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 buskers/unlimited] 에이아이가 할 수 없는 일, 에이아이가 쓸 수 없는 글

in #stimcity6 months ago (edited)



"에이아이가 사람들의 일을 다 대체할 거라는 데 마법사님은 괜찮으세요?"

"하하하 내 직업을 묻는 거야? 에이아이 마법사 말이지?"

"네. 마법사를 에이아이가 대체할 수 있을까요?"

"그럴 리 없네."

"역시 아무리 에이아이라고 해도 마법사는 어렵겠죠?"

"아니. 돈이 안 되거든."

"아하! 그렇구나. 그렇다면 돈이 안 되는 일을 해야겠군요. 대체되지 않으려면."

"에이아이로 대체하고 싶을 만큼 돈 되는 직업이었으면 좋으련만."

"그럼 대체된다면서요?"

"로열티를 받으면 되지 않겠나. 요즘 세상에 마법사가 없으니 말이야."



소년은 고개를 갸우뚱 했다. 돈 되는 일은 에이아이가 다 대체하겠구나 하다가, 그렇다면 돈 되지 않는 일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미치자 혼돈에 빠져 버렸다. 돈 되지 않는 일을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서 계속 해야 하는 것인가? 돈 되는 일은 에이아이가 모두 대체해 버린다면 그럼 인간은 무엇으로 산단 말인가?



"자네, 에이아이가 할 수 없는 일이 뭔 줄 아나?"

"글쎄요? 감정이 없으니 사랑? 우정? 그런 건가요?"

"감정이 있는지 없는지는 인간도 모르지. 저 인간 도대체 감정이 있는 거야 하는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나보지?"

"그런 사람들이야 널렸죠."

"감정이 있는지 없는지는 본인만 아는 걸세. 사람은 누구와도 무엇과도 감정을 교류할 수 있지 않은가. 새랑도 고양이랑도, 자동차와도 명품백과도 사랑을 나눌 수 있지."

"그러네요. 그렇다면 에이아이는 훌륭한 친구가 되겠는걸요."

"모두들 빠져들걸세. 헤어 나오지 못할 걸."

"이미 돌이킬 수 없겠는걸요. 맞아요. 사람들은 로봇을 발로 차도 가여워해요. 그냥 쇳덩어리인데, 단지 인간처럼 움직인다는 이유만으로도요."

"감정은 실체가 없어. 교류와 상호작용이라는 현상만 있을 뿐이지."

"그렇다면 에이아이가 정말 모든 것을 대체하겠군요."

"그러면 안 되나? 이미 그 자리를 개와 고양이들이 모두 차지하고 있는데. 에이아이에게 위협당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야."

"그럼 에이아이가 할 수 없는 게 대체 뭐죠?"

"돈 안 되는 일이라니까. 아무리 에이아이가 싸져도 사람 쓰는 게 더 싼 일은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네."

"그럼 인간이 에이아이보다 열등해지겠군요?"

"그럴 리가. 신이 어떻게 피조물보다 열등해지나."

"아니, 부가가치가 큰일은 에이아이가 하고 사람들은 허드렛 일을 한다면서요?"

"그건 좋아서 하는 일이지."

"네 좋아서 하는 일이라구요? 허드렛일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있습니까?"

"그럼 안 하면 되지 않겠나? 아무도 안 하면 부가가치가 올라갈 테고, 그럼 에이아이가 하겠지."

"네에?"

"인간은 하기 싫은 일을 자꾸 해서 문제야. 안 하면 되는 것을."

"그럼 에이아이가 할 수 없는 일은 뭘까요?"

"그건 내 질문이네."

"어렵습니다."

"그럼 다시 질문을 좁혀서, 에이아이가 쓸 수 없는 글은 뭐가 있겠나?"

"글쎄요. 이젠 글도 쓰고 작곡도 한다는데. 기술이 발전하면 뭐든 할 것 같은데요. 마법사님 말대로면 돈 안되는 글 아닐까요?"

"그건 쓸 수 없는 글이 아니라 쓸 필요가 없는 글이지."



소년은 짜증이 난 듯 머리를 쥐어뜯으며 마법사를 빤히 바라봤다.



"에이아이는 짜증도 못 내지 않을까요?"

"그건 버그니까 사람들이 제거하겠지. 못하는 게 아니라. 지피티놈도 버벅대면서 짜증도 내더만. 이상하게 말을 돌리고 말이야."

"그럼 할 수 없는 일이 대체 뭡니까? 아니 쓸 수 없는 글이 뭡니까?"

"내일 쓸 글이네. 내가 내일 쓸 글을 에이아이는 쓸 수 없네."

"아하 그거야 당연하잖아요? 내일 쓸 글을 나도 모르는데, 아니 에이아이가 이 글을 쓸거다 하면 다른 걸 쓰면 되니까 그거야.. 음, 불가능하겠네요."

"선택을 할 수 없다는 말이네. 출력을 할 뿐이야, 에이아이는. 선택은 인간이 하는 거지. 그리고 내일 쓸 글은 나만 결정할 수 있지. 에이아이가 나를 대체할 수는 없는 거네. 그리고 그 나는 직업도, 학력도, 출신도 아니라 '호모 초이스', 선택하는 인간으로서의 진화에 들어서게 되는 거지."

"그럼 인간이 이제까지 한 건 뭐죠? 모두 인간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진 일이 아닌가요?"

"몇몇은 그랬지. 위대한 사람들 말이야. 하지만 대부분은 에이아이처럼 자동적으로 관성적으로 살아오지 않았는가? 선택을 타인에게 위탁 한 채 말이야. 이제 인간성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으로 획득되어지는 거야. 에이아이보다 빠르게 말이야. 물론 에이아이의 선택에 따라 사는 사람은 점점 사라지겠지. 낮아진 부가가치로 유전자를 남기지 못할테니 말이야."



소년은 순간 의심했다. 지금 내가 마주하고 있는 이 사람은 인간 마법사인가, 에이아이 마법사인가. 그러나 그 사실을 확인할 수는 없다. 그걸 알려고 기계장치가 들어있는지 뇌를 뜯어볼 수는 없으니 말이다. 아니 생물학적 인간복제로 만들어진 에이아이라면, 단지 블루투스 전극을 통해 본체와 연결된 에이아이라면, 머리를 뜯어본들 알 수 없을 것이다. 소년은 머릿속이 복잡해지다 못해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불현듯 무언가를 깨달은 듯 벌떡 일어서 마법사의 뺨을 크게 후려쳤다. 그리고 이렇게 외쳤다.



"저는 인간입니다. 마법사님은 에이아이인지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저는, 인간입니다!"



그러더니 소년은 문을 박차고 그대로 뒤돌아 나가버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마법사는 얼얼한 뺨을 만지며 빙긋 웃었다. 그러고는 뭐라 짧은 버프 음을 내뱉고는 눈에서 빨간불이 몇 번 반짝이더니 고개를 떨궜다. 배터리가 방전된 것이다.







_ [마법행전 2부 8장] 에이아이가 할 수 없는 일, 에이아이가 쓸 수 없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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