미 아는 정보로 판단해 자세한
처리를 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빠른 반응에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는
것이다.
연구팀은 뇌가 두 정보 모두 우선 처리하되 에너지 활용 방식이 다르다고 결
론 내렸다. 뇌가 익숙한 사건에는 빠른 반응을 준비하는 데 에너지를 쓰고
예상 밖 사건에는 더 많은 감각 정보를 받아들여 내부 기억을 업데이트하는 데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루벤 리도 시드니대 심리학과 연구원은 “예상 가능한 상황에서 뇌는 ‘이미 알고
있으니 세밀하게 처리하는 데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다”며 “예상
밖 사건이 발생하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처럼 내부 기억을 고치기 위해 가능
한 많은 정보를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향후 뇌의 정보 처리 방식을 인공지능 신경망에 적용하면 계산 효율
이나 성능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본문 이미지: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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