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Happier Than Ever

in #stimcity2 years ago (edited)

따가운 햇빛 아래 한참을 양손 가득 짐을 들고 다녔다. 지친 채로 집에 돌아와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샤워를 했다. 그리고 집에 오기 전 우체국에서 사온 4호 종이 박스를 접어 내일 보낼 물건들을 차곡차곡 쌓아 넣었다. 집중해야 하는 몇 개의 일이 더 남아있었지만 너무 피곤해 침대로 들어가 가만히 누워있었다. 짧은 낮잠이 그리워 빌리 아일리쉬의 Happier than ever를 틀었다. 속삭이는 듯한 나른하고 몽롱한, 아니 그런 평범한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고유한 목소리를 들으면 잠이 올 것 같았지만, 결국 노래에 집중하게 돼 금세 앨범 하나를 다 듣게 됐다.

한참 음악을 듣고 일어나니 발 바로 앞엔 반듯하게 쌓인 짐이 들어선, 아직 봉해지지 않은 택배 상자 위로 4월 오후의 빛이 따뜻하게 와닿고 있었다. 책상 위에 올려둔 작은 건조대에선 운동복이 바삭하게 말라가고 있다. 나른한 하루. 좋은 음악들. 다시 또 잘해보고 싶은 마음. 기분 좋게 충전된 몸. 말리지 않고 누워 제멋대로 뻗친 머리. 느리게 준비하는 저녁 식사와 식사 후의 저녁 일정. 내일부터 시작되는 설레는 긴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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