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울산서 ‘한국산 정제유’ 빼갔다? 대러제재 위반했나

in #steemzzang8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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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컨테이너항 저장탱크에 있던 정제유 약 3만t이 러시아 극동으로 향했
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일부 국내 언론은 이를 ‘한국산 정제유가
러시아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보도는 선적지인 울산을 원산지로, 선박 도착
을 화물 반입 완료로 확대했다.

대러 수출통제 위반 여부도 원산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정부가 공개한 11
59개 대러 상황허가 대상품목에는 일반 상업용 경유와 항공유가 명시돼 있지
않다. 통상 규격의 연료라면 한국산도 러시아에 수출할 수 있다. 군용 연료나
통제품목을 허가 없이 보냈거나 목적지와 최종사용자를 속였다면 대외무역법
위반 소지가 있다.

로이터는 해운 데이터업체 케이플러(Kpler)와 에너지시장 분석업체 보르텍사
(Vortexa), 복수의 시장 관계자를 인용해 울산 저장탱크의 정제유 약 3만t이
최소 2척의 단거리 운항 유조선에 실렸다고 보도했다.

화물에는 경유가 포함됐다. 항공유도 실렸다고 말했다. 선박들은 러시아 극동
으로 향했으며 한 척은 러시아에 도착한 뒤에도 화물을 내리지 않았다. 선박
명과 화주·수출자, 정제유 생산국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국 정부의 수출허가
여부도 보도에 나오지 않았다. 산업통상부는 로이터의 질의에 논평하지 않았고
러시아 에너지부는 답변하지 않았다.

원문에는 정제유가 한국에서 러시아로 운송됐다는 뜻의 ‘from South Korea’
가 쓰였다. 같은 기사에 등장하는 일본산 항공유 거래에는 ‘originating from
Japan’이라고 원산지를 명시했다. 이번 정제유에는 원산지 표현이 없다.

울산발 정제유 거래는 러시아의 연료 생산이 흔들리는 시기에 이뤄졌다. 우크
라이나군은 11일 러시아 오렌부르크주의 오르스크 정유공장을 타격했다고 밝
혔다. 연간 원유 처리능력 600만t 규모로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등을 생산하
는 시설이다. 전날에는 타타르스탄 니즈네캄스크의 타네코 정유공장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정유공장과 저장시
설, 송유시설을 공격해왔다. 설비 고장까지 겹친 7월 러시아의 해상 석유제품
수출은 전월보다 33% 감소했다.

같은 달 벨라루스의 대러 휘발유·경유 공급은 월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로이터
가 인용한 업계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의 휘발유 생산량은 7월 초 계절 평균
소비량의 약 65%까지 떨어졌다. 경유 생산량도 내수 수요와 비슷한 수준으로
줄었다.

외국산 정제유를 울산 보세구역에 보관했다가 수입신고 없이 다시 국외로 내보
내면 관세법상 반송이다. 국내에 수입한 뒤 다시 수출하면 재수출이다. 두 거래
에서 울산은 저장·선적지이며 원산지는 제3국이다. 국내 정유사가 생산한 정제
유를 국내외 무역업체가 사들여 러시아로 보냈다면 한국산 수출이다.

한국은 러시아와의 모든 교역을 금지하지 않는다. 목록에 오른 품목의 대러 수
출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제한된 경우에만 정부의 예외 심사를 받을 수 있다.
특수 군용 연료와 통제 대상 첨가제·전략물자는 규정이 다르다. 목록 밖 제품도
대량파괴무기와 미사일, 재래식 무기에 사용될 가능성을 수출자가 알았거나 의
심할 정황이 있으면 상황허가를 받아야 한다.

통제품목을 허가 없이 보냈거나 품목·목적지·최종사용자를 거짓으로 신고하면
대외무역법 위반 소지가 생긴다. 제3국을 목적지로 신고한 뒤 러시아로 보내거
나 러시아의 실제 사용자를 숨긴 거래도 조사 대상이다.

제3국산 제품에도 한국 수출통제가 적용될 수 있다. 통제품목을 한국에서 선적
해 제3국을 거쳐 러시아로 보내거나 국내 기업이 거래와 대금 수령을 주도했다
면 정부 허가가 필요하다. 러시아 정유시설의 가동 차질이 길어지면 동북아 저
장물량을 확보하려는 거래도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달 무역업체들은 일본산 항공유 최소 20만배럴을 한국을 거쳐 러시아로
보내는 거래를 추진했다. 거래는 선적 전에 무산됐다. 일본 정부는 자국의 대
러 항공유 수출금지가 제3국 경유와 해상 환적에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관세·수출신고 자료로 이번 화물의 원산지와 사양, 화주, 러시아 최종
수하인과 사용처, 허가 여부, 실제 하역지를 확인해야 한다. 신고 목적지와
AIS 항적, 도착항과 하역지를 대조하는 사후관리도 필요하다. 전시 연료 부족
을 메우는 거래가 반복되면 통제목록 밖 연료의 관리 범위를 다시 정해야 한다.

적법한 교역까지 차단하면 기업 활동과 한러관계에 부담을 준다. 러시아 수하
인과 사용처를 확인하지 않은 채 같은 거래가 이어지면 미국·유럽연합(EU)·우
크라이나가 한국의 제재 이행 의지를 문제 삼을 수 있다.

러시아의 연료난이 이어지면 동북아 저장물량을 찾는 거래도 반복될 수 있다.
이번 화물의 행방을 밝히고 러시아행 연료의 사후 추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
이 정부의 과제로 남았다.

본문 이미지: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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