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오케오케오케오케오케옼

in #stimcity2 years ago (edited)

1 어제는 지인을 만났다. 지인의 동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지인의 작업실로 자리를 옮겨 요즘 지인이 자주 듣는다는 60년대 프리 재즈를 BGM으로 틀었다. 테이블에는 내가 사온 빵이 먹기 좋게 썰려있었다. 나는 히비스커스 차를, 지인은 직접 내린 드립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이어갔다.

2 1시에 만나 8시쯤 헤어졌다. 그 사이 밥도 먹지 않고 대화만 해 헤어질 무렵에는 몸이 비틀거릴 정도로 피곤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부랴부랴 씻고 누웠지만 어떤 여운 때문에 잠들지 못하다 평소보다 늦게 잠들었다.

3 아침에 눈을 뜨니 푹 자고 일어난 개운함이 있었다. 요즘 들어 계속 기분 나쁜 꿈을 꾸는데, 어제는 어제 만난 지인이 나오는 꿈을 꾸었고 그 느낌이 제법 포근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니 잘 지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고 오늘 아침 눈을 뜨며 생각했다. 어쩌면 사람이 주는 포근함과 따뜻함이 결여되어있는지도 몰라.


4 아침 루틴을 하려는데 집중이 안 돼 그냥 밖으로 나왔다. 새로 열린 북악산 등산로를 오르는데 오케오케오케오케~ 하는 타일러 목소리가 떠올랐다. 등산로를 오르내리는 동안 이 곡만 들었다.

5 밥 먹고 집에 와서 계속 딴짓하다 오버워치 리그를 봤다. 점심에 오버워치 리그를 보는 건 낮잠을 자겠다는 의지다. 왜인진 모르겠지만 이어폰을 끼고 경기에 집중하다 보면 보통 5분도 되지 않아 바로 잠이 든다. 귀에서는 계속 중계가 나와 길게 자진 못한다. 오늘은 3~5분 정도를 잤다.

6 신기하게도 그렇게 짧은 시간인데도 일단 자고 일어나면 하루를 반으로 접은 듯한 몸과 정신의 상쾌함이 찾아온다. 나는 아주 푹 잔 느낌으로, 맑고 개운한 정신으로 뭔가에 홀린 듯 오래 연락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미뤄온 연락을 했다.

7 연락을 마친 후에는 익숙한 눅눅하고 불쾌한 불안함이 나를 짓눌렀다. 왜일까. 아직 다른 사람을 만날 준비가 안 되어있는 것도 같고, 한편으론 다정한 손길이 필요한 것도 같다. 인간관계만큼은 정말로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나오질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고 그들에게 마음껏 사랑받고 싶은데, 왜 불안하고 두렵고 괴로운지는 정말 모르겠다.

8 아마 타일러의 오케오케오케오케 목소리가 떠오른 것은 얼마 전 타일러 오케이 영상을 봤기 때문일 것이다. 북악산 등산로를 내려오며 타일러만큼 찰지게 오케이를 뱉는 사람은 없을 거야 그런 공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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