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엠부장]001.첫번째 육아휴직중에 쓴글

in #stimcity2 years ago

나는 패션회사에서는 MD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집에서는 두 아이의 엄마, 한 남자의 아내.
전형적인 40대 워킹맘 아줌마다.

나의 20-30대는 고객들이 감동하는 모습이 너무 좋고, 마케팅과 상품기획이라는 일이 알수록 재미있고, 성과를 내고 승진하는 내 자신이 멋있어서 정신없이 회사에 매달렸다. 팀장이되고, 주재원이되고, APAC지사로 나아가며 내 커리어를 만들어 나갔다.

결혼이후에도 나의 삶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성취지향인 나의 인생의 초점은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곧,
임신을 하고 처음으로 긴 휴직을 하게되었다.
아기가 태어나고
나는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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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이가 육개월 무렵 쓴 글]

아기가 칭얼대면 아기띠에 메고 밖으로 나가 동네구경을 한다. 주로 놀이터나 공원으로 가서 꽃이나 나무를 구경하는데 두리번거리는 아기에게 ‘꽃이 벌써 시들었네, 여름에는 꽃이 지고 잎이 초록색이 되는거야, 그리고 나면 열매를 맺고 내년 봄에 다시 꽃이 피어’, ‘저기 꽃에 벌과 나비가 꿀을 모으나봐!’ 같은 말을하고 ‘나비야 나비야 이리날아오너라’ 노래를 부른다. 그렇게 나는 요즘 나비와 벌이 꽃에서 나와 멀리 날아가 사라질때까지 지켜보고, 꽃이 피고지고 열매를 맺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이메일, 매출, 재고 같은 것들 말고 나비, 벌, 꽃에 대해 얘기한다. 내가 나비가 꽃에 앉아 꿀을 빠는 모습을 초고속 촬영 다큐멘터리 같은게 아니라 실제로 지켜본적이 있었던가? 우리 동네에 이렇게 꽃이 많았던가? 올 봄은 나비, 벌, 꽃 같은 단어를 이야기하며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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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세계에
나비, 벌, 꽃 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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